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의 문화이야기 #176

그리스 섬들에 숨어있는 신화를 찾아서 (7)

유럽 문화를 관통하고 있는 두 가지 줄기 헬레니즘과 유대이즘, 즉 고대 그리스 신화는 성경과 함께 서양의 문화를 읽어내는 코드이자 일반인들에게 서양문화의 모태를 설명해 주고 있는 교과서라 할 수가 있다.

이렇듯 서양문화의 원류인 그리스 신화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상상의 세계로, 시공을 초월하는 삶의 보편적 진리와 인간의 희로애락을 촘촘하게 엮어나간 대서사시이다.

문화사업단에서는 제우스의 탄생지인 크레타 섬을 시작으로 그리스 신화의 고향인 그리스 섬들에 숨어있는 신화를 찾아가본다

렘노스(Lemnos)섬 : 헤파이스토스, 아르고호 신화가 깃든 섬

모스킬로스 화산이 있는 에게해 북부의 렘노스섬은 헤파이스토스 숭배의 발상지이다.

헤파이스토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술, 대장장이, 장인, 공예가, 조각가, 금속·야금, 불의 신이다. 로마 신화에서 불카누스와 동일시된다.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맏아들이자, 제우스의 모든 아들들 중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적장자이기도 하다.

아내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다른 신들과 다르게 자력(自力)으로 크게 성장한 노력형 신이다. 그의 불은 물보다 강하다고 한다.

제우스는 헤라를 포함한 여러 부인들과 많은 자녀들을 두었는데 놀라운 것은 제우스와 본처인 헤라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제우스의 서자들에 비해 모두 함량 미달이라는 것이다. 헤파이스토스와 아레스가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들인데 헤파이스토스는 뛰어난 손재주를 갖고 있었으나 불구에 못생겼고, 그의 동생 아레스는 미남이긴 하지만 신이라 하기엔 그 자질이 너무나 모자랐다.

여러 설이 있으나 헤파이토스를 낳은 여신 헤라는 그를 보니 추남에 절름발이여서 그를 미워해 발로 차 버렸다. 9일 간 낙하하여 에게해 렘노스 섬에 떨어졌다.

바다에 빠진 헤파이스토스를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우미의 여신 에우리노메가 구해주게 되고, 이후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의 손재주를 이용하여 신들의 화려한 장비들을 만들어 주었다. 이 장비들은 대부분 헤파이스토스가 심혈을 기울인 금속 세공이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비들은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모자와 샌달, 아이기스 흉갑, 아프로디테의 허리띠, 아가멤논의 지휘봉, 아킬레우스의 갑옷, 헤라클레스의 청동 딱따기, 헬리오스의 전차, 펠롭스의 어깨, 에로스의 활과 화살, 제우스의 번개, 포세이돈의 삼지창, 하데스의 투구 등 많은 장비들이 있다.

어느덧 세월이 지난 후 올림포스로 황금옥좌 1개가 선물로 오게 되는데, 그 의자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나머지 모든 신들이 여왕인 헤라에게 그 의자에 앉기를 청했다. 헤라가 앉자마자 보이지 않는 사슬이 그녀를 묶어 천장에 매달아버렸다. 헤파이토스가 헤라에게 복수를 한 것이었다.

사슬이 너무나도 견고하여 신들이 풀지를 못하자 헤라가 헤파이스토스를 찾아오라고 말했다. 아레스가 나섰으나 탈탈 털리고 오게 되고, 뒤이어 디오니소스가 포도주로 그의 마음을 녹여 헤파이스토스가 헤라를 용서하며 올림포스 12신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때 헤파이스토스가 그냥 풀어준 게 아니라 여신 1명을 콕 찝어 아내로 맞게 해달라고 청했는데 그게 바로 최고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다.

이런 연고로 헤파이스토스는 렘노스섬의 수호신이 되었고, 헤파이스토스 신에 대한 숭배가 렘노스 섬에서 시작되었다. 헤파이토스를 숭배하기 위한 도시(Hephaistia)가 형성 되었고 매년 축제가 열렸다고 한다. 도시의 흔적은 많이 사라지고 원형극장이 남아있다. 이 원형극장은 BC 5 세기말에서 4 세기 초에 건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고호 신화

렘노스 섬에는 아르고호와 관련된 다른 신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아르고호 이야기는 이아손과 동료 영웅들과 함께 아르고호를 타고 온갖 위험을 이겨내고 황금양털을 찾아오는 모험이야기다.

이아손(Iason)은그리스 북부 텟살리아의 이올코스의 왕 아이손(Aison)의 아들로 태어났다. 숙부 펠리에스는 형인 아이손의 왕위를 뺏고 쫓아낸다. 이아손이 성장한 후 자기가 왕위계승의 적통임을 주장하자, 펠리아스는 이아손에게 당시 세계의 동쪽 끝인 흑해의 동쪽에 위치한 콜키스에 있는 황금양털을 가져올 것을 명령한다. 이아손은 왕위를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 여행을 감행한다.

먼저 아르고스에게 요청하여 배를 건조하는데 50명이 탈 수 있는 큰 배를 아테나 여신의 도움을 받아 만들고 배 이름을 건조자인 아르고스의 이름을 따서 아르고라고 짓는다.

이아손은 당시 그리스 전역에서 영웅들을 모집해서 원정대를 구성한다. 헤라클레스, 카스토르, 플뤼데우케스, 오르페우스, 펠레우스, 텔라몬 등 당대의 영웅들이 대거 참여하게 된다.

아르고호 죽음의 원정대는 아폴론에게 제사를 지내고 항해에 올라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이 바로 렘노스 섬이었다. 당시 렘노스 섬에는 남자는 하나도 없고 여자들만 있었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전부 죽였기 때문이다. 이아손과 일행이 섬에 상륙한 후 이아손은 여왕 힙시필레와 결합하고 아르고나우타이들은 다른 여자들과 동침하여 자식을 낳게 해 주었다.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죽음의 모험이야기의 시작부분에 들어 있어 흥미를 돋우고 있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던 영웅들이었지만, 헤라클레스만큼(Heracles)은 이들과 같이 하지 않았다. 그리고 헤라클레스는 영웅들에게 경고하였고, 다시 정신을 차린 영웅들은 다시 향해한다.

1381호 23면, 2024년 11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