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30년 (21)
독일통일과 신연방주 구축④

2. 통일 이후 과정

2) 신연방주 행정체제의 구축

(1) 연방행정체제 구축

통일 전 서독의 기본법에서는 국방(병무 포함), 외교, 우정, 철도, 재정, 관세 등의 업무 분야는 주가 아닌 연방의 행정권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었기때문에 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연방정부는 신연방주지역에 관련 행정기관을 설치하였다. 또한 통일 후 구동독지역에서는 과거청산 등 기존에는 없었던 행정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에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새로운 연방행정기관들이 신설되었다. 이외 연방의회는 신연방주지역 고용 촉진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구연방주지역에 있던 일부 연방행정기관들을 신연방주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결정하였다.

◈ 연방행정기관 설치 ②

동독당·대중조직재산검증위원회(Die unabhängige Kommission zur Überfrüfung

der Vermögen der Parteien und Massenorganisation der DDR)

동독당·대중조직재산검증위원회(UKPV)는 구동독 시절 존재했던 모든 정당은 물론 그 정당과 관련된 조직 및 법인 그리고 대중조직의 재산을 파악하여 확보하는 업무를 담당하던 행정기관이었다. 이 기관은 확보된 재산은 이전 관리자나 권리 승계인에게 반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으며, 확인또는 반환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공익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동독당·대중조직재산검증위원회는 연방내무부의 산하 기관이었지만, 업무에 관해서는 독립적으로 활동하였다. 동독당·대중조직재산검증위원회는 16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었는데, 정상적인 업무 활동을 위해 독일연방공화국의 형사소송법을 바탕으로 증거수집권(증인 심문, 가택수색과 압수)을 부여받았다. 또한 이 위원회는 중요 회의 때마다 16명의 구성위원 외에 신탁관리청·통일특수과제청·연방내무부 대표 등이 참가하였다.

– 구동독 국가안전부 문서관리청(Die Bundesbeauftragte für die Unterlagen des Staatssicherheitsdienstes der ehemaligen DDR)

구동독 국가안전부 문서관리청(BStU)은 구동독 정부 문서에 대한 관리를 주업무로 하는 정부기관으로, 특히 구동독 국가안전부(MfS 혹은 슈타지-Stasi)의 문서를 주요 관리대상으로 삼았다. 문서 보존의 원칙에 맞게 구동독 국가안전부의 문서를 수집·정리·보관·평가 및 관리하였고, 국가안전부가 생성·보관하는 개인 신상기록에 접근하는 것을 승인하였다.

더불어 정보유출로 인한 개인 인격권의 침해를 예방하는 것 등이 주요 업무였다. 이 외에도 통일 이전 구동독 국가안전부의 모든 행위에 대한 정치적, 역사적, 법적청산작업을 지원 및 보장하였으며, 공공기관의 업무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정보만을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베를린에 위치한 본부 이외에도 14개의 지사를 두었다.

사통당 독재청산재단(Die Stiftung zur Aufarbeitung der SED-Diktatur)

동독 사통당 독재청산재단(이하 청산재단)은 소련 점령지역(SBZ) 및 동독내 독재의 원인, 역사,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설치된 기관이었다. 이들의 주요 업무로는 사통당 독재의 부당성과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사회의 반(反)전체주의적 견해의 확산, 민주주의의 중요성 강조, 동서독 주민들의 상호 통합증진 및 공고화 등이었다.

청산재단은 그중에서도 구동독 시기 희생자집단의 활동과 소련 점령지역 및 동독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학술연구를 지원하였다. 사통당 독재에 희생되었던 인사들에 대한 상담 및 지원활동, 사통당의 부당한 독재와 비윤리적 만행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의 제작 및 배포, 다양한 행사 개최를 통한 사회적 공론화 작업에도 기여하였다.

또한 사통당에 항거했던 사람들을 찾아 표창하고 장학금을 수여하는 등의 활동도 병행하였다. 이밖에도 공산주의 독재사(獨裁史)를 연구하고, 연구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지원하였다. 그중 특히 사통당의 독재 등 독일의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기 위하여 학계와의 연계를 통한 후진 연구자 양성 업무 역시 수행하였다

(2) 지방행정체제의 구축

동독 정부는 정부 수립 후인 1952년 지방자치제를 폐지하였다. 그러나 1989년 시민혁명이 일어난 이후 통일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자 동독 국민들은 통일을 전제로 동독에도 서독과 같은 형태의 지방자치제를 도입하고 실시할 것을 결정하였다. 통일을 앞두고 동독에서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것이다.

지방행정체제 구축은 통일 전인 1990년 5월 6일 동독에서 실시된 지방선거와 동년 동월 17일에 동독 인민회의가 지방자치법을 제정하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통일 전 지방자치법의 제정으로 동독의 크라이스와 게마인데가 지방자치단체의 자격을 획득하였으며(제1조 2항), 단체장을 비롯해서 주민대표(의원)를 주민들의 직선으로 선출하게 되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들도 독자적으로 자산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재정적 독립권을 갖게 되었다.

지방선거 실시 이후 지방의 정치 엘리트들 역시 교체되었는데, 지방 정치 엘리트의 약 70% 이상이 과거 정치 경험이 없었던 이른바 정치 신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의 역설적 측면은 당시 지방 정치 엘리트의 약 30% 정도는 과거 사회주의통일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었던 사람들이란 점이다. 개혁이 시작되고 새로운 정치 체제가 구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 인사에 대한 전면적 물갈이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 주고 있다.

지방행정체제 구축에 있어 중요한 점은 이미 통일 전에 동독에서 지방자치제가 실시되었다는 점이다. 통일에 앞서 서독에서 실시하던 지방자치제를 동독에서도 미리 도입했다는 것은 통일 전 단계에서부터 통일 이후 행정체제 재구축을 위한 행위들이 추진되고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990년 10월 3일 통일 이후 각 주는 통일 전에 제정된 지방자치법은 폐지하고 다시 독자적인 지방자치법을 제정하였는데, 그 내용은 통일 전 구동독지방자치법의 내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의 조직 형태 역시 구서독 지방자치단체와 거의 동일했다. 각 주가 독자적인 지방자치법을 제정한 시기는 다음과 같다.

  • 브란덴부르크: 1993년 10월 15일
  • 메클렌부르크-포어폼메른: 1994년 2월 18일
  • 작센: 1993년 8월 19일
  • 작센-안할트: 1993년 10월 5일
  • 튜링겐: 1992년 7월 24일

교포신문사는 독일통일 30주년을 맞아, 분단으로부터 통일을 거쳐 오늘날까지의 독일을 조망해본다.
이를 위해 지면을 통해 독일의 분단, 분단의 고착화, 통일과정, 통일 후 사회통합과정을 6월 첫 주부터 연재를 통해 살펴보도록 한다 -편집자 주

1194호 31면, 2020년 11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