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은희 교포신문 전편집장이자 사단법인 풍경 세계문화협의회 대표를 추모하며

추모사

강여규(사단법인 풍경 세계문화협의회 부대표)

오늘 저는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은희님을 추모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저는 은희가 우리 곁에 있을 때, 늘 은희씨 또는 은희님 이라고 불렀습니다. 조금은 거리를 둔 말들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그냥 은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제 마음의 풍경이 그러합니다.

이 ‘풍경’이란 말은 저와 은희를 엮어준 귀한 말입니다. 오래 전, 우연히 ‘풍경’이란 이름의 종이신문 월간지를 접해 읽으면서, “아, 이은희란 친구는 글을 참 잘 쓰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풍경이란 이름도 근사해서 이은희라는 이름은 저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 다음의 만남은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2020년 2월에 18일, ‘평화의 소녀상’ 전시 개막일이었습니다. 개막일 행사도 훌륭했고, 소녀상은 그곳에 5개월 동안이나 전시될 예정이었는데,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이가 이은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세 번째의 만남은 은희가 2021년 프랑크푸르트 시의 외국인 자문위원회에 후보로 출마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은희의 출마가 매우 반가웠고, 꼭 선출되기를 바라며 프랑크푸르트 한국교민들에게 “투표에 참여하여 그녀를 자문위원회에 위원으로 보내주십시오”라는 독려의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가 한국인으로 살면서도 현지 사회의 모든 분야에 참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희의 출마는 동지적 친근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만남은 그 이후에 계속되어 저는 은희가 대표로 운영을 해 온 ‘풍경 세계문화협의회’의 회원이 되었고, 그러자 만날 기회도 많아지면서 은희와 가까워졌습니다.

은희는 보기 드문 한국여성이었습니다. 그녀의 활동목표는 그 풍경의 홈페이지가 명시하고 있는 목적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술과 문화장려, 국제간 상호이해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국제활동 촉진, 남녀평등 및 교육의 기회 촉진 등이었는데, 그것은 상당히 추상적이고, 인간 삶의 전체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은희는 그 목적을 향해 실행 가능한 여러 의미 있는 일들을 찾아내었고, 풍경의 회원들과 함께 쉬지 않고 활동해 왔습니다.

그리고 평화의 소녀상 전시로 짐작하셨겠지만, 은희는 2차 세계대전에서 행한 일본의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해 계속 연구하면서 활동해 왔습니다. 은희는 단지 일본을 비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의 지평을 넓게 열어가기도 했습니다.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와의 동지적 인연은 이제 ‘조선인 군위안부와 일본군 위안소제도’라는 기념비적인 책의 저자 윤명숙 교수를 초대하여 강연회를 계획한 것으로 마지막이 되고 말았습니다.

은희의 여전사 같던 에너지와 낙관성, 계획한 일이 틀어질 때에도 낙담하여 주저앉기 보다는 다른 길을 찾아내려는 노력,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은희는 삶의 전략으로 긍정주의가 필요했던 것일까?

자신의 병이 점점 깊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늘 별일이 아니라는 듯이 말하곤 했습니다. 저는 은희의 좋아질 것이란 희망에 동의하면서도 안타까웠고, 가끔 어린아이처럼 명랑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엉뚱한 모습 속에 슬픔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은희의 부재가 실감나지 않지만, 은희는 우리에 앞서 이미 우리와 작별하였습니다. 삶 속에 남겨진 저나 여러분은 이제 은희를 따뜻한 기억의 장소에 초대하여 함께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은희가 남긴 글들을 읽으면서, 보고 싶은 마음을 다독이며, 하고 싶었던 대화를 계속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 7월 25일 프랑크푸르트 한국문화회관에서

1373호 12면, 2024년 8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