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30년 (16)
구동독 재건 프로젝트④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독일 통일은 외교적 노력과 흡수통일이라는 정치적 결단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1990년 10월 통일 이후에 정치, 행정 부분의 통합 작업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반면에 경제 통합과 구 동독지역 재건 사업은 상당한 어려움이 대두되었다.

구 동독지역 재건(Aufbau Ost) 프로젝트는 구 동독지역 주민들의 구 서독지역으로의 대량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독일 통일기금(Fonds Deutsche Einheit), 통일연대세(Solidaritätszuschlag), 연대협약(Solidarpakt) 등의 재원을 가지고 독일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서로 협력하여 시행하였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에서 구 동독지역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심조직으로는 신연방주를 위한 특임관(Der Beauftragte der Bundesregierung für die Neuen Bundesländer)을 두었다.

지난호까지 구 동독지역 재건 재정지원 조달방안인 독일 통일기금(Fonds Deutsche Einheit)과 통일연대세(Solidaritätszuschlag)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호는 마지막으로 연대협약(Solidarpakt)에 관해 살펴본다.


3) 연대협약(Solidarpakt)

연대협약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에 독일 통일 이후에 신연방 지역에서 발생하는 통일비용을 특별히 지원하기 위해 주정부 간 재정균형의 구도에서 지급하는 연방지원금이다. 독일 국민 개개인이 내는 세금인 통일연대세와 구별되고 이 지원금은 동독 재건(건설) 목적으로만 사용된다.

① 연대협약 I

1993년 3월 13일 독일연방정부와 주정부 총리들은 다음 사항에 합의하였다.

  • 1,607억 마르크를 마지막으로 지급하고 이 독일통일기금은 1995년부터 폐기한다.
  • 37%에서 44%로 증가한다.
  • 이로써 각 주정부 간 재정균형은 연방 평균의 99.5%까지 달성될 수 있도록 한다.
  • 5개주와 베를린은 10년 동안 연방으로부터 매년 206억 유로의 지원금을 받는다.
  • 40%까지 지방자치 단체가 부담한다.

연대협약 I은 1995년에 도입되어 2004년 연말에 종료되었다.

연대협약 I로 신연방주와 구 동독 지방자치단체들은 연방정부와 구 서독주들로부터 총 945억 유로를 지원받았다. 이 지원금은 구 동독지역의 환경폐기물을 제거하는데 사용되었고 구 동독지역의 인프라 현대화 구축사업에 쓰였고 산업시설과 주택건설 사업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② 연대협약 II

연대협약 I이 실시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구 동독지역을 구 서독지역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목적이 쉽게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결국은 연대협약 II가 연계되어 실시되어야 한다고 2001년에 합의하였다.

연대협약 II를 통해 2019년까지 총 1,564억 유로를 구 동독지역에 지원하기로 연방 하원과 연방 상원에서 결정되었다.

이 지원금은 2가지 형태로 지급되었다.

1. 카테고리 I

연방 지원보조금 형태로 주 재정균형 차원에서 지원되는 이 자금은 인프라 구조가 취약한 지역과 타 지방에 비하여 재정 상태가 열악한 지방자치 단체에 지급되며 2019년까지 총액은 1,053억 유로에 달한다.

2. 카테고리 II

연방의 기타 지원금 형태로 지급되며 2019년까지 총액은 511억 유로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 사용처에 대해서는 2006년에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카테고리 1의 사용에 대해서 많은 신연방주에서 그 목적과 용도에 부적합하게 사용된 것이 밝혀졌다. 특히 베를린은 모든 지원금을 잘못 집행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카테고리 1은 매년 액수가 결정되면 5개 신연방주와 베를린은 인구비례에 따라 분배되었다. 이 액수는 매년 베를린에는 19%, 브란덴부르크주에는 14.3%, 메클렌부르크-포어폼메른주는 10.6%, 작센주는 26.1%, 작센-안할트주는 15.7%, 튜링겐 주에는 14.3% 비율로 배분되었다.

평가

독일 연방정부는 매년 독일 통일의 현황에 대한 연례보고를 발표한다. 2019년 자료에 따르면 동독 지역의 경제지표는 상승세를 보였다. 서독 지역과 대비해 동독 지역의 경제력은 통일 직후인 1990년 43%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 75%로 올랐으며, 이는 현재 유럽연합(EU)의 평균에 근접하는 수치다. 가구당 세전 수입 역시 서독 지역 대비 85%로 나타난다. 동독 지역의 물가가 낮은 것을 감안하면 한 가구의 수입 및 지출은 서독과 동독 지역의 차이가 미미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업률 역시 동독 지역은 6.4%를 기록하며 서독 지역과 차이를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력 상승과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독 지역 사람들의 불만은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독일 연방정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독 지역 시민들의 57%가 스스로를 ‘2등 시민’으로 느끼고 있으며 통일을 성공적이라 느끼는 사람들은 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세 미만의 젊은 층에서는 2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앞서 연방정부에서 조사한 수치들을 보면 동독권과 서독권의 경제적 수준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동독 지역의 경제지표 수치를 이야기할 때 항상 ‘서독 대비’라는 조건이 붙는다는 점이다. 즉, 동독권의 경제지표는 절대적으로 평가되지 않고 ‘서독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상승했나를 보는 등 기준을 서독권과 비교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독권 사람들이 현재 얼마나 잘살게 됐는지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공식적인 보고에서 동독권의 경제력을 평가할 때 서독 지역을 기준으로 삼으며 몇 퍼센트에 미쳤는가를 발표하는 형식 역시 동독권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0년 9월 25일, 1188호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