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와 언어를 버리지 않고 습득한 것이 사업성공의 밑거름이 되어
교포신문은 독일주류사회에 진출하여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차세대들을 만나 그들의 활동과 포부를 귀담아 듣고 함께하고자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호 주인공은 Kaufland CF음악으로 주목받고 있는 Einklang Audioproduktion GbR의 김종현 대표(41세)다.
김 대표는 독일 거주 한인 CF감독으로는 유일한 만큼 존재감이 빛났다. 김 대표는 Sebastian Röder(35살, 공동대표)와 Darmstadt 대학시절에 만나 2012년에 함께 Einklang Audioproduktion GbR을 설립했다. “초반에는 어려운 일도 많고 힘들었지만 2014, 2015년을 거치면서 회사가 크게 급성장했는데 이는 삼성전자 모바일 광고음악을 하면서부터다.
삼성 핸드폰이 새로 출시될 때마다 5년간 광고음악을 맡아서 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현대, 제네시스, 시계 등 큰 광고음악을 맡게 되어 2018년까지 정점에 다다르게 성장하였다. 그러다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어 광고음악 시장도 역시 하락세를 걷게 되었다가 최근에 회복세로 돌아서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광고음악 시장이 얼어붙을 때 함부르크에 있는 회사인 Clouds Hill Notes GmbH와 협업으로 음악을 퍼블리싱하고 이를 계기로 작곡일도 많이 하게 되면서 작곡 방면도 발전했다.
요즘에 주목받고 있는 “Kaufland CF”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SNS, 틱톡을 포함한 총 조회 수가 3000만 회를 넘어선 상태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 어워드>(2023)에서 ‘베스트미디어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전했다.
“Kaufland CF”는 ‘폭탄세일’이라는 한글자막 액센트를 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발랄하고 경쾌한 음악과 세련된 몸동작으로 이어지며 시선을 집중시키고 군데군데 터지는 한글 자막이 인상적이다. 화려한 춤사위 사이로 상품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Kaufland의 특징인 다양한 상품과 편안한 쇼핑을 호소하지만 예술적 연결점을 잊지 않는다.
김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상기하면서 “2022년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음악 컨벤션 <Reeperbahn Festival>에서 여러 사람들과 교류, 소통하다가 Kaufland 광고를 맡은 독일 감독을 만나게 되었다. 독일인 감독이 K-POP 광고를 하고 싶다고 했고 한국인 감독인 김 대표와 만나게 되었다.
거기서 만난 인연으로 곡 3개를 써서 쟁쟁한 다른 회사들과 경쟁 입찰을 해서 Einklang Audioproduktion GbR이 선택의 영광을 안게 된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김종현대표는 “일반적으로 광고음악을 만들 때는 광고주에게 거의 모든 권한이 있는데 이번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경우로 광고주가 김 대표를 믿고 창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가사를 제외한 음악에 대한 모든 권한을 넘겨주어서 재능을 더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Kaufland 광고주가 Kaufland 광고 제작을 해달라는 요청으로 “어머나(omona)”(Sebastian & 종현)라는 그룹을 만들어 “Watch Out For The K”라는 곡을 만들었다. 이어 아이돌 연습생이 랩을 하고 독일 가수 1명과 가수 겸 보이스 코칭 1명인 총 3명(Louisa Laos, Judy, Sua)이 피쳐링을 하고 곡이 완성된 후 JX그룹이 댄스를 완성시켜 광고주의 승낙을 얻게 되었다.
이런 과정으로 “어머나”가 Kaufland 광고를 탄생시켰다. 광고뿐 아니라 “Watch Out For The K” 곡으로도 발매되어 멜론, Spotify, Apple Music, Amazon Music, Deezer, SoundCloud, TIDAL 등에서 풀버전으로 들을 수 있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어머나”라는 그룹명은 전 세계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친근감 있는 한글의 감탄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의 미를 돋보이게 하고자 했으며 처음에는 한글 가사를 많이 넣으려고 했는데 광고주가 한글 가사를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이 있었다.
예를 들면 ‘폭탄세일’ 같은 말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로의 노력으로 합의점을 찾아 한글 삽입을 많이 하게 되었다. K-POP의 세계적인 특징을 보유하면서도 한국적이며 또한 트렌디하게 만들려고 했다.
일반적으로 광고주는 광고필름을 만들 때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려고 하고 상업화시키기를 원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아티스트에게 자유로운 권한을 주고 촬영감독도 CF감독이 아닌 영향력 있는 뮤직비디오 감독이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결과로 상업 필름이 아닌 뮤직비디오 같은 CF가 나오게 되었다.
유럽 내 6개국에 상영되었고 독일, 폴란드, 불가리아에서 핫한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음악이 K-POP 팬에게 잘 전달되어 상업적이라고 비판받기보다 예술성을 인정받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어 기쁘고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Sebastian Röder(35살) 대표는 Cuxhaven에서 출생했으며 Darmstadt 대학 다닐 때 만나게 되었다. 13세부터 힙합계에서 DJ를 했으며 천재적 재능이 있어서 16세부터 음악을 만들어 힙합 언더계에서 음반을 많이 내었다. 둘이 만난 이후 오케스트라 프로듀싱 작업을 해왔다. 모든 프로듀싱을 할 수 있고 빠르고 엔지니어링에도 천재적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인이지만 한국인의 ‘빨리’ 특성을 파악하여 잘 따라오고 삼성과 일할 때도 밤샘 작업을 잘 소화하여 고맙게 생각한다”고 김 대표가 언급했다.
Sebastian Röder 대표는 “음악을 하려면 음악만 잘해서는 안 되며 인스타그램, 틱톡 등 트랜드를 따라가야 되고 사업자 마인드와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으며 김 대표도 이에 동의한다고 뜻을 전했다.
김 대표는 “독일주류사회에서의 광고음악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많은 글로벌한 독일 회사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성원에 대한 연결고리가 없어서 광고필름 한 개를 제작할 때마다 구성원을 새로 모아서 입찰에 응해야 하는 게 힘든 점이다”라고 하면서 이어서 “정글 같은 광고음악계에서 살아남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교포 2세라서 얻는 강점도 있다. 김 대표는 한국문화와 언어, 독일문화와 언어를 둘 다 이해하고 있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두 문화와 언어를 조율할 수 있는데 이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해왔다. 광고음악계는 글로벌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전 세계 감독들과 교류할 수 있고 인종차별이 없다. 또한 K-POP시장이 커지면서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한국인을 좋게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
음악으로 성공하려면 음악을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즐겨야 한다. 24시간 내내 음악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어려움도 극복해야 한다. 성공이 단시간 내에 되는 것이 아니다. 언뜻 보면 회사 설립 후 빠르게 성장하고 성공한 거 같지만 13살 때부터 음악을 한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했다고 음악으로 성공하는 것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되고 오기와 끈기를 가져야 한다”며 다부진 미소를 지었다.
김 대표는 “한국문화와 한글을 잊지 않고 쓸 수 있게 해 주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잇는 중요한 연계로 부모님이 도움이 되었으며 이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한글학교 조인학 선생님(현 교포신문 편집장) 가르침 덕분도 있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더불어 “두 문화 사이에서 살면서 정체성에 대한 생각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포기하지 않았기에 글로벌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뒷받침이 되었다. 한국문화와 언어를 버리지 않고 습득한 것이 강점이 되어서 사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또한 힘겨운 과정을 지나 찬란한 결실을 맺게 되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김미연기자 my.areist@daum.net
1325호 10면, 2023년 8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