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2024년 ‘푸른 용의 해’ 용기·비상·희망 상징

2024년은 갑진년 ‘청룡의 해’이다. 용은 봉황과 함께 수 천년 동안 우리 겨레와 함께 한 친숙한 영물로 꼽힌다. 서양에서 용은 주로 퇴치해야 하는 존재로 나타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상서(祥瑞)롭고 신령한 동물로 인식한다.

특히 용은 생명의 근원인 물을 상징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용이 하늘로 승천하여 풍운을 일으켜 비를 내리게 하고 물과 바다를 다스리는 강력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수신(水神)으로서 ‘용신’, ‘용왕’ 등 민속신앙의 대상이 되었고 지역별로 다양한 의례가 존재한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뭄 때 지내는 ‘기우제’, 바닷가 마을에서 지내는 ‘용왕제’, 정초 우물가에서 행해지는 ‘용알뜨기’, 대보름 강가에서 용신에게 제물을 공양하는 ‘어부심’ 등이다.

상상의 동물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과 같고, 눈은 토끼와 같고, 귀는 소와 같고, 목덜미는 뱀과 같고…” 중국의 옛 책인 ‘광아’는 용에 아홉 가지 동물 모습이 담겨 있다고 전한다.

용은 십이지(열두 띠 동물) 가운데 5번째이자,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다. 십이지 동물은 쥐ㆍ소ㆍ호랑이ㆍ토끼ㆍ용ㆍ뱀ㆍ말ㆍ양ㆍ원숭이ㆍ닭ㆍ개ㆍ돼지이다. 용은 오래 전부터 큰 못이나 강, 바다와 같은 물속에 살면서 비와 바람을 일으켜 비를 내리게 하는 ‘물의 신(수신)’으로 여겨져 왔다.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 ‘미르’도 물과 관련이 있다.

한국민속상징사전에 따르면 용에 해당하는 진(辰)은 오전 7~9시까지, 방향으로는 동남동, 달로는 음력 3월을 의미한다. 이 용의 해 중에서도 갑진년은 청룡, 다시 말해 푸른 용의 기운이 가득한 해를 일컫는다.

◆푸른용, 사신의 서쪽

청룡(靑龍)은 한자 문화권의 상상의 동물로 파란색을 띤 용을 의미한다. 또 사신(四神) 즉 네 신적 존재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신은 동서남북의 방위를 다스리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 4마리의 영수(靈獸)를 통칭하는 말이다. 중국 고대의 방위도인 사신도(四神圖)에는 이들이 그려져 있다. 고대 무덤의 벽이나 관의 왼쪽에 그려진다. 평안남도 강서군의 고구려 고분이나 충청남도 공주시 백제 고분에서 이들을 볼 수 있다.

주작은 남쪽과 여름과 불을, 백호는 서쪽과 가을과 쇠를, 현무는 북쪽과 겨울과 물을 관장한다. 그리고 청룡은 동쪽과 봄과 나무를 관장한다. 또 청룡은 비와 구름, 바람과 천둥번개 등 날씨와 기후를 다스리며 식물도 다스린다고 한다. 이에 더해 모든 생명의 탄생을 다스리는 역할도 가지고 있다. 새싹이 나고 식물이 무럭무럭 성장하게 하는 존재인 셈이다.

◆ 우리 전통문화에 자리한 용

초현실적 존재인 용은 그러나 실제 존재하는 동물처럼 우리 전통문화 곳곳에 자리해왔다. 우리 문화에서 용은 용기와 비상, 희망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백호, 주작, 현무와 함께 사신의 하나로도 등장한다. 또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믿어져 삼국 시대 무덤 벽화부터 그림 등 다양한 미술품에 등장했다.

용이 나오는 꿈을 꾸면 훌륭한 자식을 낳는다고 여겼고, 비와 바람을 다스리는 용신 혹은 용왕에게 제를 올리기도 했다. 용은 왕이나 황제 등 최고 권력을 나타내는 상징으로도 쓰였다. 왕이 업무를 볼 때 입던 곤룡포에는 가슴과 등, 어깨에 용의 무늬를 수놓았다. 왕과 왕세자, 왕세손은 용 무늬를 쓰더라도 지위에 따라 발톱 수를 3~5개로 차등을 뒀다. 나라를 지키고 보호하는 ‘호국’의 상징으로 여겨진 것도 용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30대 왕인 문무왕(재위 661~681)은 자신이 죽은 뒤 용이 돼 동해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겠다며 동해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한다.

◆ 용이 깃든 물건으로 액을 물리치고, 재복(財福)과 출세를 바라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용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하여 신령스러운 능력을 가까이 두고자 하였다. 그래서 복식, 건축, 그림, 도자기, 가구 등 여러 분야에서 용 문양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지붕에 용마루를 설치하고 기와에는 용두(龍頭) 모양을 장식하여 화재를 막고 벽사(귀신을 물리침)를 나타내었다. 정초에는 용호(龍虎) 그림과 글자를 대문에 붙여 재액초복(除厄招福, 액을 물리치고 복을 빔)을 기원하였으며, 마을을 상징하는 농기에 용 그림을 그려 풍요를 희망하였다. 또한 문방사우(文房四友)나 문자도(文字圖)에 용 문양을 장식하여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출세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그 가운데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된다는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는 ‘입신출세’의 뜻을 지녀 격려와 응원의 의미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 1262개의 용 관련 지명

2021년 국토지리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고시 지명 10만여 개 중 열두 띠 동물 관련 지명은 4109개(4.1%)다. 그중 용 관련 지명이 1261개로 가장 많다.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용산’. 서울 용산 등 전국 70곳에 쓰인다. 제주 용두암처럼 지형 형태에서 유래한 용 지명도 많다.

용은 물에 산다고 전해져 여기서 유래된 검룡소, 용유담 같은 지명도 있다. 전남 고흥군 용암마을의 용바위도 용과 관련된 전설을 품고 있다. 경복궁 건물에 남아 있는 동물 모습 중 가장 많은 것 또한 용이다.

2024년 갑진년 ‘용의 해’를 맞이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준비한 용띠 학술강연회(용해 용-龍하다, 12월 20일 열림) 및 특별전(용-龍 날아오르다, 12월 20일 개막)과 연계하여 용이 지닌 문화적 상징과 의미에 더불어 학술적 값어치를 총망라하였다.

《한국민속상징사전》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folkency.nfm.go.kr)이나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에 공개하고 있으며 원문 자료도 내려 받을 수 있다.

1345호 23면, 2024년 1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