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호령하는 한류 (2)
우리문화인 한류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일본·동남아 등 아시아권에서의 문화주류로 세를 과시하던 한류가 이제는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고, 영화 ‘기생충’이 칸과 아카데미 영화제를 연달아 석권하며 한국 영화의 뛰어남을 세계에 뽐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의 부상과 함께 ‘킹덤’ 등 드라마와 영화가 아프리카·중동에서도 인기를 끌고 애니메이션과 웹툰 등 신(新)한류 콘텐츠도 시장을 주도한다.
오래와 영화, 드라마를 넘어 이제는 K-Food. K-Beauty, K-Game등이 이곳 유럽에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교포신문 문화사업단에서는 세계를 호렬하는 한류를 각 부분별로 살펴본다.
“K-콘텐츠: 칸 점령하고 넷플릭스 호령한다
한류라는 이름으로 이른바 K-콘텐츠가 해외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첫 사례는 2002년 방영됐던 <겨울연가>로 기록된다. 이 드라마는 일본에서 ‘욘사마’로 불린 배용준 열풍을 일으키면서 한류의 물꼬를 텄다. 이듬해 방영된 <대장금>은 중화권과 아시아권을 넘어서 중동, 유럽에까지 한류의 영향권을 넓혔다. 당시 중동에서는 시청률이 무려 90%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영화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를 휩쓴 이후 벌써 2년이 지났다. 아직 제2의 ‘기생충’은 보이지 않지만, K-콘텐츠의 존재감은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
◆ 봉준호가 열고 이병헌이 닫은 74회 칸
지난 7월 열린 올해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은 없지만, 한국 영화인이 곳곳에서 활약하며 달라진 한국 영화의 위상을 보여줬다. 봉준호 감독은 개막 선언을 했고, 배우 송강호는 경쟁부분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배우 이병헌은 한국 배우 최초로 폐막식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한재림 감독의 영화 ‘비상선언’은 칸 영화제 공식 섹션인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영화가 끝난 뒤 기립박수는 10분 동안 멈추지 않았다. “놀랄 만큼 훌륭하다! 경탄스럽다”(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리모), “강렬하면서도 굉장히 현대적인 재난 영화”(프랑스 영화전문월간지 시네마티저), “2시간 30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렸다”(AFP통신) 등 영화 관계자와 해외 언론의 찬사가 이어졌다.
넷플릭스로 공개된 한국 영화들도 잇따라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영화 ‘#살아있다’는 지난해 9월 31개 언어 자막과 5개 언어 더빙으로 공개돼 ‘K-좀비’ 장르를 선보였다.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살아있다’는 한국 콘텐츠 처음으로 넷플릭스 글로벌 무비 차트 1위에 올랐다.
이어 올해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넷플릭스 개봉을 택한 SF 블록버스터 ‘승리호’도 공개 후 전 세계 재생 수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월9일 기준으로 전 세계 29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240억원 가량이 투입된 ‘승리호’는 넷플릭스에 단독 공개하는 조건으로 310억원 규모 배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 베트남 넷플릭스 TV쇼 톱10 살펴보니…8개가 한국 드라마
아시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한국 드라마도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네이버웹툰 원작 ‘스위트홈’은 지난해 12월18일 공개 후 한국과 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대만·카타르·태국·베트남 등 11개국에서 넷플릭스 차트 1위에 올랐다.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톱10 차트 안에 진입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등 중동 국가 시청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한국형 좀비 사극 ‘킹덤’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는 신 한류 대표 콘텐츠다. 2019년 ‘킹덤1’, 2020년 ‘킹덤2’이 호평을 받은 데 이어 지난달 23일 출시된 ‘킹덤 : 아신전’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8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스케일이 큰 작품만 사랑 받는건 아니다. 각국의 순위를 들여다보면 K-드라마 자체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실감할 수 있다. 20일 기준 베트남 TV쇼 톱10 순위를 살펴보면, ‘슬기로운 의사생활’, ‘슬기로운 감빵생활’, ‘알고있지만’ 등 무려 8개가 한국 드라마다. 같은날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는 6개, 대만에서는 5개, 일본에서는 4개의 한국 드라마가 TV쇼 톱10 순위에 올라와 있다.
◆ “K-콘텐츠 없이는 넷플릭스 사업 영위 못한다”
전문가들은 “K-콘텐츠 없이는 넷플릭스가 사업 영위를 못할 정도”라며 한국 영화·드라마 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온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영상 콘텐츠의 한계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인데, 리스크가 분산되려면 내수 시장이 커야 한다”며 “한국은 내수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중국 시장 의존도가 컸었는데, 마침 중국 시장이 막혔을 때 마침 넷플릭스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한국 제작자들과 넷플릭스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설명이다.
노 센터장은 “현재 아시아 시장에서의 한국 콘텐츠 선호는 분명하고, 미국에서도 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카데미에서 상 받을 정도의 영화를 만들 만큼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 블룸버그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콘텐츠 할리우드에 심각한 위협“
한국 연예계의 최신 히트작 ‘오징어 게임’으로 관련 주가가 폭등하고 있으며, 한국의 콘텐츠가 할리우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월 27일 보도했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글로벌 랭킹 1위에 올랐고,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내 서비스 1위를 차지했다.
블룸버그는 “오징어 게임에서 볼 수 있듯 한국의 콘텐츠 생산 능력은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할리우드에 필적할 만 하다”며 “한국의 콘텐츠가 할리우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1237호 23면, 2021년 10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