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한의사의 건강칼럼(143)

眩暈(현운-어지럼증) ➀

본인은 현운증 때문에 힘들고 혹시 몹쓸 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불안한데 병원에 가서 진단을 해보면 원인을 모른단다. 서양의학은 현운증이 있다고 하면 우선 70%이상을 귀에 원인을 둔다. 나머지는 뇌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나 하고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MRI를 촬영해 원인을 찾아내고자 하는데 원인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이는 똑바로 서 있는 능력, 특히 움직이면서 중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귓속의 평형기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일 수 있다. 노인의 어지러움 증과 평형장애는 대부분 원인이 불분명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양성돌발성체위성과 메르에르병이다.

양성돌발성체위성은 耳石(이석) 돌아다니며 반고리판을 자극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하며 메르에르병은 림프액이 內耳(내이-속귀)에 차서 어지럼증과 구토, 이명이나 난청들이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치료는

이석이 원인이 되는 반고리관의 이석을 빼내는 자세운동요법으로 하며 메르에르병은 약물과 식이요법으로 치료를 하지만 아직 입증된 확실한 치료법은 없는 상태다.

노년시대로 접어든 이곳 동포들은 정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질병중의 하나가 현운증이다. 바로 어지러워 일어나는 사고 때문이다. 만성질병이나 여러 가지 난치병보다 더 무서운 것이 落傷(낙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성질병 관리를 잘 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한 번 잘못해서 넘어져 다치고 나면 일어나지 못하고 그 후유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요즈음 노년기로 접어든 이곳 동포들의 대화내용을 들어보면 넘어지면 못 일어나니 조심해야 된다는 대화를 참 많이 들어볼 수 있다. 물론 落傷(낙상)의 원인이 꼭 현운 증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의 근육이 자꾸 약해지는 원인과 또 재수가 없어서 넘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고국에서도 65세 이상 노인들이 낙상해서 사망하는 경우가 83만 명이 넘는단다. 필자의 어머님도 넘어져 허리와 고관절(엉덩이 관절)을 다치시더니 통증과 거동이 불편해서 누워계시면서 병원에 통원 치료를 하신 후, 몸이 갑자기 허약해지시더니 결국 폐렴으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필자의 어머님 같은 경우는 당으로 몸이 쇠약해지면서 중심을 잘 잡지 못하시고 넘어지신 결과라고 필자는 감히 말한다. 넘어져 팔을 다칠 경우는 활동은 할 수 있어 큰 탈이 없지만 허리나 고관절을 다쳐 누워있어야 할 경우, 노인들은 급격히 몸의 근육이 줄어들게 된다.

원래 인체의 근육감소는 35세 때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평균 년 0.7% 줄어들다가 60세가 넘으면 두 배인 2%가 넘는 근육이 감소된다. 80세 가 넘은 노인들은 60세 때 보다 근육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이러다가 거동이 불편해서 움직이지 못하면 일주일에 10%이상의 근육이 감소되어, 한 달만 누워 있어도 50%이상의 근육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근육이 감소되면 혈관도 비례해서 줄게 되어 하체에도 운행이 잘 되어져야 할 수분과 혈액이 상체로 몰리게 되며 몸의 신진대사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과부하가 걸리면 혈관과 내장, 그리고 면역세포역시 급격이 손상을 입어 약한 감염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는 것이다. 기능이 악화되어 요로 감염이나 심부전, 그리고 폐렴들이 걸려 패혈증으로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노인들이 넘어져 거동이 불편하게 되면 2-3개월 안에 심각한 몸의 변화를 일으켜 활동하지 못하고 누워 있다가 결국은 사망하고 만다. 65세 이상 노인 중 넘어져 허리나 고관절을 다쳐 누워있어야 할 경우 3명중 1명이 1년 안에 사망하고, 80세 이상을 경우 절반이 두 달 안에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

넘어지는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한 어지럼증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런 환자들의 경우 계절이나 실내외에 상관없이 어지럼증으로 인해 낙상을 경험하게 된다. 더구나 골다공증 환자가 어지럼증으로 넘어진다면 골절상까지 입어 다른 사람보다 더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

동양의학에서는 眩暈證(현운증)의 원인을 血虛眩暈(혈허현운-혈이 허약해), 氣虛眩暈(기허현운-몸에 기가 약해서) 肝火眩暈(간화현운-간의 화가 머리로 상승해서) 腎虛眩暈(신허현운-신장이 약해서) 痰濁眩暈(담탁현운-담이 경락을 막아서)으로 본다. 대체로 고혈압으로 인해 어지러운 경우와 기와 혈이 허약해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경우, 그리고 몸에 담이 많아서 경락이 장애를 일으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총체적으로 너무 넘쳐나는 경우와 너무 모자라서 일어나는 두 가지 원인이 있는 셈이다.

치료방법은 넘쳐나는 경우는 넘쳐나지 못하게, 부족한 경우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정상이 되게 하면 치료가 되는 것이다. 무슨 질병이든지 원인을 빨리 찾아내어 그 원인을 치료해애 근본적인 치료방법이라 하겠다. 대체적인 대증치료방법은 급할 때는 그 방법을 선택해야 되지만 만일 병이 완화 된다면 그 근본치료를 해야 치료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한의원에도 현운 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참 많이 찾아온다. 어지러워 병원에 입원을 해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MRI 촬영 등, 검사를 위한 입원을 2-3주 하고 그냥 퇴원하는 경우가 참 많다. 몇 가지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카자스탄에서 이곳으로 이주를 온, 남편이 고려족 3세인 여성 한 분이 현운증으로 찾아왔다. 그 여성도 종합병원 Labor에서 근무하는 여성인데 현운증 때문에 찾아갔더니 2-3주 검사를 하고 나서 뇌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는 것이다.

나타나는 증상을 물어보고 맥을 봐도 도저히 뇌종양 증상은 없다. 우리의 진단으로 봐서 혈허에서 오는 현운증이 분명하다. 한약을 처방하고 침을 몇 번 놓았더니 증상이 살아졌다.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고 얼마나 걱정을 했을까를 생각하면 한사람을 도왔다는 뿌듯함이 찾아온다.

다음 연재에서도 사례를 통해 현운증을 살펴보도록 한다.

1278호 25면, 2022년 8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