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감독 매튜 “독도는 당연히 한국 땅인데
···시위 보고 놀라 ‘독도 다큐영화’ 찍었다”

독도를 주제로 한 다큐 영화 <아버지의 땅>이 만들어졌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미국인 매튜 코슈몰 감독(34)이다. 2014년 첫 촬영에 들어가 이번 달 모든 작업이 끝난다. 이 영화는 올 하반기 한국과 세계 각지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매튜 감독은 영화를 찍기 위해 독도 7번, 울릉도에 10번을 다녀갔다. 편집기간만 꼬박 5년이 걸렸다. 매튜 감독은 19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식민지 이야기들과 세대간 트라우마들로 얽힌 복잡한 주제들을 탐구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살고 있는 그는 영화 제작자이면서 세인트 에드워드 대학 교수다. 미국 국립과학재단 지원으로 남극 고생물학 탐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미국 의회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그의 남극 공룡에 대한 영화는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에서 현재 상영중이다.

“10년전 한국에서 3년동안 살았어요. 서울에서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치는 집회를 봤지요. 한국 땅인데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것에 깜짝 놀라기도 했고, 의문이 들더군요. 당시엔 한국인들의 일제강점기 트라우마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알지 못했어요. 이후에 독도와 일제강점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지요.”

그는 독도가 본토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작은 섬이지만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를 함축해 놓은 땅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국인들에게 독도는 단순한 영토분쟁을 넘어서 있는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독도를 통해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어요. 일본으로 끌려간 수많은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것도 담겨져 있지요. 남자들은 보수도 없이 광산에 보내졌고, 여자들은 성 노예로 끌려갔죠.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영화제작자로서 탐구 욕구가 분출돼 영화를 찍기 시작한 겁니다.”

<아버지의 땅>은 두 사람의 이야기다. 영화에 나오는 농민 노병만씨(56)는 8년째 일본에 건너가 “독도는 한국 땅”이라며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일본 국회 앞 등에서 벌인 시위가 40회가 넘는다. 또 다른 주인공 최경숙씨(55)는 독도 첫 주민인 고 최종덕씨 딸이다. 섬에서 12년동안 자라고 살아왔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비를 털어 투쟁하는 모습에 감명받았어요. 한국 농부는 일본에서 시위하느라 고추농사로 번 자신의 소득 대부분을 쓰고 있었어요. 부친이 일본 광산에서 노예로 일하고 돌아와 병마와 싸우다 숨졌다는 치욕에서 시작된 것이죠. 최경숙씨는 독도의 딸이에요. 지금 그는 가정을 꾸리고, 독도 최종덕기념사업회를 운영하며 독도의 근대사를 알리고 있죠. 이 가업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려고 하지만 자녀들은 힘들어 하는 형편입니다.”

그는 이 영화가 영토 분쟁 문제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의 관점, 구체적으로 노씨와 최씨의 관점에서 독도를 바라보는 관찰 다큐멘터리라고 했다.

“저는 양국의 영토 분쟁에 대해 이야기 할 권한은 없어요. 하지만 <아버지의 땅>을 제작하는 동안 제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에게서 진실된 아픔을 봤어요. 일본 정부가 아직도 강제징용된 한국 남자들이 ‘바우처’를 받았다는 이유로 노예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위안부로 끌려간 한국 여성들이 사실은 자원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탄스럽죠. 이 영화가 일본 정부의 뻔뻔함과 한국인에 대한 공감부족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일본에서 촬영하는 동안 어려움도 겪었다. 일본 경찰들이 카메라 시야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노씨 주변엔 항상 경찰들이 붙어 다녔는데 촬영팀도 예외없이 관찰대상이었다. 하지만 실제 난관은 일본이 아닌 한국이었다. 영화가 과거사를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과 관련 있다면 독도 촬영을 허가할 수 없다는 한국 정부 방침 때문이었다. 그는 가까스로 허가를 얻어 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했다.

“이 영화를 전 세계에 개봉하기 위해 각종 영화제에 참여할 생각이에요.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신청서를 냈습니다. 극장 개봉을 위해 한국과 미국 배급사도 물색 중이지요. 대학교 교육 투어도 펼칠 작정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땅>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게 한 뒤 한국에 들어와 영원히 살 것이라고 했다. 촬영하며 울릉도 바닷가에서 먹었던 오징어내장국과 명이나물이 그립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2019년 8월 23일, 1136호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