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야기 / 151 – 유럽의 도자기(6)

식생활 도구의 한 범주 속에서 흔히 ‘그릇’이라 불렸던 도자기는 거기에 인간의 예술적 혼이 더해져 예술과 문화로 꽃피우게 된다.
한 민족의 정신과 사회적인 정서는 흙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되기 때문에 한 나라의 예술성과 감수성, 세련미를 알아보려면 그 나라에서 구워 낸 도자기를 척도로 짐작할 수가 있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도기와 자기의 구분 없이 일반적으로 도자기라는 용어로 통칭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는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도기를 뜻하는 ‘Keramik’과 자기를 뜻하는 ‘Porzellan’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고 혼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문화사업단에서는 먼저 도자기에 대한 일반을 살펴보고, 이후 유럽의 대표적 도자기인 마이센도자기, 본 차이나의 웨지우드, 네덜란드의 델프트 도자기, 덴마크의 로얄 코펜하겐 그리고 독일의 빌렌로이 보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덴마크의 상징이자 역사, 로얄 코펜하겐

로얄 코펜하겐(Royal Copenhagen)의 푸른빛 패턴은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그릇의 이미지를 가진다. 250년 전통의 로얄 코펜하겐은 그 시대에 제작된 그릇 형태와 문양의 형식이 긴 세월 동안 유지되어온 독특한 디자인 역사를 지닌 브랜드다. 시대에서 시대로, 손에서 손으로 이어진 긴 시간 동안 변화의 고비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로얄 코펜하겐은 우직하게 한 목소리를 지켜왔다.

로얄 코펜하겐의 역사는 1775년 덴마크 줄리안 마리(Juliane Marie) 황태후의 후원으로 왕실에 도자기를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마리 왕비의 적극적인 자금 지원에 힘입어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는듯하나 얼마가지 못하고 재정난에 봉착하게 된다. 더 이상 개인의 힘으로 공장을 운영해 나갈 수가 없게 되자 왕실에서 직접 운영을 맡았고 이후 국영 “덴마크 도자기 제조소“가 되었다.

100년간 왕족이 운영하며 왕실에만 보급하다가 1868년 민영화됐다. 현재 그릇 밑면의 로고 마크 왕관과 세 줄의 물결무늬(덴마크를 둘러싸고 있는 세 해협을 상징)는 그녀가 제안한 것이다. 그릇을 제작한 장인의 사인을 넣는 전통을 지금껏 지켜오는 것도 로얄 코펜하겐이 250년간 지켜온 디자인 철학을 존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민영화 이후에도 여전히 왕실의 용인 아래 ‘로열’이라는 칭호를 유지하며 식기 이상의 가치, 왕실 전통과 문화에 대한 덴마크 사람들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다.

로얄 코펜하겐의 아름다운 페인팅 기법

대부분의 도자기 회사가 포기한 핸드 페인팅을 지금껏 고수하고 있는 로얄 코펜하겐의 아름다운 페인팅 기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언더 글레이즈 기법으로 초벌구이를 마친 뒤에 그림을 그리고 유약을 발라 고온에서 재벌구이를 하는데, 로얄 코펜하겐의 수채화처럼 맑은 블루의 비결이다.

블루 플루티드(Blue Fluted), 블루 플라워 등 친숙한 푸른빛의 패턴 그림을 그린 제품 대부분이 이 기법을 따른 것이다.

블루플루티드 라인의 특징은 고집스러운 제조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라인의 모든 페인팅 방식은 핸드페인팅이다. 페인터가 직접 1197번의 붓질로 그릇을 창조해낸다. 그릇의 뒷면을 보면 장인의 이름이 서명되어있다. 그릇마다 비교해보면 장인들의 서명이 다른 것을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오버글레이즈 기법으로 유약을 바른 후 그림을 그리고 재벌구이를 한다. 다채로운 색감으로 화가의 캔버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페인팅 기법으로, 플로라 다니카(Flora Danica) 제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로얄코펜하겐의 ‘플로라 다니카’ 라인은 1790년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7세가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 2세에게 보낼 선물로 주문하며 탄생했다. 덴마크 식물도감에 수록된 2500여 종의 꽃과 양치류 세밀화를 수천 번의 붓질로 자기에 옮겨 담았다.

플로라 다니카는 심플하기 보다는 오히러 주위를 감싸고 있는 금테와 커다란 식물이 자리잡고 있는 무늬로 블루 플루티드의 미니멀리즘한 매력과는 정반대에 서있다. 플로라 다니카라는 덴마크의 식물도감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이 식물도감의 식물들을 그릇에 옮겨 담은 라인이다. 이 라인은 현재까지도 덴마크 왕실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교하게 그린 꽃잎 페인팅과 화려한 금박 장식은 모두 장인의 손으로 완성해 도자기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하얀 도자기 위에 수채화처럼 맑은 붓질로 완성한 푸른 패턴, 동양의 신비로움을 유럽적 취향으로 표현한 이 투명한 블루 느낌은 로얄코펜하겐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다. 장인들은 1000회가 넘는 붓질을 하고 마지막에 접시 뒷면에 자신의 이니셜을 적어 마무리한다.

로얄코펜하겐은 최근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출시되고 있지만 블루 플루티드와 같은 시기에 탄생한 플로라 다니카가 그 전통에 맞게 로얄코펜하겐의 대표적인 라인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다.

1354호 23면, 2024년 3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