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들과 함께한 한국문화탐방 (1)

최 완
(21세기 한민족문화포럼 대표)

21세기 한민족문화포럼에서는 독일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기 위하여 지난 2019년 10월10일부터 22일까지 11박 13일간의 기간을 가지고 ‘한국문화탐방’을 다녀 왔습니다.

한국문화탐방은 한민족정신문화와 전통문화의 근간(根幹)이 되는 무속문화, 유교문화, 불교문화 등을 통해서 한국인의 문화의식으로 배어있는 생활문화 등을 보고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21세기 한민족문화포럼이 지향하고 있는 활동목적에는 두 가지의 중요한 사업이 있습니다.

그 첫째 사업은, 한민족 차세대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깨닫게 하여 그들의 미래에 부닥칠 수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며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입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우리민족 정신문화와 전통문화를 보고 느끼며, 동화되며 자기개발에 독창성을 유발하는 Motivation을 발견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한국에 대한 기초지식이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역사나 문화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입장에서 보는 한국의 문화가치에 대한 느낌은 피상적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초지식을 갖춘 입장에서 보는 한국문화는, 보는 눈에 긍정이 있고 느낌으로 다가오며 감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 조국의 문화를 가슴으로 받아드리며 비로서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본 포럼에서는 그러므로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지식을 종합한 “한국, 한국인을 말하다”를 한국어 판, 독일어 판, 영어 판으로 출판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금년 내에 한국과 독일, 그리고 세계 한인사회에 3개 국어 책이 동시에 소개될 것입니다. 앞에 서술한 바와 같이 우리 자녀들에게 이 책을 읽게 하며 한국문화탐방을 하도록 순차적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업은, 문화행사를 개최하며 독일인과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체계 있게 소개하는 한 편,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탐방’을 독려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가 최근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대한민국이, 국가 신용펑가(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서 독일, 스위스, 덴마크 등이 받은 1등급 11개 국가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미 선진국대열에서도 선두주자 위치에 선 것입니다.

2021년 6월에 영국에서 개최하는 최상위선진국들의 모임인 G7국가정상회의에 대한민국이 초청된 것은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들은 아직도 스스로가 작다고 하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이제는 당당해질 때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짧은 기간 내에 경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본래 하나님께서 자신의 자손인 한민족(韓民族)에게 주신 민족특성인 기질에 의한 것입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끈기에 창조력을 더하는 기질에 기인한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경제력평가에서 선진국이라면, 문화차원에서도 일찍부터 정신문화 선진국이었음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합니다.

7000년 전부터 이미 인본주의로 서로에 평등관계를 바탕에 둔 세계관이며 인류보편적인 가치관인 ‘홍익인간’이념이 뿌리를 내린 정신문화선진국이라고 하는 것을 알려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홍익인간’정신을 발휘하며 세계가 꿈꾸는 “Korean Dream”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이러한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하여 이번에 우리 포럼이 처음으로 실행했던 독일인 ‘한국문화탐방’이 우려와 함께 조심스럽게 시작되었던 것이었으나 의외로 좋은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한국문화탐방 진행과정에서 감동으로 점철되었던 내용들을 여러분에게 보고하려면 많은 지면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이를 억제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준비하는 마음과 정신이, 그 시작과 결과를 말해줄 수 있기 때문에 여행준비과정부터 한국문화를 보았던 이 들의 눈과 마음과 느낌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 이전에, 이번 한국문화탐방의 결과를 잘 알 수 있는 사건이 종 파티에서 일어났었기에 그 내용을 먼저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러한 감동이 다시 온다면

여행일정이 서울에서 끝나기 전날인 10월 21일에 있었던 장면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Citytour Bus관광의 마지막 방문지점인 남대문시장에서 쇼핑을 한 후에 전철을 타고 압구정동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각자 손에 든 쇼핑 물을 호텔 방에 들여놓고 로비에 모였다. 모두들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종 파티를 하자고 제안하니까 환호하는 분위기가 되며 이미 피로감은 없어진 것 같이 기대감으로 밝아진 표정들이 되었다.

