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문화재를 만나다(1)

한국 와전을 사랑한 일본인, 이우치 이사오

“뭐라 말할 수가 없어요. 아쉬움을 넘어서 한일 친선과 양국의 학문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저로서는 매우 만족합니다.”

일본에서 한국 와전을 사랑하여 정성껏 수집했던 이우치 이사오가 1987년 자신의 한국 와전 컬렉션 중 1,082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 위해 떠나보내며 오사카항에서 남긴 말이다.

7,000여점으로 추정되는 이우치 이사오의 한국 와전 컬렉션 중 약 5,000점은 현재 세 곳에 나뉘어 있다. 두 곳은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과 유금와당박물관이며, 나머지 한 곳은 나라(奈良)에 위치한 데즈카야마대 부속박물관이다. 이우치 이사오가 수집했던 와전의 핵심은 이우치고문화연구실에서 1981년 출판된 ‘조선와전도보’에 실려 있는데, 2,229점의 수록 한국 와전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82점이 바로 1987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이우치 이사오의 둘째 아들 이우치 기요시가 2005년 한국에서 기와를 수집하고 연구한 유창종, 금기숙 부부에게 인계하여 2008년 설립된 유금와당박물관의 소장품이 되었다.

이우치 이사오는 소학교 4학년 때 숙부에게서 한국 여행 선물로 신라시대 기와 조각을 선물로 받았음을 회고할 정도로, 옛 기와에 대한 동경을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었다. 성장하여 내과의사가 되었지만 옛 기와를 수집하는 일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우치 이사오의 한국 와전 컬렉션을 근본적으로 늘려준 것이 1964년 구입한 이토 쇼베의 컬렉션이다.

이토 쇼베는 일찍부터 한국 와전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1931년 온시교토박물관(현 교토국립박물관)에서 자신의 한국 와전을 공개하는 ‘조선고와전전관’이라는 전시를 개최했다. 1만 여점의 한국 와전을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이토 쇼베가 사망한 이후 잊힌 이 컬렉션을 찾아나선 것이 이우치 이사오였다. 그는 1964년 교토 야세의 히나비타신사에 보관되어 있던 이토 쇼베의 한국 와전 컬렉션을 일괄로 구입했다.

이우치 이사오는 단순히 와전을 수집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우치고문화연구실을 설립하여 자신의 와전을 직접 연구하고 연구자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였다. 특히 와전에 대한 도록과 연구서를 적극적으로 출판하였는데, 앞서 언급한 ‘조선와전도보’는 낙랑부터 조선까지 한반도 전 시대의 와전을 포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이룬 후에 그가 택한 행보가 한국으로의 기증이었던 것을 통해 볼 때, 한국 와전에 대한 사랑이 단순한 호고(好古)에 그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일본 박물관 한국 와전 2,900점 보유대부분이 이우치 이사오 소장품 구입한 것

한국으로 돌아온 와전을 제외하고 이우치 이사오가 수집했던 와전 중 가장 많은 수량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 앞서 언급한 데즈카야마대 부속박물관이다. 데즈카야마대 부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와전의 수량은 총 2,981점이며, 그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 데즈카야마대 고고학연구소에서 1980년대 구입한 이우치 이사오의 한국 와전 컬렉션이다.

현재 부속박물관에 있는 이우치 컬렉션은 2,746점으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와전 중 약 92%에 달한다. 나머지 235점의 한국 와전은 2004년 데즈카야마대 부속박물관 개관 이후 일본의 개인 소장가들로부터 기증받은 와전 등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는 2017년 실태조사를 통해 데즈카야마대 부속박물관 소장 한국 와전을 전수조사 하였으며, 해당 결과 보고서로 ‘일본 데즈카야마대학 부속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를 발간했다.

데즈카야마대 부속박물관의 한국 와전 컬렉션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반도에서 끊임없이 변천을 거듭하며 제작된 기와와 전돌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내에서도 뛰어난 한국 와전 컬렉션으로 꼽힌다.

특히 세가지 점에서 데즈카야마대 부속박물관 와전 컬렉션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①한 컬렉션 내에서 시대별로 여러 문양들을 비교 분석할 수 있어서 와전의 역사적 변천을 확인할 수 있다. ②일부 와전은 출토 당시에 기록한 묵서가 남아있어 출토지 별로 분류가 가능하다. 이러한 유물들은 제작 시기와 지역에 기준이 되어 한국 와전 연구에서 비교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③현재 북한 지역에 해당하는 곳에서 발굴된 낙랑, 고구려 와전도 포함되어 있어, 평소 유물을 실견하기 어려운 관련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기와, 당시 시각문화 일면 보여줘

박물관에서 깨져있는 옛 기와 앞에서 많은 관람시간을 보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박지원은 열하일기 중 일신수필에서 “중국의 장관은 깨진 기왓장에 있다”라며 실용적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깨진 기왓장도 쓰이는 곳이 있음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는 결국 깨진 기와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버려진 물건이며 하찮은 것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와와 단순히 지붕을 구성하는 부재로서만 기능을 하고 소비되었던 것이 아니다. 기와는 한반도에서 고대부터 제작되기 시작하여 각 시대마다 다양한 장식문양이 나타나는 매체였다. 옛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보게 되는 곳에 새겨진 기와의 문양들은 그 당시의 시각문화 일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또한 와전의 형태와 문양을 분석하면 시대와 지역에 따라 양식을 구분할 수 있고, 그 변화의 양상을 통해 시대를 이해하고 지역간 문화의 전파 양상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고대는 현전하는 역사적 기록이 드물기 때문에 발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와전은 그 시대의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자료로서 중요하다.

문화재가 지닌 가치는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통해 발현된다. 우리는 와전을 문화재로 접하게 되면서 그것이 지닌 가치를 더 많이 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1345호 30면, 2024년 1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