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센한인회 여름 소풍 – ‘오늘 하루 싫컷 웃는 에센 한인회의 날’

잔트보르트. 싱그러운 7월을 맞아 에센한인회(회장:나남철)가 7월18일 네덜란드로 여름 소풍을 떠났다.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가득 담고 버스에 오른 32명의 회원들은 ,챙이 넓은 밀집 모자와 산뜻한 옷차림으로 네덜란드 바닷가 Zandvoort로 향했다.

1년 만에 찾아가는 바닷가 여행이지만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부풀어 올랐고,3시간이 조금 넘는 여행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버스 속의 회원들은 각자가 가진 끼와 재능을 마음껏 자랑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남철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42명의 회원이 참석 등록을 했다가 여의치 못한 사정으로 취소를 해서 매우 섭섭하지만 오늘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한 여러분들을 보니 매우 기쁘다. 건강하기 때문에 여행에 함께 하게 되었고, 내년에도 건강을 잘 유지해서 꼭 참석해 달라. 내년 여행에는 오늘 함께 여행하는 회원들에게 VIP자리를 특별히 미리 예약해 놓겠다”는 말로 건강을 유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윤청자 수석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노래자랑은 가사를 외우지 못하는 회원들의 사정을 고려해 준비한‚ ‘전천후 노래방 1600곡 가사집’이 톡톡히 그 기능을 발휘했다.

김정옥 회원은 “오늘 하루 실컷 웃는 Essen 한인회의 날”이 되기를 희망하는 글을 찬조금 봉투에 정성을 들여 써 와, 얼마나 이 날을 기다려 왔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날만큼은 아픔이나, 질병같이 어두운 이야기는 하지 말고, 오늘 하루를 오롯이 즐기는 최고의 젊은 날이 되기를 희망했다.

이날 소풍은 에센을 중심으로 이웃 한인회 회원들도 함께해 더욱 화목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그 동안 살아온 삶을 진솔하게 드러내며 삶의 지혜를 함께 공유하기도 했다.

최종숙 회원 역시 친구로부터 전해 받은 ‘행복의 가치’에 대한 글을 낭독하며 각자의 삶 속에서 행복의 가치를 얼마만큼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지 에 대해 되돌아보게 했다.

홀란드로 향하는 버스 속은 노래자랑과 그 동안 살아온 인생 이야기로 이미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고, 드디어 멀리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자 그 동안 억눌려있던 마음들이 한 순간에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푸른 바다와 하얀 갈매기 떼들이 비상하는 모습과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로 가득 찬 해변은 이미 한여름을 연상하게 했다.

여성회원들이 주로 소풍에 참석한 탓에 몇 안 되는 고령의 남성들이 Pavilion을 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눈썰미 좋은 여성 회원들의 협조로 눈 깜짝 할 사이에 아늑한 안방 같은 자리가 준비되었다.

각자 준비해 온 음식들이 상 위에 차려지자,마치 꽃밭을 옮겨놓은 듯 울긋불긋 예쁜 음식들이 상 위에 펼쳐졌다. 온갖 정성이 듬뿍 들어간 음식들을 서로 권하며 함께 나누는 식사 시간은 서로를 배려하며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후식으로 Kuchen과 커피까지 마신 회원들은 산책을 하거나 포켓볼을 즐기며 뜨거운 7월의 바다를 마음껏 즐겼다.

길게 이어진 백사장과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닷바람,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따갑게 내려 쬐는 햇볕, 독일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홀란드 바닷가 풍경을 눈에 가득 담고 귀가 길에 오른 회원들은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충전한 에너지를 발산하느라 흥이 넘쳐났다.

몇 년 전에 한참 유행했던 ‘아모레 파티’에 맞추어 어깨춤을 추고, 듀엣이 등장하며 버스 속 풍경은 마지막 절정에 이르렀다.

윤청자 수석부회장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전임 회장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를 부르며 고인들을 추억했고 그들이 남아있는 회원들에게 남긴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았다.

함께 여행을 떠난 회원 중에 갑자기 지목된 회원들은 미처 돋보기도 준비하지 못해 돋보기를 가지러 자리로 돌아갔지만, 돋보기를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어렵게 찾은 돋보기를 써도 노래 가사를 제대로 읽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 또한 자리에 앉아있는 회원들에게는 큰 웃음을 선사했다.

국경선을 넘어 아우토반이 독일로 바뀌었지만 버스 속 열띤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출발지로 되돌아 올 때까지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충분히 준비해간 불고기를 서로 나누고, Kuchen과 오곡밥, 맛깔스런 반찬을 마지막까지 나누며 여름 소풍을 마쳤다.

지금까지 소풍 중 오늘이 제일 즐거웠다는 조정옥 회원은 아픈 허리를 잊고 덩실 덩실 춤까지 추며 남은 인생 중 최고의 젊은 날인 이날을 즐겼다.

전희자 회원 역시 정성 들여 준비한 쑥떡에 참기름을 발라 낱개 포장까지 해 일일이 나누어 주었고, 처음으로 한인 여행에 함께한 독일인 미리암 니콜라이는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고,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함께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바닷가에서 흥겹게 노래하며 춤추는 한국인들을 접한 호기심 많은 일부 홀란드인들은 한글로 씌어진 에센한인회 현수막을 직접 사진을 찍으며 단체사진도 찍어주는 호의를 베풀기도 했다.

언제나 함께해서 행복한 에센한인회!

남은 여생도 건강하고 아름답게 늙어가기를 희망하며 오늘도, 내일도 싫컷 웃는 한인회가 될 것이다.(편집실)

1323호 13면, 2023년 7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