우리는 호텔 건너편에 있는 어제 밤에 식사했던 대중식당으로 들어갔다. 마치 우리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우리가 둘러앉기에 알맞은 식탁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 식당메뉴는 청국장,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된장찌개, 생선 매운탕, 돼지삼겹살구이 등 전형적인 한국전통음식메뉴였다.

나는 “여러분”하고 조용하게 하며 “이 시간은 한국여행을 마무리 하는 날이며 한국음식도 마지막으로 먹는 시간입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에게 대접하고 싶은 메뉴는 돼지삼겹살구이입니다. 그렇지만 그 외에 여러분이 원하는 음식이 있으면 더 주문해도 됩니다. 이 시간은 마음껏 먹고 마시는 여러분의 시간입니다. Alle frei! 입니다.” “Wua!”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이미 분위기는 들뜨기 시작했다.

나는 모두를 위해서 삼겹살구이를 주문했다. 그런데도 독일 친구 중 한 사람은 순두부찌개를, 또 한 사람은 김치찌개를, 또 다른 사람은 생선매운탕을 추가로 주문했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에 맥주, 소주, 막걸리 등 주류가 먼저 나왔다. 우리는 각자 원하는 술을 한잔씩 따라 손에 들고 다 같이 ‘축배’하며 서로 잔을 부딪치며 파티의 출발 신호를 울렸다.

곧 이어서 밑반찬과 삼겹살구이 불판이 군데군데 배치되며 놓여졌다. 금세 달아오른 구이 판에 올려진 도톰한 삼겹살이 지글지글 구워지기 시작했다. 한 편에서는 옹기그릇에 보글보글 끌며 나오는 찌개종류가 주문한 사람의 앞에 놓여졌다. 삼겹살이 어느 정도 구워지니까 종업원 아주머니가 가위로 먹기 좋을 만큼의 크기로 삼겹살을 잘라 주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것이 침샘을 강하게 자극했다.

아무리 먹기가 바빠도 절차가 있는 법이다. 삼겹살은 쌈을 싸는 것이다. 자그마한 대바구니에 상추, 깻잎, 부추가 수북이 나왔으며, 오목접시에는 풋고추, 생마늘이 또 다른 접시에는 된장 그리고 새우젓도 나왔다. 독일 친구들도 쌈 싸는 것을 이미 두 번은 체험했으니까 문제없으리라 믿고 그냥 각자 먹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깔깔대는 웃음이 터졌다. Herr S.가 삼겹살 쌈을 입에다 집어넣다가 삼겹살이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쏟아져 나온 것을 옆 사람이 본 것이다. 아직은 훈련이 덜 된 것이었다.

안 되겠다 싶었던지, 내 아내는 쌈 싸는 순서와 먹는 요령을 보여주었다. 이내 방법을 익힌 이들은 쌈을 싸서 먹는 것이 재미있는지, 볼 태기가 터지도록 입에다 꾸겨 넣으며 눈알을 위 아래로 부라렸다. 삼겹살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 편으로 생선매운탕을 시킨 친구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생선매운탕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먹고 있었다. 그는, 생선 매운탕은 한국에서 밖에 먹을 수 없는 것을 아는지 끝장 볼 모양이었다.

또 다른 친구 Herr G.는 소맥(맥주에 소주 섞음)이 그렇게도 좋았던지, 그의 아내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연상 잔을 비우고 있었다. 사랑의 표현인 듯 눈총을 연신 쏘아대는 그의 아내를 바라보는 나는, 그녀 역시 건강을 염려한답시고 남편을 통제하는 지엄한 중년나이의 아내들 중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었다.

우리들의 파티가 한참 무르익어갈 무렵이었다. 모두가 떠들썩하며 그 동안 여행 중에서 일어난 일들, 보고 느낀 점들을 이야기하며 속내를 들어 내 놓고 있는구나 싶더니 갑자기 Frau D.가 “친구 여러분 잠깐만” 하며 주위를 환기시키며 “ Frau Choi, Herr Choi “하고 우리 두 사람을 자리 앞으로 불러냈다. 그러면서 “우리가 두 분에게 감사하는 카드를 썼습니다, 읽어보세요” 하며 한지(전주에서 산 韓紙같았다)로 만들어진 예쁜 봉투를 나에게 건네 주었다.

