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한인 조선 기술자 파독 50주년 기념 행사가 성황리에 열려

함부르크. 6월 11일(토) 오후 재독한인조선 기술자 파독 50주년 기념 행사가 함부르크 하우스 ( Hamburger Haus Doormannsweg 12) 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재외동포재단 및 함부르크 총영사관과 함부르크 한인회가 후원하였다. 독일 파독의 대명사인 광부와 간호사들 진출 이외에 가장 큰 단체로 파독한 이들은 “한인조선기술자” 들이다.

한인조선기술자들의 파독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항구가 있는 함부르크나 킬 지역으로 제한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광부나 간호사들의 대거진출에 가려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선 이들의 파독 동기와 역사 그리고 현 시점에 대하여 언급해 보면서 50주년 행사에 대하여 기록해 본다.

한인조선기술자들은 어떻게 독일에 오게 되었는가

독일은 영국에 제2차 세계대전 배상으로 5만톤급 컨테이너선 5척을 보내야 했다.

이에 함부르크 호발트 조선소에서는 한국광부와 한국 간호사들의 파독에 긍정적인 평가와 성공적인 노동력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에 독일 호발트 조선소는 한국에 ‘조선소 기술자 모집’ 광고를 내면서 한국인 조선 기술자들을 채용하게 된다.

신청자들은 조선소 인사부장과 마이스터급의 기술자들이 입회한 가운데 실기 및 필기 시험에 합격해야 했다. 이들은 대부분 공업고등학교 졸업자로 선박관련회사나 기계, 용접, 배관 등의 업무에 종사했던 사람들로 채용절차가 매우 엄격하여 독일 진출 꿈을 접어야 했던 사람들도 많다.

어려운 채용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은 약 300여명으로 1971년을 시작으로 1차 2차 3차로 나뉘어 진출하였고 노동계약은 3년이었다. 그때 당시 한국의 조선업은 태동에 불과할 만큼 작은 규모였는데 독일의 조선업은 그야말로 규모 및 기술이 세계적이었다고 한다.

이들이 한 일은 주로 배관, 선체조립, 용접 등의 업무로 이들 역시 눈치 빠르고 부지런하고 일을 잘해 기술력을 높게 평가 받았다.

3년 계약이 종료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귀국을 했으나 특별히 작업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노동허가 및 체류허가를 해 주었다. 그때 남아있던 분들은 약 40여명으로 이 분들이 지금의 조선기술자협회 분들이다.

한국으로 귀국한 분들은 고도로 발달한 독일 조선업의 우수한 기술을 익혀 한국 조선업에 큰 영향을 주게 되는 동기가 되었으며 한국 조선업 발달에 큰 기여를 하였다.

조선소 기술자분들은 가족을 초청할 수 있어서 가족을 초청해 안정적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점 또한 큰 장점이었다.

다른 단체들처럼 1976년에 “재독 한인조선기술자동호회”를 창립하였으며 회원 간의 친목 및 정보 교환 등 가족과 같은 모임으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부 갈등 없이 50주년을 화합으로 뭉친 모범 단체다. 2004년 “재독조선기술자협회” 로 명칭을 바꾸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광부나 간호사의 파독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들 조선기술자들의 파독 역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을 협회의 숙원 사업으로 정하여 이를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이들 또한 한국경제 및 한국 조선발전에 크게 기여한 단체로 기억되어야 함은 물론 유럽 한인이민사 역사에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조선 기술자들의 파독 50주년 잔치

6월 11일 오후 ‘함부르크 하우스’에서는 조선 기술자들의 파독 50주년을 기념하는 잔치가 열렸다. 그 동안 코로나 유행병으로 온 세상이 마비가 되어 한인사회의 행사나 그 외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다가 처음으로 한인들이 한자리에 앉게 돼서 그랬는지 강당 홀이 손님들로 꽉 찼다.

세월의 흐름은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더니 모이신 분들의 얼굴이나 하얀 백발을 보니 역시 세월이 많이 흘러갔음을 느끼게 한다.

유정일회원의 사회로 진행된 기념식은 먼저 국민의례로 시작되었고, 이어 인원찬회장의 환영인사, 정기홍 주함부르크 총영사, 방미석한인회장(김진호부회장 대독), 고창원 파세연회장의 축사와 선물 증정이 있었다.

특히 파독 50주년을 맞이하여 정부차원으로 재독조선기술자협회 회원들의 노고를 기리는 감사장이 정기홍 총영사가에 의해 전달되었다.

참석자들은 한인교회 김광철목사의 식사기도를 시작으로 비빔밥으로 만찬을 나누었고, 이어 단막극, 독창, 남성중창, 스님과의 상담, 배 만들기 등등 웃음이 가득한 2부순서가 진행되었다.

특히 “어렵고 외로운 낯선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신 아버지들에게 무안한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라며 즉흥적으로 인사를 전한 회원 아들 2세의 출연은 그야말로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하였다.

70을 훌쩍 넘어 80이 되신 분들이지만 마음만은 청년으로 돌아간 환희 넘치는 행사였으며, ‘고향의 봄’ 합창과 함께 파독 50주년 대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이영남기자 youngnamls@gmail.com

1271호 10면, 2022년 6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