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스루에 한인회(회장 이종원)에서 2월 17일 신년회 잔치를 개최하였다. 특히 이번 행사는 한인회 창립 60주년 이라는 제호 아래 열렸다. 60년이면 회갑으로 사람의 일생으로도 짧지 않은 세월이어서 이번 신년회를 맞이함에 있어서 칼스루에 한인들의 자축의 의미도 컸다.
60년 전 4명의 한국 유학생들로부터 시작한 칼스루에 한인회
봄 햇살이 유난히 환한 날 주말 오후, 칼스루에 한인회 이종원회장이 개회를 선언함으로써 행사의 막이 올랐다. 안말순 임원과 수민 로이팅어의 공동사회로 국민의례가 장엄하게 치러진 뒤, 이종원회장은 “갑진년 용의 해가 밝았다”며 환영사를 시작하였다.
그는 먼저 한인회 서류 검토 중 지난 1964년 5월 1일에 4명의 한국유학생들이 뜻을 모아 칼스루에 한인회 초석을 세웠음을 확인했다면서 그때 그 젊고 학구열에 불탔던 선배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하였다. 그들의 노고 덕분에 칼스루에 한인회가 이 만큼 커서 오늘 뜻깊은 신년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으니 정성껏 준비한 잔치를 마음껏 즐기시라’고도 하였다.
다음 순서로 칼스루에 문화담당시장인 알버트 코이프라인(Dr. Albert Käuflein)박사가 축사를 이었다. 그는 먼저 칼스루에 한인회의 60주년을 축하하며 매우 역동적인 도시 칼스루에는 1715년 도시가 건립된 이래 시민의 40퍼센트가 외국인이거나 외국인 관련인들이라고 하였다. 특히 한국의 대구는 칼스루에 시와 자매결연 하고 양국, 양도시 간의 문화적 교류를 활발히 해왔으니, 이 같은 바탕 하에 다가올 미래에는 더 크고 긴밀한 문화교류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하였다.
자매도시 대구와의 가교역에 칼스루에 한인회 역할 커
주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 고경석총영사는 축사에서 한국과 독일은 정치와 경제 문화 사회 각 분야에서 매우 돈독한 파트너 국가인데 독일의 한인회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한인회가 칼스루에 한인회임을 치하했다.
또한 우리나라 대구의 예술 인재들을 자매도시인 독일의 칼스루에 시에 선보이는 프로젝트가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되어온 것과 이러한 문화적 교류의 저변엔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칼스루에 한인회가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양국의 문화발전 교류에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지원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성규 재독한인회장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이제 우리에게 이 곳은 제2의 교향이라며, 우리 언어 우리 문화의 세계적 강세로 “안녕하십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인사를 외국인들로부터 받고 있다 한다. 그 만큼 독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한국이 문화강국임이 입증되고 있다며 이러한 터전에서 우리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고유의 문화를 많이 알려달라 당부했다.
남부지역한인회장단협의회 회장이자 다름슈타트 한인회장인 한상원씨는 60주년 칼스루에 한인 신년회 축사에 임하며, 칼스루에 한인회 및 재독 한인사회를 이끌었던 고 안명자 회장과 그녀의 담대한 지도력을 상기했다. 남부 한인회는 8개의 한인회로 구성되었다는 그는 매년 친선 배구대회를 열고 있는데 칼스루에 한인들의 참여와 협력에도 감사했다.
칼스루에 한인회를 위한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수여되는 감사장 수상자로 황영수 박사가 선정되었다. 이북을 고향으로 둔 그는 때마침 여행 중이었으므로 그의 딸 자넷 황 박사가 아버지를 대신하여 수상하였다. 수상소감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존경과 연민을 가진 아버지의 딸로서 이 같은 상을 대신 받아 매우 기쁘다.’며 아버지가 한국 동요를 부르며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던 기억을 감격스럽게 회상하였다.
행사가 중반에 들면서 이종원 회장이 내빈들을 소개하고, 칼스루에 한인회 전임회장들을 단상으로 불렀다. 이들은 전미영자, 이경자, 백옥숙, 곽금식, 민병재, 오재순, 최미현, 최윤복, 정연호 회장으로 칼스루에 한인회를 이끌어 온 원로들로서 참석자들로부터 큰 응원과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한국 홍보영상과 함께 60년 칼스루에 한인 역사를 돌아보는 영상자료가 상영되었다.
공식적인 행사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음악무대가 펼쳐졌다. 그 첫 순서로 김규영씨가 홍지흔씨의 피아노반주로 블록플루트 소나타를, 카운터테너 어창훈씨가 장하은씨의 피아노 반주로 우리가곡 ‘청산에 살리라’를 불렀고, 소프라노 이은수씨가 블록플프트와 피아노 반주로 ‘연’을 불렀다.
