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74)

괴테하우스(Goethe-Haus)

독일은 서독 시절이던 1976년 8월 23일 유네스코 조약에 비준한 이래, 48건의 문화유산과, 3건의 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교포신문사에서는 2022년 특집 기획으로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문화유산을 매주 연재한 바 있다.
2023년에는 2022년 기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신청된 8곳과 신청 후 자진 탈퇴, 또는 유네스코에 의해 등재 거부된 문화유산을 살펴보도록 한다. -편집실

프랑크푸르트 괴테하우스는 ‘프랑크푸르트 시민의 위대한 아들’이라는 호칭을 받았던 대문호 괴테가 1749년에 태어나 대학 입학까지 16년을 보낸 집이다.

프랑크푸르트의 시내 중심지에 있는 괴테 하우스를 방문하면 여행자들은 예상하지 못한 큰 규모와 화려한 장식에 놀란다. 단순한 외부와는 달리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들이 층마다 가득하다. 괴테의 아버지는 왕실 법률 고문관으로 귀족은 아니었지만 평생 괴테가 생활비를 벌지 않아도 될 만큼 부유했다.

4층으로 된 건물 내부의 20여 개의 방은 당시 상류층이었던 괴테와 그 가족의 삶의 흔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잘 보존되어 있다.

1층 부엌에는 괴테가 키가 작은 어머니를 위해 직접 고안한 사다리 겸 의자가 있고, 2층에는 중세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음악의 방’과 파티와 손님 맞이를 위한 방이었던 ‘북경의 방’이 있다. 3층에는 괴테가 태어난 방과 세계에서 가장 값 비싼 천문시계가 있다. 4층에는 괴테가 ‘파우스트’ 1편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수많은 작품들을 집필한 방이 있는데, 항상 서서 글을 썼던 그가 사용하던 높은 책상이 있다.

괴테는 이 집을 자유형의 계단, 정원의 아름다운 전경을 갖춘 밝고 즐거운 넓은 집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또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갖게 된 오스트리아에 대한 동경과 사랑, 가족들 간의 애정을 엿 볼 수 있기도 하다. 이곳에는 괴테의 생애에 관한 서류와 작품들, 유명한 예술가들의 조각과 회화가 전시되어 있다.

복구기술의 걸작

 현재 괴테하우스는 일반인들에게 4층까지 자유롭게 개방하고 있다. 1700년대 독일 상류층 가옥의 특징을 잘 간직한 본래의 괴테하우스는 안타깝게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완전히 파괴되었다.

다행히 폭격을 피해 괴테의 유품들을 미리 다른 곳으로 옮겨 두었고, 폭격에 의해 파괴된 건물은 4년에 걸쳐 건축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거의 예전의 모습대로 복구를 하는데 성공했다.

이 복구 작업으로 인해 독일의 우수한 복구기술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괴테하우스는 지금까지도 독일복구기술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괴테하우스 구조

부엌과 식당으로 꾸며져 있는 1층(Erdgeschoss)은 18세기 명문가의 주방도구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솥뚜껑, 냄비, 국자 등이 250여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전까지 사용했던 것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이 곳에는 바로크식 거울과 로코코식 도자기가 가득 찬 찬장이 전시되어 있다. 식당 옆에는 괴테의 어머니와 요리사 그리고 두 명의 하녀가 음식을 하던 주방이 나오는데 특히 지하실의 우물에 연결된 물 펌프가 눈에 띈다.

식당을 나오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고급스러운 철제 난간이 달린 계단이 보이는데 철제 난간에는 괴테의 부모님의 머리글자인 JCG와 CEG가 새겨져 있다. 2층은 다소 동양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 괴테의 여동생이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던 큰 방이 온통 중국식 벽지로 치장되어 있는데, 이 방은 ‘북경의 방’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괴테가 살았던 당시에 만들어진 세로 현 피아노를 전시해 놓은 ‘음악의 방’도 2층에 있다.

 3층은 ‘괴테 탄생의 방’, ‘어머니의 방’, ‘아버지의 서재’, ‘그림의 방’등으로 꾸며져 있다. ‘괴테 탄생의 방’에서는 괴테 출생 당시의 신문을 볼 수 있고, ‘어머니의 방’에는 괴테와 부모님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그림의 방’에는 사방이 온통 크고 작은 그림들로 가득 차 있다. 괴테아버지가 무명 화가들로부터 사들인 작품들이다. 괴테의 아버지는 동시대의 미술작품을 사들여 전시할 정도로 미술에 조예가 깊었으며 또한 수 천 권의 책을 보유할 정도로 하며 문학과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다.

3층에서 가장 유명한 전시물은 바로크 양식의 천문시계다. 지금까지도 시각은 물론이고 년, 월, 일, 요일까지 정확하게 표시하고 있는 이 천문시계는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유일무이한 예술적 독창성을 갖춘 명물이다.

4층은 ‘시인의 방’으로 꾸며져 있다. 괴테가 소년 시절과 청년기를 보냈던 곳으로, 누이동생과 인형극 놀이를 하던 허름한 인형극장도 조그만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청년 괴테는 바로 이곳에서 불후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의 초고를 완성했다.

괴테가 글을 쓰던 작업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던 괴테의 책상 앞 벽에 있는 로테의 실루엣이다. 소설에서 베르테르는 로테가 결혼하자 이것을 치우려고 하지만 못 치운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그는 다음과 같이 편지를 쓰고 자살한다.

정든 실루엣 로테여. 이것을 마지막 추억으로 남깁니다. 소중히 간직해주세요.

Frankfurter Goethe-Haus
Großer Hirschgraben 23-25, 60311 Frankfurt am Main

1332호 31면, 2023년 9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