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길 박사 “개천에서 나온 용” 출판기념회 갖다.

마인츠. 9월 15일 오후 이수길박사 자택 마인츠(Mainz)에서 출판 기념회가 있었다.

파독간호사의 대부로 불리는 이수길 박사의 책 “개천에서 나온 용” 두번째 책이 올 8월에 한국에서 출판되었다. 2007년에 출판된 것에 이어 현재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세세히 정리한 자신의 회고록이다.

연 초 한국의 출판사를 소개해 줄 수 있느냐면서 안부 인사와 함께 메일을 보냈던 이수길 박사는 몇 달 후, 책이 출판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책 한권을 내게 보내주셨다. 호기심 가득 보내온 책을 보니 93세라는 고령의 작가가 썼다고 믿지 못할 만큼 여러 사건들을 이해하기 쉽게 사진과 함께 자세히 기록되었다.

오후 3시에 자택에서 열린 행사는 아주 작은 모임으로 유제헌 유럽한인총연합회 회장, 홍종철님, 문정균재독간호협회장, 박화자 1차 파독간호사 그리고 YTN 김운경 사장이 참석하였다.

이수길 박사! 그는 누구인가!

의학박사, 소아과 의사 그리고 한국 간호사 독일 진출 개척자, 그리고 그 유명한 “동백림 사건“ 등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떠 올리게 한다. 한국에서는 독일에 진출한 한국인 역사나 독일에서의 한국인 역사를 논 하고자 하면 이수길박사를 빼놓고는 ”독일의 한국인 이민 역사“를 논하기 어렵다.

그만큼 이수길 박사는 한국인 독일 진출에 중요한 발판을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이수길 박사를 짧게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이분의 생애를 간단히 소개한다.

1928년 함경남도 풍산읍에서 태어났고 20년 후 유일한 여동생이 태어났다. 3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불편한 몸이 되었으며 전쟁 때 부모님과 함께 부산으로 피난을 가게 된다.

어린시절 가난보다 더 고달프고 슬펐던 일은 “장애자”로서 사회적으로 차별 받았던 아픔이다. 아이들의 손가락질은 물론 가족들조차도 장애를 부끄럽게 여겼던 시절이었기에 이를 극복하기란 수월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박사는 공부엔 자신이 있어 공부를 잘 했으며 또한 의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로 의학을 공부하였고 드디어 유학생으로 독일에 유학을 오게 된다. 그후, 소아과 병원을 차려 수많은 아이들을 치료하는 등 한국인으로서 가장 성공한 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수길박사의 업적 중 잊혀질 수 없는 것들 몇 가지를 적어본다.

1, 1966년 1월에 제 1차 간호사들 128명을 손수 선발하여 서독 병원에 취직 시킨 일을 시작으로 “한국간호사 서독 진출 역사”에 물꼬를 텄다.

2, 사단법인 한국소아마비협회 창설 초대회장역임: 약 13만명 소아마비 환자들의 권익 옹호와 재활 사업을 추진하여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큰 역할을 하였다. 아쉽게도 “동백림 사건”에 연관되었다는 이유로 사단법인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에서 제명되었다.

3, “사단법인 한독 협회” 창설: 대회장에 취임하여 한독간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한편 한독간의 교류협력 활동을 펼쳐나갔다.

4, 한국 심장 기형 아동 무료 수술 운동 창시자: 한국에서 최초로 “심장기형아동 무료수술 운동“을 펼쳤다. 프랑크프르트대학병원,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 미국 마요 Mayo 병원 등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약 34명의 아동들이 새 생명을 얻었다. 이때 드는 모든 비용을 “한독협회”가 부담하도록 주선하였다.

5, 동백림 사건: “동백림 사건”에 연류되어 한국으로 납치된 이수길박사는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이때 같이 연류된 독일 교포는 15명이었다. 이유로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간호사들을 독일에 취업시키고 북한 선전물을 우송하여 적화사상을 주입시키려고 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다행히 독일 정부의 외교적인 요청으로 한달 만에 독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때 받았던 고문 후유증으로 휄체어를 타게 되었다고 한다.

파란만장한 삶의 기로에 서서 93세까지 살아온 이수길 박사!

어언 93세라는 나이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책상에 앉아 세상 돌아가는 일을 빠짐 없이 보고 읽으며 글을 쓰고 계시다. 서재에 들어가면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류들이 빼곡히 책꽃이에 꽃혀있다. 연도, 제목 , 날자 등등 필요할 때 금방 찾아 볼 수 있도록 정리돼 있다. 문이나 매거진 등에 난 소식들을 짤라 정리해 놓은 것들이나 그 외 관련 사진 등을 잘 정리해 놓았다.

몇년 전, 쾰른에 있는 이민사박물관에 많은 서류들을 기증하여 전시되어 있지만 아직도 수 많은 역사의 자료들이 책꽃이에 꽃혀 있다. 이렇게 귀중한 자료들이 잘 보전되어 후세들에게 남겨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이수길박사가 받은 여러 종류의 상장을 소개해 본다.

한국 국민훈장, 독일 공로십자훈장, 독일 최고 사회 공로상 을 비롯하여 올해 마인츠시에서 개최한 10명의 최고의 소아과 의사는 누구! 라는 검토 포탈에 이수길 박사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뒷면엔 역시 부인 이영자여사를 빼 놓을 수 없다. 85세나 되는 이여사는 단발머리에 홀쭉한 몸매는 그녀의 나이를 가름할 수 없을 만큼 젊어 보인다. 이박사와 걸어 온 길 힘든 길을 100% 내조하여 손발이 되어 준 분!

“행복한 가정을 이끈 아내 이영자여사에게 바칩니다.” 이번 책 첫 장에 쓰여있는 이 글 속에 이여사에 대한 감사가 묻어 나온다.

더욱더 놀라는 것은 가끔 이박사님이 기억해 내지 못하면 얼른 이여사님이 설명을 해 준다. 이렇듯 두 분이 함께 경험하고 함께 걸어온 삶의 기록이 사랑의 이야기처럼 아름답다.

저서로 『한강과 라인강 위에 무지개 다리를 놓다』, 『개천에서 나온 용』,『Gibt es Rassismus in deutschen Gerichten ?』이 있다.

정성이 담긴 맛있는 케이크을 자르며 조촐하지만 큰 의미를 담은 책 출간을 축하하였다. 이번에 발간된 책이 마지막 책이 아니라 이를 이을 책이 또 나올지 기대해 본다.

이영남기자 youngnam@gmail.com

1236호 13면, 2021년 9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