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 해로(53): “하나님이 할 수 없는 일도 있다고요?”

한국인의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단연 암에 의한 사망자가 가장 많다. 모든 연령대에서 암에 의한 사망은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망자 4명 중 1명은 암으로 죽는다. 암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의 암의 원인 보고에 따르면, 암의 30%는 흡연에 의해 발생하고, 30%는 음식 요인에 의해, 18%는 만성감염에 의해 발생한다고 한다. 이밖에, 유전, 음주, 환경오염 등과 같은 요인도 각각 1~5% 정도의 발병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많은 의사와 전문가들은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원인으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스트레스”를 만병의 원인으로 꼽는다. 스트레스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받는 마음의 상처인데, 이 상처는 마음의 창고인 기억에 저장되고 축적된다. 작은 문제들은 우리 몸이 만들어 내는 행복 호르몬들이 이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그냥 지나간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쌓여서 스스로 견딜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면, 그때는 우리 몸에서 나오는 행복 호르몬으로도 치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때부터 우리 몸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자율신경은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하는 기능이다. 24시간 숨을 쉬게 하고 심장을 뛰게 하며, 소화가 되게 하고, 우리 몸의 온도와 혈압과 당을 항상 일정하게 조절해 주고,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자율신경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 자율신경이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몸이 이겨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우리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스트레스로 자율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알아서 일하면서 우리를 살게 했던 몸의 많은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안 되며 자꾸 체하고, 잠도 안 오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고혈압과 당뇨까지 오는 등, 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인간은 행복하게 살도록 지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기는커녕 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은 자살률이 세계에서 1위이다. 특히 10대부터 30대까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어린아이 때부터 맘껏 뛰어놀지도 못하고,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몇 개씩 다니며 밤늦게까지 사교육을 받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떨어진다는 부모들의 불안 때문이다. 남보다 뒤 쳐지지 않고 앞서가야 한다는 경쟁심리와 서열 중심의 문화가 선진국에서 잘 살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불행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

호스피스 환자들을 섬기다 보면, 객관적인 병세와 의료적인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만큼은 하나님께서 분명히 살려주실 것이라고 믿으며, 끝까지 살려고 매달리는 사람이 있다. 의외로 이들 중에 대부분은 신앙이 좋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가장 믿음이 좋다고 하면 목사를 비롯한 교회의 중직자들일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사명을 아직 마치지 못했기에, 그 사명을 완수할 때까지는 더 살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가장 기도를 많이 하시는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도 끝까지 죽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모습을 보며 놀라게 된다. 목회자의 길은 십자가를 지는 것과 같은 좁은 길을 걷는 것이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의 일과 생활 여건은 일반 국민들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매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누구보다도 스트레스가 많다.

S목사님은 교회를 개척하고 성장시키려는 열정으로 자신의 건강도 돌보지 않고 달려왔다. 어느 정도 교회도 부흥하였고, 오래 기도해온 새 예배당 건축도 거의 마무리하려고 하는 때에 뜻하지 않게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S목사님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예배당 건축의 사명을 마무리할 때까지 살려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고 기도하며 투병하였다. 복수가 차고 병세가 급격히 나빠지는데도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서 해야 할 일을 계속 붙들었다.

기도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의 기도를 듣지 않으시고 하늘나라로 불러가셨다. 비록 말기 암이라는 중병을 얻었지만, 목사로서 멋지게 죽음을 준비하며 하늘나라로 당당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성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삶으로 보여주는 마지막 설교의 기회를 놓친 것이 너무도 아쉬웠다.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언제 어디서든지 순종하며 나가는 것이 참다운 믿음이다.

사도 바울도 자신의 질병을 치료해 주시도록 세 번이나 간절히 기도했지만, 하나님은 “내 은혜가 너에게 충분하다.”라고 말씀하시며 그의 기도에 응답해 주지 않으셨다. 바울은 “나의 약한 것을 더욱 기쁜 마음으로 자랑하겠습니다.”(고후 12:9)라고 하며 즉각 순종하였다. 하나님의 거절도 우리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다. 거절하시는 하나님의 뜻까지도 따르는 믿음이 필요하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신 전지전능(全知全能)하신 분이다. 그런데 하나님도 하실 수 없는 일이 있다고 하는 말이 있다. 사람이 과욕(過慾), 과로(過勞), 과식(過食) 등과 같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지나친 일을 하면서 건강하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은 하나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욕심을 내지 말고 살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다. 우리는 어떤가? 하나님께서 주신 능력에 맞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지름길이다.

“주님, 이제 내가 교만한 마음을 버렸습니다. 오만한 길에서 돌아섰습니다.

너무 큰 것을 가지려고 나서지 않으며, 분에 넘치는 놀라운 일을 이루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시편 131:1)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268호 16면, 2022년 5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