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한의사의 건강칼럼(147)

胎動不安(태동불안)

지난 연재에서는 2회에 걸쳐 불임증에 대해서 소개를 했었는데, 임신적령기가 자꾸 늦어짐에 따라 임신을 하여도 임신 중 질에서 출혈증상이 있으면서 아이가 유산이나 되지 않을까 두려움이 생기는 태동불안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동양의학에서는 임신기간 중에 소량의 질 출혈이 있으면서 복통이 없는 胎漏(태루)라고 하고, 출혈과 함께 요통이나 복통, 밑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동반되는 경우를 胎動不安(태동불안)이라고 한다. 태루, 태동불안은 유산의 전조증상으로 현대의 절박유산에 해당된다.

출혈이 있더라도 아직은 양이 많지 않고, 요통이나 아랫배의 통증도 경미한 경우 적절한 치료를 하고 조리를 잘 하면 임신이 유지된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가 되지 못하고 과도한 정신적 긴장이나 노동으로 손상이 가중되는 경우에는 출혈양이 증가하고 요통과 복통이 점차 심해져서 유산에 이르게 된다.

필자에게도 많은 환자들이 찾아온다. 얼마 전에도 한 부부가 태동불안이 심해 임신 6-7 개월째는 아예 병원에 입원해서 움직이지 않고 누어있으면서 치료를 받았는데 결국 유산이 되고 말았다며 연락을 해왔다. 병원에서 한참 태동불안이 심할 때 항생제와 스테로이드까지 복용을 했다며 울먹였다. 태동불안에 동양의학과는 달리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복용을 했다는 것에 좀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 한방치료를 했더라면 괜찮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동양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태루, 태동불안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으며, 한약으로 임신을 유지하는데 높은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필자의 아내도 우리 큰아이를 임신하고 2개월 되는 시기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고국을 방문해 무리를 많이 하면서 태동불안이 있었는데 필자의 어머님이 즉시 시골의 한약방에 가셔서 약을 몇 첩 지어다가 달여서 먹고 괜찮아진 경험이 있다. 그때 한국 일반병원에를 가보았는데 병원마다 낙태를 시키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일러준 것을 고집스럽게 지켜왔던 것을 얼마나 다행스럽게 생각한 줄을 모른다.

유산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 임신을 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유산의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므로 첫 임신 때 임산부의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양의학에서는 태동불안의 원인을 선천적으로 腎氣(신기)가 약해서 오는 腎虛(신허)와 氣血虛弱(기혈허약), 감염이나 음양 중 음이 상대적으로 약해 찾아오는 陰虛生熱(음허생열), 그리고 넘어져 부상으로 인한 跌扑傷胎(질복상태)로 나뉜다.

넘어져 부상으로 인한 유산이야 운이 없는 결과지만 다른 신허나 기혈허약, 음허생열로 오는 유산이야 얼마든지 치료를 할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어렵게 임신을 했는데 유산이 된다면 아이를 원하는 부부들에게는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이 말을 하면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독자들도 있지만 유산의 위험은 요즈음 들어서 더 많아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어머니들 세대는 임신을 해서 병원에 다니며 검사나 치료를 했던 어머니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다.

필자는 시골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그런 경우를 보았지만 어머님들은 밭에 나가 밭을 매다가도 진통이 시작되면 집에 와서 출산을 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우리 어머님도 내 밑으로 6명을, 그러니까 총 7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임신해서 병원에 가시는 것을 한 번도 보질 못했다. 출산을 할 때도 경험 있는 이웃집 아줌마나 할머니들이 찾아와 도와서 출산을 하고는 했지만 사고 한번 나지 안했다.

육체적은 노동보다 현대 생활이 서구화되고 육체적인 노동보다 정신적인 노동이 우리 몸을 더 약하게 하지 안했나 하는 필자의 생각이다.

전에 시골에서 들어보면 아이가 유산이 되면 “그 여자는 애기보가 약해서”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애기보가 자궁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노동과 많은 활동에 힘들었지만 우리 건강을 위해서는 더 소중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대에서 유산의 원인을 살펴보면 디지털화 되어가는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정신적, 물리적 충격이 피할 수 없는 원인이 된다는 생각을 한다. 스트레스를 자주 심하게 받을 경우 수정란이 제대로 착상하게 도우는 난소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고 제 위치를 잡지 못해서 일어나는 경우다. 외에도 자궁이나 난소의 이상, 골반염이나 질염, 그리고 태아의 염색체 이상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모든 원인이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 몸의 면역이 약해져서 온다고 말해서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모든 병은 면역과의 싸움이니까. 필자는 임산부가 자신이 몸 상태가 좀 약하다고 생각될 때 이상한 신호가 오기 전에 예방하는 생활을 할 것을 권한다.

위험한 시기인 1주부터 12주까지는 위험한 시기인 만큼 과한 활동을 삼가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된다. 입덧이 심하다고 음식을 먹지 않아도 안 되며 아이 몫까지 먹는다고 억지로 많이 먹어도 좋지 않다.

태아의 두뇌활동을 높이기 위해서 탄수화물 섭취는 필수이며 임신 중 급격히 살이 쪘거나 임신성 당뇨, 임신 전 과체중인 경우에는 현미, 호밀 빵, 보리 등으로 혈당 지수가 낮은 탄수화물을 섭취할 것을 권한다. 단백질은 태아의 신체와 뇌 조직, 태반, 자궁, 유방 조직의 성장을 위해 필요하며, 임신 중에 약 60~70g 정도 섭취해야 한다. 그리고 칼슘섭취다. 칼슘제를 따로 섭취할 필요는 없지만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이 비타민과 미네랄 이다.

요즈음은 정보시대라 음식을 하나하나 설명은 않겠지만 임산부가 어떤 음식섭취를 해야 되는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한방에서는 태동불안일 때 대표적으로 처방하는 安胎飮(안태음)의 조성약인 白朮(백출) 當歸(당귀) 芍藥(작약) 川芎(천궁) 龍眼肉(용안육) 陳皮(진피)등을 조금씩 끓여서 차로 마셔도 도움이 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격을 피하고, 몸을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하고, 적당한 운동과 음식섭취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1286호 25면, 2022년 10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