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바덴 버스 기사 최원호가 들려주는 버스와 그 이상의 이야기 (11)

Flexible이란 바로 이런 것. 환상적인 노선운영 ②

그렇다면 10분 배차의 마법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노선을 운영하다보면 유사 노선이 생기게 되는데요, 시간표를 설정할 때 하나의 노선만 생각하고 시간표를 짜는게 아니라 2개의 유사노선을 서로 유기적으로 복합하여 시간표를 설정합니다. 그래서 A노선, B노선 각각 10분 배차로 운행이 되지만 중복 구간에서는 5분 배차로 운행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게 되는데요, 이것을 필자는 10분 배차의 마법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이게 가능한 이유는 각각 고유의 시간표를 가지고 있고 매 정류장마다 도착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서로 유사한 노선을 묶어서 시간표를 짤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10분 배차의 마법이라고 하는 이유는, 10분 배차 차량이 노선중복구간에서는 5분 배차로 A와 B노선이 운행이 되는데, 시내에서는 신호대기 혹은 정류장에 일시적으로 손님이 몰리거나, 일부 주요정류장에 통과하는 노선이 많아서 버스들 사이에서 정체가 된다거나 등의 이유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5분 간격이 이러한 여러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배차시간이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노선의 차량이 갑자기 승객이 몰려서 3분 정도 지연이 된다고 한다면, 바로 2분 후에 B노선이 도착하게 되는데 정류장에 손님이 거의 없으니 승객 수송분담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A노선 차량은 점점 승객이 몰려서 더 지연 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결국 B노선 차량이 A 차량을 따라잡게 됩니다. 여러분이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면 그럼 A와 B 두 대의 차량이 있으니 승객이 더 잘 분산되지 않을까라고 생각 할 텐데요, 실제로는 승객들은 대부분 먼저 도착한 A버스에만 타려고 하기 때문에 승객분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버스가 자주 도착하면서 가장 효율을 낼 수 있는 시간은 5분 정도가 적당하며, 노선별 5분 배차를 하는 것이 아닌 10분 배차를 하면서 5분의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10분 배차의 마법입니다.

3.  환승연계 및 환승보장

시간표에 따른 정시 운행, 10분 배차 및 유사 노선 시간표 연동 등과 더불어 독일 시내버스의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는 환승연계 시스템이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환승연계 프로그램으로는 전철 혹은 지하철과 연계를 하는 것인데요, 버스에서 전철로 환승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버스가 역에 먼저 도착하고, 그 다음에 전철이 도착하게 시간표를 연동하는 것입니다. 버스정류장에서 전철 플랫폼까지 대략 걸어서 3~4분이 걸린다고 하면 그 이후에 전철이 도착하게 시간표를 서로 맞추는 것입니다. 반대로 전철에서 버스로 환승수요가 많은 시간대라고 하면 전철 도착 후 버스가 정류장을 통과하도록 시간표를 맞추게 됩니다. 따라서 버스가 20분 간격으로 다녀도, 전철이 20~30분 간격으로 운행을 하여도 바로 바로 환승을 할 수 있어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죠.

환승보장 프로그램은 다음의 예로 설명 드릴 수 있습니다. 원래는 전철 도착 후에 버스가 도착하여 환승객들을 넘겨 받아야 하는데, 전철이 지연되서 도착할 수도 있으니 전철이 지연되더라도 버스가 전철 도착시까지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저희 노선중에서 20번이 시골 마을버스 역할을 하는데요, 30분 혹은 1시간 배차간격이라 한 번 놓치면 상당히 오래 기다려야 됩니다. 그래서 버스 출발시간에서 최대 5분까지 전철을 더 기다려줍니다. 다른 정류장에서도 기다리는 승객이 있으니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고 최대 5분까지 반드시 기다려야 하며, 그 이후 출발합니다.

이러한 환승연계, 환승보장 프로그램은 버스와 버스 사이에서도 실시가 되는데요, 앞서 소개한 일러스트를 더 확장해 보겠습니다. A와 B 노선만 있던 곳에서 노선 E까지 5개로 확장하였습니다. 서로 얽혀 있는 노선들이 시내 일부 정류장에서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 서로 시간표를 동일하게 하여 자연스럽게 환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 부분은 다음호에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1266호 18면, 2022년 5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