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속의 한국 문화재(1)

그동안 한류를 통해 한국 문학, K-Ppo, K-Beauty, K-Drama 등 다양한 한국 문화가 독일에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2018년 기준 독일 내 한국 문화재는 총 1만876점. 일본,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우리 문화재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매우 생소하다. 더욱이 독일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 규모가 유럽 국가 중 최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예술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기만 한 현실이다.

실제로 독일 박물관은 엄청난 양의 한국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문화재는 동아시아 미술품으로 광범위하게 분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및 중국 문화재에 밀려 학술적 연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국 문화재를 2000점 이상 소장하고 있는 베를린인류학박물관, 함부르크민속박물관이 단 한 점의 한국 문화재도 전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렇듯 오랜 기간 한국 문화재는 그 가치가 발견되지 않은 보물 상태로 머물러 있다.

교포신문사에서는 특집연재 “독일 속의 한국 문화재”를 통해 독일 내 한국문화재의 현황을 소개하며, 재독한인들과 한국 정부의 “독일 속의 한국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자 한다.

한국의 재발견독일 박물관 소장 한국의 보물

독일내 한국 문화유산이 종합적으로 소개된 최초의 전시회는 ‘한국의 재발견-독일 박물관 소장 한국의 보물’이라는 제목의 독일 순회전시회로 쾰른을 시작으로 라이프치히, 프랑크푸르트, 슈투트가르트를 돌며 2011년 3월 25일부터 2013년 2월 17일까지 23개월간 이어졌다.

이 순회전에서 선보였던 유물들은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마인츠 등 8개 도시의 박물관 10곳에서 찾은 6000여 점의 한국 문화재 가운데 엄선한 116점이었다.

시대별로는 조선시대 75점, 고려시대 34점, 삼국시대 7점. 종류는 고지도, 서화, 인쇄물, 공예품 등으로 다양하였다. 민속품이 대부분이지만 수준 높은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고려 수월관음도’는 쾰른동아시아미술관 창립자인 아돌프 피셔가 1901년 대한제국을 방문했을 때 구입한 작품으로, 관음보살이 쓰고 있는 천을 투명하게 표현하는 등 고려 불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파게오르크 폰 렌도르프의 개인 소장품으로 베를린민속학박물관이 사들여 보관하고 있던 조선시대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회화 시리즈는 지역풍습과 전통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그림이다. 이 밖에 ‘서원아집도’(1794년)와 ‘대동여지도’(1861년), 고려청자, 조선백자, 자개칠기 제품 등도 전시되었다.

당시 전시 유물 대여 박물관으로는 프로이센 문화재단 베를린 민족학 박물관, 프로이센 문화재단 베를린 아시아 미술관, 쾰른 동아시아 박물관, 프랑크푸르트 응용미술 박물관, 함부르크 민족학 박물관, 함부르크 미술공예 박물관, 라이프치히 그라시 민족학 박물관,

마인츠 쿠덴베르크 박물관, 성 오틸리엔 수도원 선교 박물관, 슈투트가르트 린덴박물관 등 총 10개 박물관이 이 순회전에 참여하였다.

한국 문화재 독일에 얼마나 있나?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독일 내 한국 문화재는 총 1만77점으로 조사되었고, 이후 추가 조사로 2018년에는 10,876점이 독일의 각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문화재 소장 독일 박물관과 기관들의 소장품 현황은 다음과 같다.

베를린 시립민속박물관(188건, 195점), 쾰른 동아시아박물관(183건, 258점), 함부르크 민속박물관(1,608건, 3,300점), 함부르크 공예박물관(47건, 60점), 만하임 라이스엠 엘호른 박물관(51건, 55점), 브레멘 해외박물관(352건, 385점), 뮌스터 대학도서관(25건, 25점), 코블렌츠 국립문서보관소(41건, 41점), 쌍트 오틸리엔수도원 박물관(559건 767점), 라이프치히 민속박물관(1,771건 2,662점), 드레스덴 민속박물관(591건, 647점), 하이델베르크 민속박물관(160건, 261점) 슈투트가르트 린덴박물관(673건, 1,562점), 프랑크푸르트 공예박물관(29건 35점), 뮌스터 칠기박물관(5건, 5점), 힐데스하임 뢰머 펠리체우스 박물관(28건, 28점), 바이에른 시립도서관(63건, 197점), 뮌헨 대학도서관(39건, 39점), 베를린 시립도서관(29건 29점), 하이델베르크 대학도서관(48건, 48점), 함부르크 대학도서관(56건, 56점) 베를린 동아시아박물관(103건, 111점), 괴팅엔 대학도서관(1건, 1점)

한국문화재는 어떻게 독일에 오게 되었나?

일반적으로 약소국의 문화재의 반출은 대부분 전쟁과 식민통치를 통해 이루어지곤 하였다. 그러나 독일로의 한국문화재 반출은 외교관, 선교사, 무역상들의 개인적 수집에 의해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구한말과 대한제국시기 독일외교관으로 활동한 묄렌도르프(Paul Georg von Möllendorff)는 나막신 도자기 의상 악기 등 당시의 생활용품을 대거 수집했다. 이 가운데 418점을 1883∼1884년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 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묄렌도르프가 1883∼1884년 박물관과 교환한 서신들을 보면, 모두 15개 항목으로 나눠진 목록표가 등장한다. 항목에는 무기류나 필기구는 물론이고 주거용품 화장용품 주방기구 심지어 아이들 장난감도 올라 있다.

다음으로는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노르베르트 베버 초대 총아빠스를 들 수 있다. 그는 1911년과 1925년 한국 방문 당시 373점의 한국 문화재를 수집하였다.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의 한국 문화재 수집은 다음호에 자세히 다루도록 한다.

상인들이 의한 수집으로는 쟁어와 마이어를 들 수가 있다.

함부르크를 무대로 활동한 독일 상인 쟁어(H. Sanger)는 1902년 한국 유물 1천250여 건을 구입 함부르크 민속박물관에 기증하였고, 이 것이 함부르크민속박물관 한국 컬렉션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에두아르 마이어(Heinrich Constantin Eduard Meyer)는 1889년 함부르크에서 열린 산업박람회에서 한국 물품을 전시하였으며, 1894년에는 함부르크의 공예박물관에서 한국 유물전시회를 개최하였다.

현재 함부르크민속박물관에는 세 차례에 걸쳐 기증된 949개 이상의 마이어 컬렉션 유물이 소장 되어있다.

이외에도 도난 문화재의 유통, 기증, 선물, 구입에 의한 취득으로 한국 문화재가 독일에 반출되었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