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의 문화이야기 (63)

세계를 호령하는 한류 (1)

우리문화인 한류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일본·동남아 등 아시아권에서의 문화주류로 세를 과시하던 한류가 이제는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고, 영화 ‘기생충’이 칸과 아카데미 영화제를 연달아 석권하며 한국 영화의 뛰어남을 세계에 뽐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의 부상과 함께 ‘킹덤’ 등 드라마와 영화가 아프리카·중동에서도 인기를 끌고 애니메이션과 웹툰 등 신(新)한류 콘텐츠도 시장을 주도한다.

오래와 영화, 드라마를 넘어 이제는 K-Food. K-Beauty, K-Game등이 이곳 유럽에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교포신문 문화사업단에서는 세계를 호렬하는 한류를 각 부분별로 살펴본다.

K-POP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이 ‘문화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류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한류는 90년대 중후반 대만과 중국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드라마를 시작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K-pop이 이끌고 있다.

지난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BTS는 히트곡인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최초의 K-pop 그룹이 되었다. 여기에 SM엔터테인먼트의 어벤저스 그룹 수퍼M이 핫200 차트에서 앨범 데뷔와 함께 1위를 기록했으며, 블랙핑크가 국내 걸그룹 최초로 빌보드 앨범200 차트 2위에 올랐고 전 세계 57개 지역에서 iTunes 앨범차트를 정복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빌보드 클래식 앨범 1위’, ‘퓨전 국악’ 등 의외의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한식과 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한류가 가세하며 전 방위적으로 우리 문화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렇듯 한류 문화의 동시다발적 약진에 대해 외국 학자들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끊임없이 이어진 고난의 역사로 인한 위기의식이 창의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보다 설득력 있는 이유는 창의적인 문화상품을 창조하는 우리 문화산업의 혁신 역량에서 찾아야 한다.

K-pop 붐이 거세지면서 2020년 한국의 음악 앨범과 비디오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1~11월 수출액은 지난 해 대비 무려 94.9% 증가한 2,300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의 대중음악이 예술의 차원을 넘어 국가브랜드와 산업혁신 차원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에 힘입어 문화콘텐츠 산업은 2018년 가전 산업을 제치고 13위의 국가수출 품목으로 등극하였다. 그 결과 2020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했다.

한류 콘텐츠 산업이 반도체와 함께 한국경제의 혁신을 주도

업혁신의 관점에서 바라본 K-pop 산업은 한국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도 공통점이 많다. 예를 들면 첫째, 메모리 반도체가 생산 시스템을 중심으로 혁신을 했듯이, K-pop도 아이돌 생산 시스템이 혁신의 중심을 이룬다.

둘째, 반도체가 전 공정을 기업 내부에서 수행하는 수직적 통합에 의해 경쟁력을 확보했듯이, K-pop도 Total Management System을 통해 아이돌 관련 전 공정을 내부에서 수행한다. 셋째, 메모리 반도체가 기존 일본 기업들과 달리 세계 최고의 품질과 성능이 아니라 적정 품질을 유지하며 가성비 좋은 제품을 재빨리 공급하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듯이, K-pop도 기존 음원 중심 사업에서 탈피해 아이돌 자체를 상품으로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후한 K팝의 성공 배경엔 디지털 시프트와 장르 확장성이 있단 평가다. 오프라인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체질에 온라인 요소를 더하면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BTS가 공식 데뷔 전부터 트위터 등을 활용해 팬과 소통했다며 유튜브를 활용한 마케팅이나 SNS에 공유하기 알맞은 안무·후크송 등을 BTS가 성공하게 된 요인 중 하나로 짚었다.

K팝 성공방정식 통했다

실제 국내 음악산업은 온·오프라인 융합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CJ ENM은 2012년 미국에서 처음 한류 페스티벌 케이콘(KCON)을 론칭한 이후 지난해 코로나19(COVID-19)로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워지자 비대면 ‘케이콘택트(KCON:TACT)’로 전환, 유·무료 관객 1745만명을 끌어들였다. CJ ENM은 헐리우드 베테랑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와 함께 K팝 소재 영화를 제작하며 소비 접점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박정민 CJ ENM 음악컨벤션사업팀 팀장은 “K팝 플랫폼이 앞으로 메타버스 개념과도 결합해 시공을 초월해 한류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온·오프라인에서 소통하는 융복합적 경험을 통해 K팝 산업의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넥스트 BTS? K팝 생존하려면

K팝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포스트 BTS’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글로벌 한류 트렌드 2021’에 따르면 해외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한국 가수 순위는 2018년부터 BTS가 독식하고 있다. 블랙핑크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새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엔터업계에선 K팝 생존이 단순히 새로운 아이돌의 출현과 맞물리지는 않는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혜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음악패션산업팀 팀장은 “중요한 것은 기존에 보여준 것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라며 “판에 박힌 음악으론 K팝 인기는 시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대중음악 장르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우진 평론가는 “K팝은 이미 전 세계적인 장르가 됐고, BTS가 반드시 한국에서 나와야 할 필요는 없다”며 “하이브나 SM, CJ ENM 등이 해외에 진출하고 있고 K팝 육성 시스템을 해외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브랜드로 만든 뮤지션을 통해 산업규모를 키우고 음악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인식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236호 23면, 2021년 9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