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독일지회 북부 송년잔치 성대히 열려

함부르크. 2023년 12월 8일 한 해를 보내면서 독일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함부르크 대한노인회 북부분회(회장 송정호) 송년잔치가 열렸다. 창밖에는 어둠이 내리고 얼어붙은 도로위에 눈발이 어지럽게 날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 시작시간이 가까워지자 장내는 130여명이 넘는 교포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장내는 서로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만남의 기쁨으로 웃음꽃을 피우며 활기가 넘쳐흘렀다.

독일 속담에 “늙는다는 것은 신의 은혜이고 젊음을 잃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삶의 기술이다.” 는 말이 실감나게 가파른 세월이 많이 흘러갔어도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단아하고 세련된 교포 1세 어르신들은 곱게 물든 단풍처럼 아름다웠다.

한복차림으로 단상에 오른 송정호 회장은 길도 미끄럽고 눈발까지 사납게 날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많이 오셔서 감사드린다며 즐거운 시간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인사룰 전했다.

이 행사를 위하여 프랑크푸르트에서 장시간 기차를 타고 올라온 대한노인회 독일지부 하영순 회장의 인사가 있었다. 현재 독일지부 노인회 회원은 763명이 가입되어 있으며 그 중 21분이 유명을 달리하셨다며 애석해했다. 한국을 오가며 독일 노인회 발전을 위하여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하 회장은 해마다 10월이면 고국방문을 실시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특별히 북부 회원들만으로 고국방문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신철식 함부르크 부총영사는 함부르크가 두 번째 부임지라며 15년 전 근무 때에는 오늘 여기 오신 분들이 모두 젊으셨다며 지나간 세월을 되돌아보았다.

혀영 부영사는 내년 4월에 실시될 총선을 설명하며 선거인 명부 접수를 받았다.

이어서 꽃다발 증정이 있었는데 하영순 회장은 일 년에 3번씩이나 그릴파티를 할 정도로 열심인 송정호 회장의 노고를 치하하며 내외분께 꽃다발을 증정하고 임원 7 분께도 꽃화분을 선사했다.

축하공연으로 단상에 오른 양승우 테너는 장내를 꽉 메우는 풍부한 성량으로 <공주는 잠못이루고> 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고 이어서 교복차림의 남녀 고등학생이 무대에 올라와 노래를 부르는데 왠 콧수염까지 난 갈래머리 여학생 옆에서 수줍어 어쩔줄 모르는 순진한 남학생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었다.

노환영 목사의 식사기도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푸짐하게 잘 차려진 뷔페음식은 보기만 하여도 군침이 도는 형형색색의 한식이었다. 이 많은 음식이 오늘 여기 오시는 어르신들을 위하여 교포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장만한 것이라고 한다. 각박한 세상,너나없이 경제가 어려운 시절인데도 이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봉사해 주신 한미식당 정순문사장님, 김치식당 신길봉사장님, 아시아임비스 김승이사장님, 아시아임비스 김태열사장님, 김치스시 김향옥사장님, 서울역 이동명,정소군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김성윤(Stadt Oper지휘자) 사회로 2부 순서가 시작되었다. 무대 위에는 라면, 간장 고추장을 비롯하여 쌀, 명품가방, 선물세트, 복주머니 등 다양한 선물들이 진영되어 있었는데 모두 회원들의 협조로 장만한 것이라고 한다.

재치가 넘치는 사회자의 진행으로 행사가 더욱 활기차고 즐거웠다. 무대에 오른 분들은 가수 못지않게 노래 실력을 뽐냈고 흥겨운 노래자랑 중간중간에 기대와 설렘과 웃음이 터지는 복권 추첨이 있었다. 라면 한봉지, 고추장 하나 타서 들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고 다 같이 박수치고 축하해주며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오늘 복주머니 주인공은 1등 백명희, 2등 김중근, 3등 강부옥씨였다.

신나는 디스코 선율이 흐르자 세월을 잊은 백발의 청춘들이 앞에 나와 왕년의 춤실력을 과시하며 여전히 건재함을 알리고 있었다.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흘러 먹고 마시고 춤추고 덕담을 나누는 동안 겨울밤은 깊어가고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 다음 만남을 위하여 모두가 건강을 기원하며 아쉬운 작별로 오늘 송년회의 막을 내렸다.

기사제공: 재독한국문화예술협회 진경자 회장

1343호 8면, 2023년 1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