‘도룡뇽’이라는 주제로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를 율동과 노래로 선보인 어린이들은 칼스루에 한글학교(교장 이은선) 학생들이었다. 알록달록한 옷에 키도 연령도 제각각인 학생들이 팻말을 들고 춤추며 노래할 때 좌중은 기쁨과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문어의 꿈’ 공연은 비교적 상급학년인 듯한 학생들이 맡았다. 꿈을 가진 문어들이 춤을 추며 우리말 가사의 노래를 부르니, 보기에도 듣기에도 즐거워서 다들 따라 부르며 흥겨워하였다.
칼스루에 한글학교, 여성합창단, 재독음악인들이 함께 만든 고품격 봄 음악회
바리톤 이하결씨는 우리 가곡 ‘눈’을 부르기에 앞서, “공교롭게도 오늘은 화창한 봄날씨이지만, 내리는 눈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들어 달라”고 친절히 주문하고 노래하였는데 아름다운 미성에 박수 갈채가 터졌다. 이어 테너 최한솔씨와 소프라노 이은수씨가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의 ‘축배의 노래’를 듀엣으로 불러 청중이 크게 환호하였다.
무대에 오를 때부터 화려한 한복 빛깔에 핸드폰 촬영세례를 받았던 칼스루에 여성합창단(단장 고영아)은 신상우 곡 ‘인생’과 우리 리듬이 흥겨운 조두남 곡 ‘산촌’을 김유경씨의 피아노 반주로 불렀다. 창단이래 합창단의 지휘봉을 고수하고 단원들의 음악성을 지도해 온 재독음악인 최광희씨의 열정적인 지휘가 돋보였던 무대였으며, 연주가 끝나고 여기저기서 ‘쭈가베(앵콜)’를 외치는 함성이 들렸다.
한식 뷔페로 준비된 식사와 휴식을 가진 뒤 곽금식 사범이 이끄는 태권도 시범이 힘찬 구령으로 시작되었다. 곽금식씨는 품새, 겨루기, 격파에 걸친 태권도의 기본과 국제 수준 즉 올림픽 경기에 준하는 경기 규칙과 동작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더구나 그는 상대가 흉기를 가졌을 때의 방어동작을 여러 경우를 통해 알려주었으며 연약한 여성이 힘 센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도 소개해서 우리나라 국기로서의 태권도에 자부심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다시 이어진 음악무대에서 테너 최한솔씨가 부른 프리데리케 중의 “소녀야 내 소녀야”, 카운터테너 어창훈씨가 합류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홍지흔씨의 피아노 반주로 바이얼리니스트 문예담씨가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을 선보이고 어창훈씨가 헨델 오페라 ‘세르세’ 중의 ‘옴브라 마이 푸(나무 그늘 아래서)’를 불렀다. 카운터 테너 성악가 어창훈씨는 작년 같은 무대에서 처음 만났고, 그의 목소리 연주를 비교적 잘 알려진 곡으로 다시 들으니 기쁨이 배가되었다.
봄밤이 이슥해지는 가운데 소프라노 이은수씨가 도니제티의 ‘연대의 딸’을, 출연 성악인들 모두가 함께 ‘우정의 노래’를 부름으로써 감동적인 신년음악회의 막이 내려졌다.
한편 이날 행사의 여러 복권 중 독특했던 것은 국립극장 입장권 여러 장이었다. 한국 음악인 김주현씨의 연주회 입장권 4장이 그것인데, 김주현씨는 칼스루에 시립극장 관계인들이 우리나라 대구 수성구에서 개최한 음악경연대회의 우승자로서 이곳 칼스루에 시립극장에서 오는 3월 2일 공연을 할 예정이다.
입장권은 칼스루에 바덴시립 극장장인 요하네스 그라프-하우버(Johannes Graf-Hauber)가 이날 무대에 나와 공개추첨 하였고, 최윤복씨와 그의 아들 카알씨가 당첨의 영예를 안았다.
이 외 대회 복권 3등에 이경자씨와 테오 스트륩씨, 2등에 정귀남씨, 영예의 1등에는 하일브론에 거주하는 전녹희씨가 차지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내빈은 고경석총영사, 재독한인총연합회 정성규회장, 남부한인회 협의회 한상원 회장, 차순우영사, 하이델베르그한인회 김인옥 회장, 비스바덴 한인회 조윤선 회장, 마인츠 한인회 김흥순 회장, 칼스루에 한인교회 김두식 목사, 칼스루에시 문화시장 코이프라인박사(Dr. Käuflein), 칼스루에 시립극장 그라프-하우버(Graf-Hauber) 극장장, 칼스루에 시의회 프레베어(Frewer)의원과 뮐러(Müller)의원, 우이잘(Uysal)의원 등이다.
이영수기자 julee33333@gmail.com
1352호 10면, 2024년 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