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광장 (1)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는 어떤 도시일까?

한여름에는 작열하는 태양이 도시한복판에서 이글거리며 한때 빛났던 문화예술을 고스란히 간직한 제국의 수도 로마. 16세기 문예부흥의 중심지이며 17세기 교황령의 중심지로서 이탈리아 바로크의 발생지였던 교황의 도시 로마.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건물에서부터 길모퉁이 발길에 채이는 돌부리까지 모든 것이 문화제 아닌 것이 없는 가톨릭의 성지. 어떤 이들은 로마를 돌덩어리뿐인 곳이라고 말하지만 알고 보면 그 돌들이 어디 보통 돌일까?

고대 고전의 든든한 뿌리에 굵직하고 반듯한 르네상스의 튼튼한 줄기를 갖추고 화려한 바로크의 꽃을 피운 거목 로마.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기도 하고 다녀온 후에는 늘 다시 갈 것 을 꿈꾸는 모든 유럽인들의 고향 로마. 그런 로마를 방문하게 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광장과 분수이다. 특히 바로크시대에 수없이 만들어진 분수중에서 가볼만한곳 첫 번째로 꼽을곳이 있다면 나보나 광장이다.

로마의 3대분수중 하나인 4대강의 분수(Fontana di Fiumi)를 오빌리스크와 함께 품고 있는 나보나 광장은 베네치아 광장에서 북쪽으로 벋은 코루소 거리와 테베레 강 사이에 위치한다. 광장에 있는 3개의 분수중 오빌리스크를 받치고 있는 중앙의 분수는 일찍이 교황 우르바누스 8세(Urbanus8세, 1624-1644)에게 발탁돼 1600년대 중반 이탈리아 바로크의 전성기를 이끌어간 지안로렌초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 1598-1680)가 후임교황 이노센트 10세(Inocenzo10세, 1644-1655)의 명을 받고 만든 역작이기도 하다. 이 분수는 세계 4대강(나일 강, 갠지스 강, 라플라타 강, 다뉴브 강)을 상징하는 4명의 인물들이 각기 다른 역동적인 동작을 취하면서 힘차게 뿜어 나오는 물줄기와 어우러져 있다. 오빌리스크는 힘찬 조각과 세차게 뿜어 나오는 물줄기와 더불어 광장에서 시선을 끄는 중심역할에 부족함이 없다.

로마제국은 예부터 물 사용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유럽대륙에서 로마 제국 때와 비슷한 정도로 물을 쓸 수 있게 된 것이 17세기에 이르러서였다고 한다. 순수한 자연낙차를 이용하여 도시 외곽의 수원지에서 로마 시내까지 물을 운반했는데 그 종착역에는 대부분 아름다운 분수를 만들어 도시미관도 살리고 이용하기에 편리하게 만들었다. 그때 사용한 수도관을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다니 가히 놀랄만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로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수가 있는 곳이 나보나 광장이다.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구시가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광장. 낮보다 저녁에 더 관광객들과 젊은이들로 북적대며 활력이 넘치는 거리인 나보나 광장은 12월 초부터 1월 초까지는 크리스마스 장식물들과 노점상들로 가득 메우곤 한다. 중세시대에는 이 광장의 한쪽에 물을 채우고 물놀이와 보트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중앙의 분수 외에 광장에는 또 다른 분수가 있는데, 북쪽에는 네투노분수(Fontana di Nettuno, 바다의 신), 남쪽에는 모로 분수( Fontana del Moro, 무어인의 분수)가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중앙의 분수 폰타나 디 피우미(Fontana di Fiumi)라는 4대강의 분수다. 여기서 Fiumi는 강이라는 뜻이며 영어의 Flume와 어원이 같고 또 Moro는 주로 모로코에 살던 이슬람교도를 뜻하는 Moor를 나타내며 Nettuno는 라틴어로 넵투누스 Neptunus 이다. 그리스 신화의 포세이돈 Poseidon에 해당하며 바다의 신이다.

400여 년 전부터 이 분수는 이 지역 주민에게 중요한 상수원 역할을 하면서 한여름에 도시를 걷던 행인의 열기를 식혀주기도 하고 행인과 함께하는 말들이 물을 먹기도 하는 곳이었다. 지금도 로마를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들이 분수 주변의 광장에서 쉬면서 과거 바로크의 향기를 느끼기도 한다. 이 광장은 진입로가 좁아 관광객용 버스가 진입하지 못해 패키지여행에서 간혹 빠지기도 하지만 꼭 한번 들러볼 가치가 있다. 그 까닭은 베르니니의 바로크양식의 분수도 중요하지만 광장과 광장의 중앙 서쪽에 면한 성 아그네스성당 때문이다. 이 나보나 광장 터는 이미 로마시대부터 잘 정리된 경기장터였다. 광장터는 길게 뻗은 직사각형같지만 끝은 둥글게 라운딩처리된 전형적인 경주장모양이다. 항공촬영한 사진장면을 보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왜 이런 모습이어야만 했을까? 영화 벤허에서 4두전차가 달려가다가 코너에서 도는 장면을 생각한다면 이 나보나광장터가 끝이 왜 둥근지는 쉽게 이해되며 바로 이 장소가 전차경기를 위한 터였다는 것을 실감하게한다. 그런데 바로 이 자리에 성 아그네스 성당이 세워졌다.

이탈리아 바로크의 최고 건축가인 베르니니와 쌍벽을 이루었던 프란체스코 보로미니(Francesco Borromini, 1599-1667)의 작품이기도 한 이 성 아그네스성당(Sant, Agnese in agone, 죽음의 고통에 빠진 성 아그네스)은 로마시대 순교한 성 아그네스를 기념하기위한 성당이다.

그림1) 북쪽에서 바라본 나보나광장과 넵툰분수
그림2) 나보나광장의 공중촬영 장면. 전차경기장터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최초 경기장터가 마련된 시기는 로마의 도미티안 황제시절임.
그림3) 기원전 오빌리스크와 함께 있는 4대강의 분수

2020년 2월 28일, 116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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