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창록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 이임사

존경하는 동포 여러분, 그간 평안하신지요? 저는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 3년 임기를 마치고 12월 13일 우리나라로 귀국합니다. 한 분이라도 더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인사드려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엄중한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된 점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간 존경하는 동포분들과 함께 뜻깊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많이 모자라는 저를 격려해 주시고 도와주시고 힘을 주셔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3년간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로서의 직무를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은 모두 여러분들의 성원과 지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독일 동포사회는 불굴의 의지로 어려운 시대를 헤쳐오신 동포 1세대 어르신들, 도전정신으로 무장하고 현지인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1.5세대 및 2세대들, 기업인, 유학생 등 다양한 그룹이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 아름답고 모범적인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고국을 사랑하는 뜨거운 애국심은 세계 그 어떤 다른 동포사회와도 견줄 수 없습니다.

최근 들어 우리 차세대들의 눈부신 성장이 돋보입니다. 이들은 의료, 법률, 회계, 정보통신 등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특히, 금년에는 재독한인 동포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연방하원에 우리 동포가 진출해서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뻐했습니다.

2023년이 되면 한국과 독일이 수교한지 140년이 됩니다. 독일이 지금과 같은 국가 형태를 갖춘 것이 불과 15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와 독일이 관계를 맺은 역사는 매우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오랜 역사를 가진 양국 관계는 과거에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은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독일이 오히려 우리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많아졌습니다. 디지털, 5G, 수소경제, 반도체, 배터리 등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첨단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독일과 대등하거나 훨씬 앞선 분야도 많아 독일이 우리와의 협력을 원하고 있습니다.

헤센주에는 약 70개사의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자영업자, 중소기업들까지 합하면 300여개가 넘습니다. 이웃한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등 다른 지역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우리 기업들이 독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을 선봉으로 우리가 자신있는 여러 분야에서 양국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우리 동포 분들도 함께 참여한다면 그 의미가 더욱 클 것으로 봅니다.

우리 동포사회든 기업이든 이곳 독일 현지사회와 동떨어져서 발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공관에서는 그간 묘목 기증행사, 프랑크푸르트시 빈민 대상 한국음식 기부, 의사․간호사․간병인 등 코로나 퇴치 최일선에서 봉사한 인력을 위한 음악회 개최 등을 통해 독일 현지사회와 함께 호흡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도움을 받는 나라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동포분들께서도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에 대해 언제나 자긍심을 가지고 우리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독일인들 또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동포 여러분,

저는 그간 독일의 여러 지역에서 꽤 오래 근무했습니다. 그래서 늘 저 자신을 독일 동포로 생각했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막상 독일을 떠난다고 하니, 그것도 모든 것이 자유롭지 못한 코로나 상황에서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못하고 이임한다는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좋은 시절, 다시 만나 뵙게 되기를 고대합니다.

우리 동포사회가 코로나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앞으로도 계속 화합하고 서로 도우며 모범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을 기원합니다. 어느 곳에 있든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계속해서 응원하겠습니다. 독일에서의 모든 인연을 언제나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 금창록 드림

1246호 3면, 2021년 1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