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의 문화이야기
문화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각(4)

다양한 형태의 문화

우리가 하루에도 수없이 듣는 말인 문화와 예술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않다는 것은 첫 번째 연재에서 살펴본바 있다.

이번호에서는 과연 문화의 영역, 또는 문화의 대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견해들을 그 발달 순서에 따라 소개해본다.

삶의 양식으로서 문화

삶의 양식으로서의 문화는 문화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정의에 기초한다. 문화라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것이며 삶의 총체적인 양식으로 볼 수 있다. 문화는 인간이 만든 지적, 정서적 산물로서만 아니라 인간 모두가 삶 속에서 만들고 향유한 것의 총체적 산물인 것이다.

문화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대중들이 일상에서 경험된 것을 중시하는 영국의 문화연구의 전통에 기반 한다. 문화는 특정한 계급들이 특정하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살아온 경험(lived experience)을 바탕으로 한다. 전통적인 문화인류학에서는 이러한 정의에 기반 해서 문화를 한 사회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관습(custom)으로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영국의 문화연구자들은 전통으로서의 관습조차도 삶의 과정에서 체현될 때는 변화할 수 있으며, 문화는 고정된 관습을 반복하기 보다는 개인들의 구체적인 자기 삶의 경험에 기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관습 체계로서의 문화

삶의 양식으로의 문화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 관습이 만들어 놓은 하나의 고정된 틀로 보는 견해들은 경험 그 자체보다는 경험의 표준적인 관습체계를 중시한다. 구조주의 문화인류학자인 레비 스트로스(Levi Strauss)의 견해가 대체로 이 범주에 속한다. 남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사회조직이나 생활형태를 연구했던 방법론인 구조주의란 우리가 생각지 못한 조화에 대한 탐구이며 어떤 대상들 가운데 내재하고 있는 관계의 체계를 발견해내는 것이었다. 레비-스트로스는 원주민 사회를 연구대상으로 선택하여 이 사회 내에서 신화, 친족, 결혼 따위의 법칙과 체계를 규명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레비 스트로스는 대표적인 저작인 『슬픈 열대』에서 브라질 내륙지방에 살고 있는 네 원주민(카두베오, 보로로, 남비콰라, 투피 카와이브족)를 분석하면서 이들 부족의 생활 안에 내재한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언어적, 기호적 관습체계들을 분석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서구사회가 세계의 나머지 다른 부분에 대해 그 자체의 기준을 부여하려는 오만한 전통에 대해 반대. 그는 이들 원주민 사회가 야만적이라거나 비합리적이라는 전통적 사고를 반박하며 이른바 미개사회는 인간성에 대한 전체적 체험을 거의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이 사회는 오직 우리들의 사회와는 다른 종류의 사회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지적, 심미적 활동으로서 문화

지적, 심미적 활동으로서 문화는 문화가 인간 활동에서 특별한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판단한다. 문화는 삶의 양식 중에서 특히 개인의 지적, 감성적 실천의 산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는 문화를 특별한 것으로 바라본다. 레이먼드 윌리암즈는 이러한 정의가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문화는 음악, 문학, 회화, 조각, 연극, 그리고 영화로 구성된 특별한 미적 활동인 것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시기에 전통적인 문화에 대한 정의는 문화를 어떤 특별한 미적 가치의 산물로 본다. 예컨대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조 시대의 시인이자 문화비평가인 매튜 아돌드(Matthew Arnold)는 문화가 자본주의 시대 신흥계급으로 부상한 부르주아들의 지적 교양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서양의 문명이 그리스 헬레니즘과 유대 헤브라이즘으로 양분되었다고 보는데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발생한 사회의 무질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교양계급의 출현을 생각한다. 문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혼란과 무질서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며, 특히 문학은 부르주아의 교양을 위해 필수적이다. 아놀드는 “문학은 지금까지 말하여지고 생각된 것 중에서 최상의 것”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는 문화를 삶의 양식의 총제로 정의하기보다는 특별한 지적, 심지적 활동의 산물로 보려는 의도를 갖는다.

20세기에 부르주아 모더니즘 예술의 등장 역시 문화의 절대적인 가치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되었다. 영국의 문학비평가 F. R. 리비스(Leavis)는 문학의 가치가 인류의 가치 중에서 가장 탁월한 것으로 본다. 문학은 당대 사회의 모든 가치들을 대표할 수 있으며 그 가치는 소위 ‘문학의 위대한 전통’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한다. 리얼리즘 문학비평가인 게오르그 루카치(Georg Lukács) 역시 미적 예술적 반영이 과학적, 학문적 반영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본다. 20세기 모더니즘 시대에 “미적 특수성”에 대한 이론적 실천은 ‘낮설게하기’로서의 형식주의 비평이나 ‘현실의 충실한 반영’으로서 리얼리즘 비평이나 모두 문화와 예술을 특별한 미적 실천으로 바라본다.

기호적 표현으로서의 문화

미적 실천으로서 문화에 대한 정의와는 다른 관점에서 문화가 하나의 물질적 산물이면서 상징적 체계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견해는 문화가 그냥 삶의 양식으로 일반화되지 않고 특정한 물질적 과정을 가지고 있고, 그 물질적 과정에서 특정한 기호와 기호체계들을 생산한다고 본다.

기호적 표현으로서의 문화는 문화를 이데올로기의 형태로 간주한다. 문화의 생산과 소비, 즉 “물질적 생산”과 “기호의 향유”는 일정하게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데, 그것이 하나의 허구의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물질적 과정을 통해서 그러한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화의 물질적 과정은 우리가 대중음악, 영화, 게임이라는 표현의 물질을 소비할 때 알 수 있듯이, 물질 그 자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호적 표현 체계로 재현된 것을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1285호 23면, 2022년 10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