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7배 확장한 새 ‘영토·주권 전시관’ 1월 20일 개관

독도 등 영유권 놓고 ‘일 vs 한·중·러’ 외교 갈등 커질 듯

일본이 도쿄 도심에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 3국과의 외교적 갈등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의 ‘영토·주권 전시관’을 내주 열고 일반 관람객을 맞기 시작한다.

1월 14일 이 전시관을 관장하는 일본 총리실 직속의 내각관방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에 따르면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가스미가세키(霞が關)에 있는 도라노몬(虎ノ門) 미쓰이(三井)빌딩으로 이전하는 ‘영토·주권 전시관’의 개관식이 오는 20일 오후 5시 열린다.

새 전시관은 개관식을 거쳐 이튿날인 21일부터 무료로 일반 관람객을 받는다.

일본 정부는 한국, 중국, 러시아와 각각 영유권을 놓고 대립하는 독도(일본명 다케시마·竹島),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이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는 선전·홍보 활동을 강화할 목적으로 2018년 1월 25일 지요다구 히비야공원 내의 시정(市政)회관 지하 1층에 100㎡ 규모의 ‘영토·주권 전시관’을 열었다. 그러나 전시관이 지하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전시 공간이 비좁은데다가 내용도 빈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2년 만의 확장 이전을 결정했다.

전시관의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매월 3번째 토요일을 제외하고 평일에만 운영한 기존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 수가 지난 2년간 총 1만1천 명 정도라며 애초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각관방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은 지난달 20일 기존 전시관 운영을 중단하고 본격적인 이전 작업에 착수했다.

오는 20일 개관식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새 전시관은 지하철 긴자(銀座)선 도라노몬역에서 걸어서 1분 이내 거리로, 기존 전시관에 비해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주변에는 총리 관저, 국회의사당과 주일미국대사관 등 주요 시설이 밀집해 있다.

지하에서 벗어나 지상 1, 2층에 마련되는 새 전시관은 1층(487.98㎡), 2층(185.19㎡)을 합쳐 673.17㎡로, 종전 전시장의 약 7배 규모로 커진다.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이 작성한 전시관 배치도와 주요 전시내용을 보면, 정면 입구를 기준으로 1층 왼쪽부터 쿠릴 4개 섬(북방영토), 독도, 센카쿠열도 순으로 3개의 상설 전시공간이 조성된다.

상설 전시관 중앙에 자리 잡는 독도 전시공간에는 에도(江戶)시대 이후 일본인의 강치 잡이 등 활동상, 메이지(明治) 시대 등의 행정관리 실태 자료,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초안 작성 당시의 독도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한국 주장에 대한 반론 자료 등이 전시·소개될 예정이다.

새 전시관은 관람객들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존의 전시패널과 함께 동영상, 프로젝션(영사장치), 디오라마(투시화), 도표, 증강현실(AR) 등을 활용하는 데 한층 역점을 뒀다.

1층에는 독도 등 3개 영역으로 특화된 전시공간 외에 일본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도서 등 출판물을 보거나 관련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코너와 일본 정부·지자체의 관련 조직 및 보도자료 등을 소개하는 공통공간이 조성된다.

1층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복층 형태인 2층에는 영상실과 기획전시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공간이 마련된다.

새 ‘영토·주권 전시관’은 관람객들이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종전과 달리 월요일에 쉬고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문을 열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독도 등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새 ‘영토·주권 전시관’을 개장하면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도 반발하면서 외교적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영토·주권 전시관’ 확장 개관을 강하게 문제 삼을 경우 올 4월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일에도 영향을 주는 등 양국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2018년 1월 일본 정부가 ‘영토·주권 전시관’을 연 당일에 대변인 명의의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즉각적인 폐쇄를 요구했으나 일본 정부는 일축했다.

독도상설전시관일본 7배 키울 때 한국은 예산 0

서울 광화문 인근에 독도를 알리는 상설 전시관이 다음 달 문을 열지만 전시관을 조성할 예산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전시관을 7배 규모로 늘려 도쿄 도심 한복판에 문을 여는 것과 견줘 보면 우리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월 13일 교육부와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지하 전시 공간인 광화랑이 다음달부터 ‘독도상설전시장’(가칭)으로 재단장해 문을 연다. 재단이 서울시로부터 3년간 전시공간 무상사용을 허가받아 2022년 9월까지 광화문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독도를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전시장 조성에 필요한 예산은 정부로부터 단 한 푼도 배정받지 못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재단과 교육부는 전시 공간 리모델링과 콘텐츠 제작 및 프로그램 개발, 홍보물 제작 등에 3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전시 공간 무상 사용 승인이 지난해 7월에 결정되면서 한 달 뒤 확정된 교육부의 2020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간 뒤 여영국 정의당 의원과 바른미래당 이찬열·임재훈 의원. 더불어민주당 조승래·박찬대 의원이 증액 의견을 제시해 국회 교육위원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반영됐으나 전액 삭감된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시장은 예정대로 운영되지만 재단의 독도체험관 예산(약 6억 8000만원) 등을 쪼개 활용해야 할 처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단 독도체험관(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 지하 1층)은 서울역에서 다소 떨어져 있지만 광화문역은 유동 인구가 많아 예산을 증액 받아 전시장을 알차게 꾸밀 계획이었다”면서 “주어진 여건 안에서도 안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1월 17일, 1154호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