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을 무대로 흥기했던 여러 왕조들의 끊임없는 침략과 삼국시대 때부터 노략질을 일삼았던 왜구, 조선시대에 이르러 두 차례의 왜란 그리고 구한말 서구 열강들의 침략을 거쳐 35년 동안의 일제강점기, 마지막으로 한국전쟁까지 크고 작은 전란 속에서도 살아남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문화유산들이 있다. 하지만 마치 군데군데 이가 빠진 것처럼 우리 곁에 남아 있는 문화유산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5천 년을 이어오면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우리 선조들의 위대한 유산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현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발표에 따르면 ‘국외에 있는 우리나라 문화재 수’는 2005년 7만 4434점, 2012년 14만 9126점 그리고 2020년 19만 3136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외롭게, 그러나 의연하게 한국을 알리고 빛내고 있는 우리 문화유산들에 대해 『돌아온, 돌아와야 할 우리 문화유산』은 총 30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그간 알려지지 않은 반출 문화재의 숨은 이야기를 전한다.
이 책은 우리 문화유산이 어쩌다 어떤 경로로, 누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곳곳에 흩어지게 되었는지 그 발자취를 흥미진진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간다. 이미 과거에 벌어진 문화유산의 역사를 담아냈지만 역사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계속 흘러간다는 점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란 굳은 믿음과 기대를 담았다.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의 실상을 파악하고, 해외 소재 문화재 출처 조사와 환수 작업, 정책 제안, 문화유산 보전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재단법인 문화유산회복재단에서 ‘잃고 잊고 또는 숨겨진 문화유산 이야기’라는 주제로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에 대해 청소년은 물론,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고자 <돌아온, 돌아와야 할 우리 문화유산>을 펴냈다.
이 책은 2006년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문화재환수위원회를 시작으로 2014년 문화재환수국제연대 그리고 현재 재단법인 문화유산회복재단에서 활동하는 이상근 이사장과, 어렸을 때 루브르에 있는 이집트 미라를 보고 시작된 단순한 호기심이 불법 반출 문화재에 관한 석사 논문까지 이어지게 되었다는 김정윤 연구원이 공동 집필했다.
십수 년간 해외 각처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찾고, 환수 활동을 벌이면서 겪은 일들을 중심으로 기록한 이 책은 미래를 이끌어 갈 우리 청소년들이 ‘돌아온, 돌아와야 할 우리 문화유산’들에 대해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한 번 더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았다.
특히 ‘잃고 잊고 또는 숨겨진’ 우리 문화유산 가운데 약 42%(약 8만여점)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집중조명한다. 현재 하반신만 남아있는 ‘백제 반가사유상’, 일본 국회도서관에 소장된 세종 때 제작한 별자리 지도인 박연의 ‘혼천도’, 현재 환수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백제 미소보살인 ‘금동관음보살입상’, 일본 문화청 홈페이지에 중국 후한시대와 고려에서 제작한 것으로 소개된 ‘금은상감동관’ 등을 다룬다.
또 일본에서 구경거리가 된 왕릉 수호신 ‘석인상’, 일본의 보검 ‘칠지도’와 백제의 ‘상감기법’, 가토 기요마사가 강탈한 ‘의방유취’ 등도 소개한다.
아울러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 ‘외규장각 의궤’, ‘원각경’ 등 프랑스에 있는 약 3000여점의 문화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책을 펴낸 도서출판 지성사는 “문화유산은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는 데 힘이 되는 든든한 디딤돌과 같다”며 “이 책을 계기로 문화재를 단순히 값비싼 보물이 아니라 진정한 가치를 지닌 인격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늘어나 문화 강국을 실현하는 데 한 발짝 더 나아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돌아온, 돌아와야 할 우리 문화유산』
– 잃고 잊고 또는 숨겨진 문화유산 이야기 –
이상근 , 김정윤 지음 | 지성사 | 2020년 11월
1210호 17면, 2021년 3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