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야기] 아프리카, 그들에게 다가가기(3)

아프리카의 빈곤을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 ①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대륙이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가 곧 ‘열등한’ 세계를 의미하는 것일 수는 없다.
우리들에게 전달된 아프리카대륙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서구인의 시각에서 재구성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신과 달라 이해되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노예사냥과 식민지 수탈이라는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희석시키는 관점에서 서구인들은 아프리카 대륙의 진실을 자주 호도해왔다.
아프리카에서 인류는 처음으로 곧게 서서 걷고 달리는 법을 배웠다. 그러기에 아프리카는 결코 잊힌 대륙이 될 수도 없고, 늘 애정 어린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부분이 빈곤으로 고통 받고 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인구 중 절반인 3억 5천만 명 이상이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전 세계 에이즈 감염환자의 65%가 아프리카에 있다. 또 아프리카의 농업 생산력은 아프리카 이외 세계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사한 세계의 평균 기대수명은 67.6세인데 아프리카는 51.5세다. 독재·경제난·에이즈가 겹친 짐바브웨는 겨우 39.7세다.

지구상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대륙이 세계무역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일까? 놀랍게도 겨우 2%에 불과하다.

아프리카는 전세계적으로 지난 30여년 간 경제적으로 더 가난해진 유일한 지역이다. 도대체 아프리카는 얼마나 큰 문제를 안고 있기에 이토록 가난한가? 왜 가난에서 쉽사리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떠나선 결코 아프리카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문화세상에서는 아프리카의 빈곤에 관한 서구세계의 시각과 ‘아프리카의 눈’으로 본 그들의 시각을 차례로 소개하며 아프리카 빈곤의 원인을 살펴보도록 한다

서구의 시각: 자선적 원조의 한계, 부패한 정부, 자생능력 부재의 빈곤의 악순환

지난 50년 동안 선진국들은 원조를 통해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암흑의 땅이라 불리는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는 대대적으로 진행돼왔다. 2008년 한해 OECD 개발원조 위원회의 아프리카 원조 금액은 1044억 달러에 달했다. 동시기 외국인 투자금액이 약 400억 달러인 것을 감안한다면 원조가 아프리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대적인 원조에도 불구하고 빈곤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7년 제프리 삭스가 <빈곤의 종말>에서 원조의 기술적인 문제점과 관점의 잘못 등을 지적한 뒤, 개발경제학자들 사이에 아프리카 개발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그들은 서구세계의 원조는 공여국을 위한 원조이지, 수원국을 위한 원조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원조 공여국은 대부분 자국이 제공하는 원조를 구속하는 경향을 보인다. 먼저 원조를 조달과 결부시킨다. 원조를 받는 국가는 공여국의 특정한 상품과 서비스, 또는 공여국이 선정한 기업에 원조금을 써야 한다. 고용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여국은 수원국에 적절한 인력이 있어도 자국 인력을 채용한다. 다음으로 공여국은 자국이 제공한 원조금이 사용될 분야나 프로젝트를 미리 선정할 권리를 행사한다.

또한 수원국이 일련의 경제·정치 정책에 동의할 때만 원조가 제공된다. 따라서 이런 원조는 아프리카나 아프리카인의 발전에 기여하지 못할 뿐더러 역으로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과정에서 혜택을 보는 아프리카인은 독재자들과 부패한 관료들뿐이다.

이렇듯 그동안의 원조는 아프리카 내부의 생산력 증대를 촉진시키는 부양책이 아니라 그들의 생산력 발전을 가로막고 있었던 저해요인이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여기서 자연스레 부패된 권력의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196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정부 탄생을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대륙은 아프리카인 수중으로 들어갔다. 식민지에서 벗어나 국가의 독립이 달성된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다른 문제를 낳고 있있다. ‘국가’는 독립했지만, 대부분 그 정부가 ‘국민’을 대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정부 대부분이 국민의 부를 빼앗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서 국민은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며 살고 있다.

이러한 국민과 유리된 정부에게 선진국의 원조자금은 바로 자신들의 수익기회가 되었고, 때문에 정권 획득을 위한 쿠데타를 촉진하기도 한다. 나쁜 정부 때문에 원조가 낭비될 뿐만 아니라 원조가 나쁜 정부를 성립하도록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프리카에서는 인종갈등, 내전, 심지어서는 ‘인종청소’라 불리는 대학살이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데 이들의 배후에는 독재정치, 군부세력 등 부패한 정권의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상황 아래서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되고 있다. 즉 천연자원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그 이유이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있으면 집권층은 이것에 기생해서 쉽게 부를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노리고 권력을 잡으려는 모험주의자들이 득세하고 이들이 독재정권이 된다.

오늘날 초거대 다국적 기업과 신흥 경제 대국들은 아프리카의 석유, 다이아몬드, 철광석 등 양질의 천연 자원을 노리고 부패한 지도자에게 검은 돈을 뿌린다. 아주 싼 값에 자원 채굴권을 넘긴 지도자들은 그 돈으로 무기를 산다. 그리고 그 무기는 다시 내전 등 사회 갈등비용에 충당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서방의 막대한 원조, 풍부한 천연자원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발전의 원동력이 오히려 그들을 빈곤으로 추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 중간자로서 부패한 정부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서구학자들의 아프리카 빈곤에 관한 일반적인 견해이다.

1295호 23면, 2022년 1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