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39)

에르츠 산맥(크루슈네호리 산맥) 광업 지역 (Montanregion Erzgebirge/Krušnohoří)

교포신문사에서는 2022년 특집 기획으로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매주 연재한다.
독일은 서독 시절이던 1976년 8월 23일 유네스코 조약에 비준한 이래, 48건의 문화유산과, 3건의 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아픈 역사도 갖고 있는데, 2009년 현대적 교량 건설로 인해 자연 경관이 훼손됨을 이유로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명된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제명된 첫번째 사례였다.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등재일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2019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에르츠 산맥(크루슈네호리 산맥) 광업 지역”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술과 과학적 혁신의 중심지로서 작센-보헤미아 오레 산맥 광산의 두드러진 역할과 세계적 영향을 보여주는 특별한 증거이다.

“에르츠 산맥(크루슈네호리 산맥) 광업 지역”은 독일 작센(Sachsen)과 체코 사이에 있다. 두 나라의 국경 사이에 있는 이 연속유산은 광산의 공간적·기능적·역사적·사회기술적 완전성을 갖춘 총 22개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12세기부터 20세기까지 800년 동안 이 유산은 다금속 광산(polymetallic mining)으로서 거의 중단 없이 채굴되었고, 광산과 관련된 주변 여건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면서 하나의 뚜렷한 자족적 경관 단위를 형성하였다.

여러 시기별 채광의 역사에서 광산업과 관련된 중요한 성취가 이 지역에서 시작되었고, 다른 광산 지역으로 성공적으로 확산되거나 이후의 잇따른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이 중에는 무엇보다도 최초의 광업고등학교가 설립되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전 세계로 끊임없이 이주한 고도로 숙련된 작센-보헤미아 출신의 광부들은 광산 기술과 관련 학문 발전에 기여했고, 또 그 발전을 세계인들과 교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교환의 흔적은 ‘에르츠 산맥(크루슈네호리 산맥) 광업 지역’에 여전히 분명하게 남아 있다.

또한 “에르츠 산맥(크루슈네호리 산맥) 광업 지역”은 오레 산맥의 문화와 관련된 사람들의 살아있는 전통, 아이디어, 신앙이라는 무형의 가치들을 뒷받침하는 기술, 과학, 행정, 교육, 관리, 사회적 측면을 보여주는 탁월한 증거이다. 조직뿐 아니라 계급에 따른 행정 및 관리는 16세기 초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오레 산맥의 광산 전통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절대적인 통치자 역할을 했던 광산 관료들이 엄격하게 노동력을 통제한 전통은 초기 자본주의적 자금 조달 시스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방식은 유럽 대륙의 모든 광업 지역의 광산 운영에 관한 경제적·법률적·행정적·사회적 시스템에 영향을 미쳤다.

국가 통제의 광산 조직은 근대 초기의 화폐 시스템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야히모프(Jáchymov)에 있는 왕립조폐국(Royal Mint)이 대표적인데 이곳에서 1520년에 첫 주조된 ‘탈러(thaler)’라고 알려진 무거운 은화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수세기 동안 화폐 시스템의 표준으로 이용되었으며, ‘달러’ 통화의 전신이기도 하다.

“에르츠 산맥(크루슈네호리 산맥) 광업 지역”의 광산은 광물의 분포에 따라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처리 공정을 적용하여 광물을 채굴했다. 균일하게 분포되지 않은 광물의 밀집도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 채굴이 결정되었고, 물 관리와 임업, 도시화, 농업, 운송 및 통신 등에 토지를 특정하게 분할 이용하여 일관된 광업 경관을 형성했다.

이 광산들은 국가 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연속적 단계에 따라 광상이 개발되었으므로 선형(線形)의 특징을 띠며 그 선형 위에 일정한 노드(node, 접점)와 집중도를 나타내는 패턴이 형성되었다. 잘 보존된 광산 작업장, 기술 앙상블과 경관적 특징은 중세 후기부터 근대까지 이제껏 알려진 중요한 추출‧가공 기술의 적용을 입증하며, 지상과 지하 모두에 광범하게 설정된 정교한 물 관리 시스템에 대해서도 증언한다.

광산 산업은 주변의 광산 경관과 가까운 계곡들 안에, 그리고 매우 가파른 고지대 안에 형성된 촘촘한 정주 패턴을 보였고 이로써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정주 패턴의 발전을 이끌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

“에르츠 산맥(크루슈네호리 산맥) 광업 지역”은 오늘날까지도 그 유물의 구조 및 패턴에 있어 가독성이 매우 높다. 이 광업 지역은 광물이 균일한 분포로 매장되어 있지 않아서 다양한 광물들이 서로 다른 시기에 채굴되었고 이로써 산맥의 광업 지역은 특정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오레 산맥(Ore Mountains)을 중심으로 양 편에 나타난 광산 경관은 작센과 보헤미아 사이의 기술적 노하우, 광부와 금속학자 사이에 일어난 아이디어의 교환을 보여준다.

오레 광상(鑛床, deposit)은 세계사적 결정적 시기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광산의 경험적 지식의 발전, 모범 사례, 오레 산맥에서 고안 및 발전된 기술 등에 힘입어 이용된 중요한 경제 자원이었다. 말하자면 새로운 광물의 발견은 세계 시장에 영향을 주었고, 정치 및 전쟁에 이용되었으며 이후로도 잇달아 ‘새로운’ 금속과 그 용도가 발견될 때마다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오레 산맥은 특히 1460년부터 1560년까지 한 세기 동안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은의 공급처였다. 또한 이 시기의 은광은 새로운 조직 및 기술을 출현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주석은 오레 산맥의 오랜 채광의 역사 내내 꾸준하게 생산되었다.

오레 산맥의 은광과 섞여 있는 희귀한 코발트 광석은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전 세계적 차원은 아니더라도 유럽 내에서 최고의 생산지였다. 마지막으로 이곳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까지 전 세계적인 주요한 우라늄 광산이었으며, 당시는 우라늄 채굴 역사의 초기를 대변하는 최초의 발견이자 발전이었다.

1289호 31면, 2022년 11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