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대학에서 편혜영 작가 낭독회 및
작가와의 대화가 열려

부르크. 지난 11월 9일 <편혜영 작가 낭독회 및 작가와의 대화>가 함부르크총영사관(총영사 정기홍)과 함부르크대학 한국학과(학과장 이본네 친다) 공동주최로 함부르크대학에서 열렸다. 편혜영 작가의 장편소설 <홀>의 독일어 번역본 <Der Riss>(2019년 btb 출판)에 대한 한국작가와 독일 독자와의 만남이었다.

이본네 친다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문학의 밤은 한국학과 학생들과 교민들의 관심 속에 작가는 한국어 텍스트를 읽고 독일어 텍스트는 마르타 디트리히 낭송가가 읽었다.

친다 교수는 인사말에서 “함부르크 총영사관과 한국학과가 K-북 이벤트 2021 행사의 일원으로 함께 협력하여 이런 행사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아직은 마스크를 쓰고 행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한국에서 온 작가와 한국학과 학생들이 대면으로 마주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정기홍 함부르크 총영사는 “한국에서 어제 비행기를 타고 함부르크에 도착한 편혜영 작가와 이 곳 함부르크 대학에서 한국학과 학생들과 문학의 밤 행사를 하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며, “오늘 낭송하게 될 작가의 소설 <홀>을 읽으면서 작품에 매료되었다”고 했다.

또한, “한국학과 친다 교수와 협력하여 독일어 번역도서 낭독회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오늘밤 K-문학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멋진 낭독회의 밤을 경험하며 한국학과와 문학적인 교류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편혜영작가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3개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원으로 일하다 2000년 단편소설로 데뷔해 국내에서 단숨에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2011년 동인문학상, 2014년 이상문학상, 2015년 현대문학상 등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New Yorker와 Harper’s Magazine에 단편 소설을 발표했다”라고 독일출판사는 소개하고 있다.

소설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불구가 된 몸으로 살아가는 한 대학교수의 내면을 그린 작품으로 치밀한 갈등구조와 심리묘사가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고 평했다. 주인공 ‘오기‘의 삶을 한 꺼풀씩 벗겨내며 이미 뚫려 있던 삶의 구멍의 실체를 보여준다. 불안과 공포가 사건이 진행될수록 서서히 오기를 조여온다.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일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지난날의 삶이 덮쳐오는 과정을 지켜보는 독자들 역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홀>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서 썼나”라는 질문에 작가는 칼 세이건의 책을 보다가 <식물애호>라는 단편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과 식물처럼 살아야 하는 사람이 갑자기 떠올랐고 그것을 모티브로 정원을 좋아하는 아내와 식물처럼 살게 되는 오기라는 인물을 만들게 되었다고 했다.

작가는 20년동안 11편의 소설을 썼는데 쓰는 일에 익숙해진다고 소설 쓰는 일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며 잘 쓰고 싶다는 생각때문에 계속 쓰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소설을 통해 공포라고 하는 감정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은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공포가 무엇인지 묻는 독자에게 작가는 대지진 이야기를 꺼냈다. 좋아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과학 이야기인데 그 중에서 대지진 같은 재앙을 당할 때 인간이 느끼는 공포와 살고자 하는 욕망 같은 것을 동시에 본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좀 더 살아보려고 하는 욕망이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되고 더 잘해 보려고 하는 욕망으로 인해 삶이 망치게 되는 경우와 같다고 표현했다.

독자와의 질의응답이 끝난 후에 작가사인회가 열려 독일어판 소설을 구입한 독자들에게 한글로 사인을 해주었다. 한국학을 공부하는 독일학생들이 작가의 사인을 받기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박은경 기자ekay03@naver.com

1243호 13면, 2021년 1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