나는 어리둥절하며 받아 든 봉투를 열어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도톰한 금일봉과 함께 A5 용지 두 장에 깨알같이 쓴 편지가 들어 있었다. 한국문화탐방에 대한 감동을 피력한 내용이었다.

다음과 같이 그 내용을 번역하여 여러분과 같이 공유하고 싶다.

“ Meine liebe Frau Choi und lieber Herr Choi, 우리에게 환상적인 경험을 안겨 준 한국에서의 여행이 벌써 끝난다고 생각하니 매우 섭섭한 감정입니다. 우리의 여행일정 동안 가는 곳마다 친절한 한국 사람들을 만나며 경험했던 일들을 우리들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더욱이나 당신 두 분 덕분에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많은 역사가 담겨있는 궁궐건축예술, 엄숙하고 경건한 불국사와 종묘건축예술, 문화재, 하회마을에서 만났던 탈춤공연,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있었던 수준 높은 민속음악공연, 국악원 남사당놀이 공연, 진안 향교에서 가졌었던 ‘유교제례실연”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음식도 여러 가지를 먹어 볼 수 있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가 여행을 많이 했었지만 가장 아름답고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가지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편지말미에는 8명(우리부부 외)이 서명을 했습니다.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나는 danke schoen, Vielen Dank 하고 인사를 하니까, 이들은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다.

이들은 은퇴한 선생님 세분, 독일남편을 가진 한국여성 세 분, 독일인 부부 한 쌍 이었습니다. 비록 11일간의 짧은 기간의 체험이었지만 이 기간을 통해서 한국문화를 보고 체험하며, 한국을 많이 이해하게 되며 확실한 한국의 친구가 되어버린 이들을 보았다.

일년 반이 지난 지금도 멀리 있는 분들에게 전화를 한다거나, 교회에서 만나는 우리교회 장로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이었다고 하며 기억들을 거듭 되살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우리 포럼이 지향하고 있는 “한국문화탐방” 계획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생각하며, 이러한 감동이 다시 반복되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진정한 친구가 된 이들에게, 제 아내는 김치가 코로나예방에 효험이 있다고 하며 원하는 교인들에게 때때로 김치를 담가서 전해주는 것을 보람으로 알고 있다.

한국문화탐방을 위한 준비

“한국문화탐방”을 차질 없이 실행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준비하였다.

여행 대상자 계층 선정, 여행시기와 기간 설정, 문화탐방 지역 및 탐방대상선정, 인원결정, 호텔기준, 식사제공방법, 버스대절, 항공편 선정(국적 기 대한항공) 등을 고려하여 여행요금을 산정하였다. 그리고 여행일정과 탐방 지역 및 문화물에 대한 사전지식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설명한 ‘문화탐방 안내서’도 준비하였는데, 이 안내서에는 상호 공감하여야 할 사항 및 준비사항 등도 명기하였다. 이는 여행 전이나 여행 중에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이었다.

이와 같이 조심성 있게 준비하였으나, 참가신청마감이 된 이 후에 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20명을 모집했는데 9명만으로 최종 확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여행신청접수 초기에 벌써 전화와 메일로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이 밀려와, 예약금 들어오는 순서대로 결정하겠다고 생각하고 예약금을 받았다. 이에 따라서 예약정원이 충족되었기 때문에 예약을 마감하였는데, 몇 일 후부터 사단이 나기 시작했다. 한 가족 5명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여행 할 수 없다고 연락이 왔고, 이어서 아들이 휴가를 받을 수 없어서 3명이 취소되었다. 또 한 가정은 딸이 급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다. 결국 11명이 취소가 된 것이다.

우연한 일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재난이 되는 시간이었다. 계획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법을 찾기 위하여 시간과 함께 고민해야 했다. 왜냐하면 포럼의 ‘한국문화탐방’사업의 첫 단추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버스대절비 등에서 “턱없이 부족한 것을 어떻게 보충해야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통으로 몇 밤을 지새우던 어느 날,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그 동안 한국에 여러 경로를 통하여 부탁했던 결과가 온 것이다.

“그와 같이 뜻 있는 행사를 하시는데, 저희들이 지원하겠습니다”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을 나섰다. 전북 진안군청과 재서울 진안군민회에서 지원을 나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1216호 14면, 2021년 4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