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강제편입 100년 맞아 만든 ‘다케시마의 날’

1965년 한일협정 체결 이후 일본은 한동안 독도와 관련한 도발을 자제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고 한국에서 쫓겨간 뒤 20년 만에 미국의 종용에 따라 양국이 우여곡절 끝에 국교를 재개한 상황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이 파악하는 국제정세와 외교지침을 담은 외교청서(靑書) 1971년 판(版)에 “한국의 다케시마 불법 점거에 대해 항의했다”는 구절이 들어갔다. 그 이전에 간행된 외교청서에는 “다케시마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제의했으나 한국 측이 거부했다.” “양국 간 분쟁(다케시마 포함)은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먼저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이것에 의해 해결할 수 없는 경우는 조정에 의해 해결한다.”는 구절이 있었지만 ‘불법 점거’라는 표현은 처음이었다. 이후 일본 외교청서는 계속 ‘한국의 독도 불법 점거’를 강조했다. 그러다가 1990년 판부터 “다케시마는 법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표현을 바꾸어 오늘에 이른다. 아베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한국의 불법 점거’라는 표현을 다시 넣어서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을 이중으로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안보전략을 담은 방위백서(白書)도 1978년 판에 ‘북방영토 및 다케시마 문제’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년 동안 독도에 관한 기술이 없다가 1997년 판부터 다시 ‘북방영토와 다케시마 등의 여러 문제’라는 표현이 매년 들어갔다. 그리고 2005년 판에는 ‘우리나라 고유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의 영토 문제’라고 해서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표현이 추가되었다.

2005년 판 방위백서의 이 같은 변화는 이 해에 일본 시마네 현(縣)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는 등 독도 영유권에 관한 일본의 공세가 강화된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 시마네 현 의회는 2005년 3월 매년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일본이 꼭 100년 전인 1905년 2월 22일 독도를 일방적으로 시마네 현에 편입시킨 사실을 기념하는 것이었다.

조례는 제1조에 “현민(縣民), 시정촌(市町村) 및 현(縣)이 일체가 돼 다케시마의 영토권 조기 확립을 목표로 하는 운동을 추진, 다케시마 문제에 대한 국민 여론을 계발하기 위해 ‘다케시마의 날’을 정한다”고 밝혔다.

이 취지에서 알 수 있듯이 ‘다케시마의 날’ 제정은 독도 문제가 일본이 러시아와 영토 분쟁 중인 북방영토(쿠릴열도의 남쪽 4개 섬)와 달리 일본 국민의 관심이 높지 않다는 데서 시작됐다. 1981년 일본 정부가 매년 2월 7일을 ‘북방영토의 날’로 지정하자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 의회에서 ‘다케시마의 날’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독도 강제편입 100주년을 앞두고 독도를 되찾기 위해서는 상징적인 기념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탔다.

매년 2월 22일 시마네 현민회관에서 현(縣) 지사(知事)와 의원,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는 단순한 지역행사가 아니다. 도쿄에서도 ‘일본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영토의련)’ 소속의 국회의원이 내려오고, 전국 각지에서 우익인사가 모여든다. 일본 정부도 2013년부터 매년 외무성의 차관급 정무관을 참석시키는 등 사실상 국가적인 규모의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2012년 4월에는 일본 국회 옆에 있는 헌정기념관에서 ‘다케시마·북방영토 반환요구 운동 시마네 현민회의’가 열렸다. 도쿄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해 독도 문제를 일본 전역에 알리겠다는 취지를 내건 이 행사는 이후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돼 일본 의회에서는 ‘다케시마의 날’을 ‘북방영토의 날’처럼 전국적인 기념일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독도 문제는 일본의 교과서에도 실려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일본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처음 기술돼 논란을 일으킨 것은 2002년 검정을 통과한 명성사의 고등학교 일본사 교과서였다. 이 교과서는 “시마네 현의 독도는 한국에 의해 불법 점거되고 있다”고 썼다. 2014년 다시 개정된 중학교·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은 독도 문제에 대해 한층 강화된 내용을 담았다. “다케시마는 우리나라의 고유 영토이나 한국에 의해 불법 점거되고 있고, 한국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항의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정확하게 다룰 것” “우리나라가 국제법상 정당한 근거에 기반하여 다케시마를 정식으로 영토에 편입한 경위도 언급할 것” 등이었다.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한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이 문제가 하루 이틀에 끝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장기전 태세에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일본의 독도 도발에 사안별로 대응하는 것과 함께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1183호 35면, 2020년 8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