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전간호학교 유럽 동문회가 함부르크에서 열리다

“언니야! 동생아! 친구야!”

(구) 대전간호학교 유럽동문회회장 이영남

2023년 5월 12일부터 15일까지 (구)대전간호학교 유럽 동문회가 함부르크에서 열렸다.

벌써 언제부터 맘 설레며 기다렸던가!

몇 개월, 몇 칠, 몇 시간이면 만날 수 있을까? 조바심하면서 헤아렸던 우리들의 만남.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나고 얼싸 앉을 만남 만이 남아 있는 날 아침!, “철도 파업” 이라면서 믿지 못할 뉴스가 라디오를 통해 전해졌다. 이와 함께 벌써 몇몇 부지런한 친구들은 행사 중간에 돌아가야 한다며 메시지를 보내느라 “카톡, 카톡” 내 귀를 귀찮게 했다.

“하필이면 왜 이때야” 하면서 불편한 마음이었지만, 역시 만남은 좋은 것이다. “언니야! 동생아! 친구야!”, 목청 돋우며 한바탕 왁자 왁자 호텔 로비를 울린다.

주최 측인 나는 가슴 한 구석이 편하지 않다. 시작 전에 정확하게 누가 가고 누가 남는지를 파악해야 되기에 얼굴은 웃고 가슴은 타고…

“23명 중 반은 가고 반은 남는다”는 결론 아래, 예약했던 여러 기관에 인원을 줄여 달라는 반갑지 않은 숙제까지 해야 하니 펄펄 나던 힘이 사그라짐을 온 몸으로 느낀다.

이렇게 시작된 유럽 동문회!

허나 멀고 먼 미국과 한국에서 온 친구들 그리고 스위스와 독일 전역에서 온 동문들을 생각하니 내일 간다 하더라도 “즐겁게 반갑게 기쁘게” 지내다 가게 해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에 힘을 보탰다. “ 여러분! 와 주어서 참 감사합니다”.

함부르크의 Stintfang 유스호텔의 전경은 그야말로 1등 짜리이다. 한 눈에 보이는 항구의 전경은 한 폭의 그림엽서이다. 유럽에서는 암스테르담 항구 다음으로 크다는 함부르크 항구는 각종 크루즈 배들이 쉬어 가는 항구요, 또 우리나라 콘테이너 선이 들어오는 항구로 세계적인 항구다.

첫날 저녁, 함부르크의 랜드마크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엘베 필하모니” 콘서트 구경을 시작으로 유럽 동문회가 시작되었다.

하늘하늘 멋진 옷들로 갈아입은 우리 일행을 누가 70-80세 할머니들이라고 할까? 역시 “옷이 날개”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황홀한 밤, 항구의 전경에 매료되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찰칵 찰칵” 사진도 찍으며 순간순간을 즐겼다.

이틑 날 아침, “파업”이 철회되었다는 소식에 환호성을 날리며, 모든 프로그램들은 계획대로 진행하게 되었고 또 한 번 취소했던 인원을 되돌리는 전화를 돌렸다.

함부르크는 한자도시기도 하지만 엘베강과 알스터 호수가 있어 물이 많은 도시로 북부의 베네치아라고도 한다. 알스터 호수를 함부르크의 심장이라고 부르듯, 강줄기가 수 없이 많아 수로가 많고 또 다리가 많다. 또한 높은 건물이 거의 없고 나무가 무성하여 위에서 바라보면 푸른 숲같이 보여 공기도 아주 좋다.

오늘 프로그램은 약 2시간에 걸친 “Kanalfahrt”이지만 이 보담 더 기다려지는 순서는 “김밥 파티”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 듯, 맛있게 준비한 “김밥과 김치 그리고 찰옥수수는 무엇보다도

우리들을 기쁘게 했다. 배를 타고 알스터 호수의 강줄기를 따라 유유히 흐르는 가운데 먹고 마시고 이야기 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신선 노름이었다.

이 김밥은 “빨리 김밥(www.bballi.de e-mail : info@bballi.de)”이 제공하였다.

선장은 쉴 새 없이 설명을 하였지만, 우리끼리의 대화에 몰입하여 어느새 내리는 시간이 되었지만 선장에게 수고했다며 큰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보아 설명을 잘 들었는가 보다

이번 프로그램 중 가장 진지했던 것은 친구들이 살아 온 삶의 이야기였다.

“역경을 이긴 삶”, “절반의 성공”, “남극 여행기, 펭귄 이야기”로 제목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한다.

사람 누구에게나 역경을 이긴 삶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들은 좋고 나쁘고의 저울질이 아닌 자신만이 걸어온 “특별한 인생 길 이야기”로 어느 이야기든 가슴을 울리게 한다. 두 친구의 인생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났고 박수가 터졌다.

우리 동문들 중 파독 1차 1966년에 오신 왕선배님들이 있다. 오직 성실함과 부지런함 그리고 특출한 실력으로 후배들이 올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셔서 1976년 까지 약 12000여명의 한국 간호인력이 독일에 올수 있었던 이야기는 한국역사에 길이길이 빛날 것이다.

인생 이야기를 듣느라 항구에 불빛이 밝게 빛나는 것도 잊은 채 이야기에 파묻혔다.

밤이 스며들 즈음 불빛 찬란한 항구와 Speicherstadt 를 도는 Lichtfahrt 배를 탔다. 유네스코에 등록된 빨간 벽돌로 지은 고풍의 건물들 사이사이를 돌면서 엘베필하모니

와 항구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필하모니는 몇년 동안 프로그램이 꽉 찼다고 한다.

또 하나 함부르크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Fischmark 이다. 아침 5시 부터 9시 반까지 열리는 야 장이다. 예전에는 생선을 잡은 배들이 도착하여 싱싱한 생선들을 직접 사기도 했던 생선시장이었지만 지금은 그 풍경은 사라졌다.

몇몇 장사들이 질퍽한 유머를 섞어 소리 지르는 광경은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을 연상하게 한다. 어느덧 마지막 밤이 되어 한국식당에서 송별 및 총평을 한 후, 그 유명한 홍등가 “ST. Pauli” 밤길을 걸었다. 옛날에 비하면 현저하게 축소되었지만 주말엔 아직도 많은 관광객들이 오고 간다. 오래전 무명이었던 비틀즈가 이곳에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되었다하여 박물관과 광장이 있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행사가 막을 내렸다.

23명이 3박 4일로 얼싸 앉고 “호호 하하” 어깨동무했던 귀한 추억의 만남이었다.

“친구는 삶의 가장 소중한 동행자 입니다.”

다음 모임은 2024년 필하모니는 3월 경 미국의 LA 에서 열리기로 하였다.

* 구. 대전간호학교 – 혜천대학 – 현 대전과학기술대학교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러나 우리가 졸업한 학교는 대전간호학교이기에, 추억이 깃든 (구) 대전간호학교로 하였다.

1316호 11면, 2023년 5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