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차 재독순천간호학교 동문회를 다녀와서

효린 강정희
(재독 수필가, 시인, 소설가, 시조 시인)

제31차 재독순천간호학교 동문회가 Schwäbisch – Gmünd Rehnenhof에서 정회원 24명, 비회원 11명이 참가하여 2025년 5월 20일부터 23일에 열렸다.

재독순천간호학교 동문회는 1993년 9월에 여섯 선배 언니가 추진해서 독일에서 처음으로 만남을 성사한 것이다. 마치 고향을 찾는 변함없는 설렘으로 연중행사처럼 치러지고 있다.

124명의 동문이 전역에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져 열심히 살고 있다. 또한, 각 지역 동문회, 다 문화 가족 모임이 활성화되어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아는 만큼 가까워진다고 31년의 세월 안에 우리들의 추억이 층층이 쌓인 곳으로 서로를 배려하며 따뜻하게 마음을 주고받는 공동체이다. 해 년마다 부인을 따라 함께 참석한 독일 남편들에게도 이젠 의미 있고 소중한 만남이 되어 소풍을 기다리는 소년처럼 은근히 기다린다고 한다.

세월 앞에는 장사 없다고 막내인 동문도 이젠 칠십이 지났고 선배 언니들은 팔십을 훌쩍 넘으신 분들도 있으시다.

가까이 사는 후배의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로 떠났다. 운전하는 하인즈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한국말을 곧잘 알아듣는 분으로 그를 만날 때마다 마치 이웃 키다리 아저씨처럼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자체가 삶을 살찌우게 하는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14.30시경에 목적지인 Gmünd에 도착하여 곧 방 배정을 받고 짐을 풀었다. 모처럼 만난 동문은 반가움에 꼭 껴안고 쉽게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군데군데에서 볼 수 있었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 주신 주의중, 최길재 대선배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가시네, 초롱초롱 더 예뻐졌네! 비결이 뭐야?”라고 나눈 첫 인사가 이제는 “주름살이 제법 많아졌네. 그래도 건강하면 됐지, 뭐!”로 우리들의 첫인사말이 바뀌었음을 느꼈다. 임원들이 정성껏 준비한 Kaffee, Tee, 풍성한 떡, 한과, Kuchen으로 다과 시간을 즐기고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저녁을 마친 후 박영란 동문회장의 사회로 정기총회를 했다.

새로운 임원 선거에서 베를린에 사는 장현자 동문이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장현자 회장은 친화력이 우수하고 뛰어난 지도력을 갖춘 자랑스러운 동문이다. 이제는 회장직을 부담스러워해서 새 회장단을 선출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지만, 3년간 동문회를 위하여 기꺼이 수고해 주겠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부회장에는 강정희, 총무로는 김선옥 동문, 감사엔 김정례, 서명희 동문이 함께하기로 했다. 다음번의 모임은 2026년 10월에 고국에서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튿날 5월 21일, 오전에는 근방에 있는 Weleda Garten을 둘러보았고 오후에는 Schwäbisch Gmünd Stadtführung이 있었다. 저녁 친교 시간에는 안정숙 동문이 가져온 감미로운 Sekt로 건배하며 2024년 3월에 동문이 함께했던 Antalya, Konya, Kappadokia 여행 영상을 감상했다. 안정숙 동문인 부군 Klaus가 제작한 파노라마 풍광을 즐겨보는 시간은 정말 감동이었다.

5월 22일에는 Ulm Stadt 관광을 했다. Ulm은 독일의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출생지이며 역사적 명소와 다양한 즐길 거리,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독일의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Ulm의 대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 첨탑(161.5m)을 자랑하는 고딕 양식으로 Ulm을 상징하는 대표 명소이다. 768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Ulm 전경과 도나우강, 알프스산맥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관광을 마치고 근사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자유시간을 가진 후 전세한 버스로 숙소에 돌아와 서명희 동문의 부군 볼프강이 매년 세계 연날리기 대회에 초대되어 공중 촬영한 사진들은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기교를 알아가고 터득하며 길러가는 끊임없는 열정은 참으로 놀랍다! Hr. Bieck, Wolfgang은 세계 연날리기 협회에서 최고의 공중 촬영 사진사로 인정하는 유능한 분이시다.

5월 23일,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우리들의 애창곡 노사연의 만남을 함께 부르는 우리들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뒤 이어 베를린에 사는 소프라노 박덕순 동문의 “모란꽃” 노래를 감상하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잡힐 듯 멀어지는 오월을 두고 제각기 돌아갈 길을 서둘렀다.

동문회를 통해서 듣는 소식은 늘 기쁘지마는 않다. 유감스럽게도 좋은 소식보다는 궂은 소식이 더 많은 현실이다. 세월은 참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일평생 파독 간호사로 고생하며 살다가 이젠 살 만하니까 몹쓸 치매에 걸려 가족을 알아보지도 못한 상태여서 요양원으로 옮겨졌다는 슬픈 소식이며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동문도 있다고 한다. 음식만 체하는 것이 아니고 감정에 소화불량이 더 무섭다고 어쩜 이국 생활에서 결핍을 메우지 못하고 고립과 외로움, 혼란스럽고 검푸른 마음, 끝도 보이지 않는 터널에서 자신을 철거덕 잠그고 안전 탈피시키지 못함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아! 슬프다.

환경과 나이를 초월해 동문이라는 공통 분모는 우릴 밤잠을 설치며 추억의 보따리를 풀게 하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한다. 이 시간만큼은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주름진 맘 터놓고 하늘 가득 웃어 댄다. 우리에게 동문회는 마치 묵은 포도주의 깊은 맛이 우러나듯 서로서로 배려해 주는 마음들이 어우러져서 마음의 평정을 가져다주는 정겨운 치유의 시간, 에너지 재충전의 시간이다. 세월은 우리 머리에 흰 서리를 얹었지만 내 안의 봄을 되살리며 그 시절의 소녀가 되고 청춘이 되기도 한다.

매일 아침 일찍이 수영하고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맛난 식사, 온화한 주위 환경에서 결 고운 사람들과 축제하듯 보낸 3박 4일이 빨리도 지나 버렸다.

박영란 동문회장, 김신자 부회장, 김선옥 총무님의 빈틈없는 준비로 이번 제31차 재독순천간호학교 동문 모임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랑하는 동문 여러분! 우리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축복입니다. 사랑이 있는 풍경은 언제나 아름답다고 하지요. 사랑이 있기에 기다림이 있고 그 기다림이 있기에 행복합니다. 나이 들면 몸이 재산이라고 강물이 흐르듯 흘러가는 무정한 세월 속에 부디 건강 잘 챙기시고 우리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꼬옥 다시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늘 그리워하면서 살겠습니다!

1413년 16면, 2025년 6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