전성준
(이글은 우리 주변의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제7장
로렐라이 언덕 멜로디가 조용히 흘러 나온다. 다시 독백이 시작되었다..
어제 한국 식품점에서 ‘처음처럼’이라는 이름의 소주를 몇 병 샀습니다. 당신을 찾아 가는 길에 ‘처음처럼’이라는 이름의 한국 소주가 어쩌면 이렇게 감동적인지 나는 이 ‘처음처럼’ 소주를 마시며 잠시나마 낭만적인 유람선 KD를 타고 마지막 여행길을 떠나고져 합니다.
소주 이름 ‘처음처럼’ 당신과 내가 사랑의 싹을 키웠던 로멘스 길을 ‘처음처럼’ 즐기는 마음으로 떠나기로 작정했습니다.
제2막 제1장.
도나우강 왈쓰 음악이 은은하게 흘러 나온다. 설동일의 독백이 다시 한다.
4월의 화창한 부활절 아침 나는 쾰론에서 출발 로렐라이를 향해 가는 KD 유람선에 올랐습니다. 모두 부부 쌍쌍이 짝을 이뤄 떠나는 즐거운 여행길에 유독 나만이 외롭게 혼자 떠나는 여행길이었으나 나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당신과 함께 신혼 여행길, 이 배를 타고 장래를 약속 했던 로렐라이 미녀상을 찾아 가는 길이라 남 보다 행복하다고 생각 했습니다.
‘처음처럼’ 이라는 이름이 아름다운 한국 소주를 병 채로 마시며 라인 강을 따라 로렐라이를 향하여 가는 돌아오지 못할 여행이지만 나한테는 즐겁고 행복한 길이었습니다.
따뜻한 봄날의 햇살을 잔뜩 받으며 ‘처음처럼’이라는 한국 소주에 흠뻑 취한 내 귀에 유람선에서 들려주는 로렐라이 언덕의 감미로운 멜로디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내 마음을 무아경으로 황홀케 했습니다.
노오란 개나리 꽃이 만발한 한적한 시골 초등학교 교정에 은은한 풍금소리에 따라 들려오던 내 첫 사랑 정희 선생의 가냘픈 로렐라이 언덕 노래와 독일에서 신혼 길, KD 유람선에서 들려 오는 로렐라이 언덕 멜로디를 따라 콧 노래를 흥얼거리던 순애씨 당신의 행복한 얼굴이 주마등처럼 내 눈앞을 스쳐 갔습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쓸쓸한 이 말이 가슴속에 그립게도 끝없이 떠오른다,/ 구름 걷힌 하늘아래 고요한 라인강, 저녁 빛이 찬란하다 로렐라이 언덕”
Recitativo: 내 첫 짝사랑 정희 선생이 애창하던 로렐라이 언덕 노래를 들으며 로렐라이 미녀상 앞에서 순애씨와 맺은 뜨거운 사랑의 언약을 찾아 카지노에 미처 사랑하는 아내 순애씨를 살해한 극악무도한 살인자는 라인강을 따라 로렐라이 언덕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용서 받을 수 없는 살인자, 귓가에 들려오는 저 아름다운 노래, 나의 첫사랑 정희 선생님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나를 황홀케 했습니다.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며 로렐라이 미녀상 앞에서 순애씨 당신을 꼬옥 포옹하며 뜨거운 입마춤은 당신을 목 졸라 살해한 살인자의 가슴을 용광로처럼 뜨겁게 합니다.
“여보오….” 나는 구름 위에 부웅 떠 오른 행복한 순간에 취해 당신을 부르며 난간 끝까지 갔습니다.
“Vorsicht!! Achtung!! Helfen!!” 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귓가에 아련히 스쳐 갔습니다. 순간, 차가운 물이 온 몸을 감 싸 왔습니다. 깊은 심해의 물속으로 빠져 가며 가물가물 정신이 몽롱해 왔습니다. 아듀.. 아우프 비더젠…
2막 2장.
머리를 산발한 설동일이 나타나
“아들아! 뒤돌아보지 말아라, 지금 네 곁에 너를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 내가 가진 행복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 주는 것이 너의 행복이다. 세상은 멈추지 않고 흘러 가며 변해간다
언제 쯤 네가 어른이 되면은 진정 이 못난 애비를 용서하고 이해 할 때가 돌아오겠지“
무대가 어두워지며 막이 내린다.
에필로그
젊은 나이에 이루지 못한 꿈을 60살이 되어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제2회 재외동포문학상 모집에 소설부분 대상을 받고 등단 늦깎이 인생이 시작 되었다.
한국문단에는 얼굴을 내 보일수 없지만 재독 동포사회에서는 작가로 얼굴을 내 보일수가 있었다. 늦게 시작한 창작생활이지만 의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 온 탓으로 많은 분한테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유익한 정보를 받아 문학 창작활동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괄목한 사실은 몇 년 전에 존속 살인범으로 10년 연방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해 오던 한 동포분이 형기를 마치고 나와 자신이 저질은 극악무도한 살인죄를 참회하고 용서를 비는 자전적 글을 부활절을 며칠 앞두고 보내 왔다.
A4용지에 꼼꼼히 손 글씨로 써 내려간 원고 뭉치는 어느 면은 참회의 눈물에 적셨는지 얼룩져 변색도 되었고 오랜 기간 쓰인 흔적이 역력했다
나는 몇 차례 읽고 또 읽으며 이분의 지난 온 삶의 발자취를 내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산문으로 하는 창작보담 한편의 뮤지컬로 만들어 발표하고픈 욕심이 생겨 어설프지만 뮤지컬 대본 창작으로 시작을 했다.
우연일까 아니면 어떠한 동기가 작용했는지 내가 등단한 단편 소설의 주 무대가 중부 독일 라인강 로렐라이를 배경으로 했는데 이분 역시 독일 민요 로렐라이 언덕과 관계가 깊어 제목을 “로렐라이 언덕의 비창(悲愴)이라 정하고 1인의 독백과 소수의 등장인물로 하는 창작, 뮤직컬로 주인공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뮤직컬 대본으로 창작을 했다.
< 저는 한때 카지노에 미쳐 사랑하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극악 무도한 살인범 설동일입니다. 족속 살인범으로 10년동안 연방교도소에서 장기 수형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내 죄상을 참회하는 글을 써 보았습니다.
젊은 시절 초등학교 교사를 했던 터라 부족한 문장력이지만 내 죄상을 참회하며 나 같은 죄인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널리 알리고 싶어 참회의 글을 써 작가님께 보냅니다. 끝까지 읽어 보시고 작가님께서 동포 언론에 저희 죄상을 널리 알리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생을 마감했다는 사연을 알려 주시기를 간곡히 기원합니다.
끝으로 작가선생님께서 제 글을 받아 보실때 쯤이면 저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내 죄를 빌며 로렐라이 언덕을 찾아 돌아 오지 못할 저 강을 건너가고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작가님 부디 이 죄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 주시길 간곡히 기원합니다. >라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그의 참회의 글은 끝이 났다.
나는 비록 사랑하는 아내를 살해한 살인자이지만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외롭게 생을 마감한 그의 애틋한 심정을 1인 창작 뮤지컬이라는 새 장르로 나는 창작 그 영혼을 달래고 싶어 시작했다.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1380호 16면, 2024년 9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