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일본군‘위안부‘박물관> 개관

지난 9월 28일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 지 정확히 2주년이 되는 날로, 베를린 미테구가 공식적으로 설치를 허가한, 사실상 소녀상 존치의 마지막 날이었다. 소녀상 존치 여부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오던 많은 분들이 이 날짜를 기억하셨는지 소녀상이 혹시 철거되지는 않았는지, 혹시 설립2주년 기념행사는 없는지 등을 물었다.

소녀상 설립 이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수십 회의 집회와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온 코협이 소녀상이 철거될지도 모를 결정적인 날에 의외로 조용한 것에 조금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사실 코협이 소녀상을 설립한 것과 더불어 내심 주력하고 있던 것은 <일본군‘위안부‘박물관> 사업이었다.

코협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일본군‘위안부‘운동이 나아가야 할 미래의 핵심사업으로 정하고, 박물관은 청소년을 위한 인권평화교육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공간으로, 박물관에 전시된 소녀상 ’용이‘(채색 플라스틱 버전의 소녀상)와 ’아리‘(청동 버전의 베를린 소녀상)를 상시적인 교재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 원래의 취지다.

하지만 소녀상 철거를 위한 일본 측의 집요하고도 적극적인 압력은 소녀상 존치를 위한 활동에 단체 내의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게 만들었다. 박물관은 공식적으로 개관하지 않았지만, 2년 전에 전시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전시의 일부는 그간 소녀상 관련 활동으로 독일사회에 널리 알려져 드레스덴 주립 민속박물관에 대여되어 전시가 되기도 했다.

소녀상 설립 이래, 작은 소녀상과 소녀상의 빈 의자, 소녀상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청소년 교육사업도 박물관 전시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시리아 난민, 팔레스타인, 터키 출신의 청소년들이 <내 옆에 앉아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박물관을 방문해, 일본군‘위안부’ 피해생존자들과 IS에 의한 야지디족 여성 전시 성폭력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전시를 보러 온 시민들과 이러한 교육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박물관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내놓았다.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 눈높이에도 맞아야 할 것, 관람 후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도 준비할 것, 위안부가 무엇이고 위안부 제도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보여줄 것 등등… 거기에 코협 팀의 숙고와 논의, 전시디자이너, 전시연출가 등 전문가들의 조언과 손길이 더해졌다.

이 박물관이 드디어 다음 주에 정식으로 개관식을 갖는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늦어진 박물관 공사를 어떻게든 마무리 지어 올해 안에는 개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초조하기도 했지만 마침내 시민들을 위해 공개할 생각을 하니 설레고 벅찬 마음이 더 크다. 간략하게나마 박물관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 <일본군‘위안부‘박물관>(Museum der Trostfrauen)은 짧게 줄여 ‘MuT’(독일어로 ‘용기’)로 불릴 예정이다. 청소년과 성인 모두를 위해 설계된 양방향 학습 및 기억을 위한 공간으로, 박물관 밖 조경사업과 박물관 밖에서도 전시를 접할 수 있게 하는 QR- Code제작 및 설치작업도 하고 있다.

전시 내용은 크게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간 피해자들과 그들의 저항,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멀티미디어 설치물을 통해 방문객들은 잔혹한 ‘위안부’ 제도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생존자들의 생애사와 목소리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히 피해생존자들이 수십 년간 강요된 침묵을 어떻게 깨뜨렸는지, 고통을 어떤 방법으로 승화시켰는지에 초점을 맞춰 전시가 구성되어, 그들의 용기와 인권운동가로서의 활동을 강조하였다.

역사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위험성과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전시 성폭력의 세계적 연속성 또한 독일 국군들을 위한 위안소(Wehrmachtsbordell)과 나치 강제수용소 내 위안소, 베트남 전쟁 당시의 한국군인들의 성폭력, 미군을 대상으로 한 달러벌이를 위한 한국의 기지촌, IS에 의한 야지디족 여성들의 역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베를린을 여행하거나 방문하는 분들이 일부러 베를린 소녀상을 보러 오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앞으로는 유럽 최초로 문을 연 <일본군‘위안부‘박물관>, 베를린 ‘MuT’에 도 꼭 들러 주시기를 바란다. 참고로 소녀상은 아직 건재하며, 5월에 제출한 설치 허가 연장신청서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중이다. 아직까지 공식 통보를 받지 못해 소녀상 존치를 위한 시민 서명운동도 12월 31일까지 두 달 연장되었다. (서명하러 가기 https://trostfrauen.de/die-friedensstatue-muss-bleiben/)

<일본군‘위안부‘박물관> 개관식

-때: 10월 19일 (수) 저녁 7시

-곳: 코리아협의회 <일본군‘위안부‘박물관> Quitzowstr. 103, 10551 Berlin

* 18시부터 개방, 관람 가능

-사전 접수 요망: mail@koreaverband.de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trostfrauen.museum

1286호 14면, 2022년 10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