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의 송편과 한인회

기나긴 팬데믹으로 직접 뵙고 싶었던 분들이 추석의 전날인 9월 20일 오후 여섯시에 모였다. 도시근교의 적절한 장소를 물색했으나 코로나방역의 특수한 조건으로 예약이 여의치 않았다. 식당 ‘한국관’에서 흔쾌히 수락을 해주시므로 교통도 편리한 하이델베르크의 시청 옆으로 모였다.

마스크를 하고 식당에 들어서면 입구에 준비되어 있는 방역의 양식에 따라 개인신상을 적은 후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앉아있을 때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으나 식당 내부에서 움직일 때에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원칙이었다. 백신접종을 마쳤음에도 여전히 서로를 배려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식당의 전체 크기와 거리두기를 염두에 두면서 연락이 닿는 대로 60여명을 초대했다. 하지만 막상 참석한 분들은 과반수도 되지 못했으며 오시지 못한 분들은 건강상의 이유가 많았으며 초대에 고맙다고 답장을 보내 오셨다. 분명 코로나로 인해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분위기가 여실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해마다 정기적인 추석모임은 없었다. 특기할만한 문화행사가 들어있지 않으면 정부의 보조금이 없으므로 이번에는 순수하게 모아진 한인회의 경비로 추석을 치르게 되었다.

정귀남 회장님께서 평생 일을 해오시던 ‘한국도수물리치료학회’에선 해마다 재외동포의 즐거운 화합을 기원하며 기부금을 보내주셨다. 바로 그 성금을 쓰게 된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 기회에 고맙다는 인사를 먼 곳에서 드립니다.

자리에 모두 앉아 두런두런 인사를 나눈 후에 휴대폰으로 울려 퍼진 애국가를 1절을 불렀다.

그리고 정 회장님께서 간략한 인사말씀을 하셨다. 이어서 총무를 맡아오시던 피정숙 임원께서 회장님께 가을꽃다발을 안겨드렸다.

“우리가 함께 차를 타고 왔는데 멋진 꽃다발을 들고 있으므로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오늘 오시는 분 중에 생일을 맞은 분이 있다고 해서 그런 줄 알고 있었다.”고 하셨다. 한 차례 웃음이 터졌다.

이미 오래전부터 하이델베르크 한인회를 주관해 오시는 정 회장님은 비교적 젊은 층에게 한인회의 일을 넘겨주고자 여러 면으로 노력을 해 오셨다. 한인회는 혼자 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며 주위의 공감을 얻어 함께 도모해야 하므로 평소에 무관하게 지내는 이에게 자리를 넘겨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업무를 떠맡을 한인회의 회장은 찾기 어렵지만 한인회의 존속을 바라는 많은 분들이 계시므로 여전히 현명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식당 ‘한국관’을 수십년 경영해 오신 강병례 여사장님은 긴긴 세월 한인회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또한 하이델베르크한글학교의 행사에도 엄청난 양의 밥을 선물해 주셨다. 떠올리면 언제나 인자하신 모습에 푸근해진다. 송편과 강정을 한껏 준비해 주신 이번 추석을 맞아 ‘한국관’에 감사의 인사를 크게 올립니다.

모두들 반가운 미소로 백신을 맞은 경험담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커가는 손자들을 전혀 보러 갈 수 없었던 답답한 방역의 시기를 회상하기도 했다. 덕분에 화상통화를 하게 됨으로써 편리한 테크닉을 누리게 된 가족들이 많아졌다.

하이델베르크한인회를 초기에 결성하신 분들은 어느덧 세월의 정한을 함께 나누며

가족처럼 결속이 되고 칠십대 중반에 이르고 있다. 추석은 민족 최대의 명절로 국민의

75%가 대이동을 한다. 설날은 신정과 구정으로 분산되므로 그 보다 적은 수치이다.

이제 우리의 대한민국은 경제발전과 아울러 세계 속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로 부상했다. 따라서 민족의 염원인 남북의 평화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서로를 알아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휴전상태를 종식시키고 영구적인 평화를 미래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다가오는 추석에는 특별한 제안이 있다. 남북이 함께 시간을 정하여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는 일이다. 많은 분들이 동참하실 것이라고 여긴다. 비록 외국에 사는 동포는 더불어 할 수 없지만 다른 시각에 그 보름달을 보게 되리라.

추석에는 널뛰기, 제기차기, 강강술래, 윷놀이, 씨름 등의 놀이를 하며 보름달에 소원을 빈다.

“뛰어보세 뛰어보세 강강술래, 윽신윽신 뛰어나보세 강강술래, 높은 마당이 짚어지고 강강술래, 깊은 마당이 더 깊어지게 강강술래” 창을 하시는 허정심 선생님의 구성진 ‘

진도강강술래‘의 선창에 이어 전원이 손에 손을 잡고 큰 소리로 흥겹게 외쳤다.

수 천년동안 내려온 추석의 가장 깊은 의미는 멀리 떨어진 친척들이 모여 돌아가신 선조를 기리며 덕담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한 영국의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는 그런 이유로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초대강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언젠가는 하이델베르크의 시청 앞 광장에서 보름달빛 아래 독일 시민들과 어울려 ‘강강술래’를 덩실덩실 추게 될 날도 올 것이다.

아직도 팬데믹이 끝나지 않았으니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라고 인사를 나누며 참석자들은 집으로 향했다.

사진, 기사 : 하이델베르크 김인옥( www.inock.de)

1238호 13면, 2021년 10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