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근교 가볼만한 곳(3)

‘라 파익스(La Paix), 막 샤갈, 엘사스

재독화가 황수잔

주위가 온통 꽃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곳 에덴동산에서 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가 서로 다정스럽게 포옹하고 있다. 푸른초원에서 ‘라 파익스(La Paix, 평화)’ 정경이다.

프랑스 엘사스(Elsass)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우리 부부는 1일 여행으로 오전 10시에 떠나면 엘사스에 가서 정심도 먹고 볼거리도 많아서, 프랑스의 분위기가 좋아서 자주 가곤 한다.

엘사스에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인구 천 명 정도의 남부 독일 조그만 마을(군드링엔)이 시댁인데 독일인 시아버지가 언젠가 필자에게 전해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그의 어린 시절, 독일과 프랑스 엘사스의 비참한 전쟁 이야기이다. 당시 “경험한 전쟁으로 인한 질병과 가난, 굶주림은 그의 삶 중에서 제일 큰 고통이었다” 라고 한다. 독일군이 이기면 엘사스는 독일이 되고 엘사스군이 이기면 독일이 프랑스가 되곤 했다.

시아버지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전쟁으로 인해 굶주림으로 죽은 많은 독일, 프랑스 군인들 시체들이 그대로 길가에 버려져있었다. 그 광경은 생지옥이라 할 정도로 비참했었다.”고 한다. 그들이 애타게 원했던 것은 “전쟁 없는 평화요, 한 조각의 빵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독일군이 후퇴하면서 엘사스는 다시 프랑스가 되었다. 전쟁을 체험한 시아버지는 전쟁 없는 지금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한다.

러시아 태생 유대인이며 프랑스인인 세계적인 유명한 화가 막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자유가 없는 러시아를 탈출해서 미국으로 망명했고 그 후 프랑스에서 정착하면서 작품생활을 했다. 신앙이 돈독한 그는 성서를 테마로 수많은 명작을 그려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프랑스어인 ‘라 파익스(La Paix, 평화)’는 성서를 테마로 그린 샤갈의 대작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다.

엘사스에 방문한 우리부부는 조그만 도시 Sarrebourg 소성당(Chapelle des Cordeliers)에서 1974-1976년에 완성된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평화’를 관람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빛에 의해 반사되는 조각 유리그림으로 현란한 색채와 함께 내부공간과 하모니를 이룬 신비하고 영혼의 울림이 오듯이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성당 제단 북쪽 중심에 설치돼있다. 1963-1964년에 완성된 대작인 ‘라 파익스’는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 설치돼있다.

1269년 건축된 Sarrebourg에는 고딕약식인 프란시스카나 대성당과 기도실 작은성당(Chapelle des Cordeliers)이 서로 연결돼 있었는데 1970년 대성당을 헐리면서 남겨둔 작은 성당에 연결되었던 부분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되었다. 당시 국무총리였던 Pierre Messmer는 그곳에 ‘평화’ 테마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샤갈에게 주문했다. 샤갈은 1974-1976년에 걸쳐 제작한 ‘평화’ 대작을 스테인드글라스 장인인 Charles Marg 에 의해 설치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높이가 12m이고 넓이가 7.50m인 대작이다. 현란한 발광도료 색채로 강렬한 다홍색의 레드, 다크 부르,에메랄드 그린으로 제단 뒷벽 외벽사이에서 내려오는 빛으로 현란한 색들이 살아나는 신비스러움을 나타낸다. 유리를 짜맞춘 천지창조로 부터 예수 재림 까지 묘사한 성서를 테마로 한 작품이다.

주위가 온통 꽃다발로 둘러쌓인 아름다운 곳 에덴동산에서 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가 서로 다정스럽게 포옹하고 있다. 푸른 초원에서 ‘평화’로운 정경이다. 바로 곁에는 사탄인 뱀이 그들의 평화를 파괴하려고 수시로 노리고 있다.

밑에는 전원의 풍경과 전통집(Fachwerk)들이 평화스런 Sarrebourg도시와 작품전면에 성서 이야기들이 그려져 있다.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는 예수님’,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예수님’이 그려져 있다.

스테인드글라스의 현란한 색채는 빛과 방향에 따라 저마다 색깔을 띠고 환상적이고 신비한 변화를 주며 색유리의 면적과 두께에 따라 빛이 각양각색으로 비친다. 어둡고 가볍고 무겁고 심오한 빛에 이르기까지 색채의 교향악이 연출된다. 샤갈은 변화무쌍한 자연채광 빛의 색채 속에 흰색과 청색의 절묘한 배치로 불가사의한 변화와 신비스러움을 창조해내는 색유리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인간 내면의 근원적인 성서를 통해 강렬하게 반영된 이미지로 ‘라 파익스’를 연출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13세기 고딕시대에 기독교 장인들에 의해 시작되었고 19세기 예술가들에 의해 입체파, 표현주의에서 초현실주의, 아르누보에 이르러 예술의 극치를 이루었다. 평화가 테마인 ‘라 파익스'(La Paix)는 전쟁을 체험한 샤갈이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를 염원하면서, 주님안에서 ‘평화’를 누리는 에덴동산의 삶을 표현했다.

엘사스(Elsass)

오랜 세월동안 계속되었던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엘사스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는 오늘도 수많은 방문객들이 끊임없이 이곳을 찾아오고 있다. 엘사스는 기원전 58-750년 로마인들이 정착하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서기5세기 옛 독일인인 알레만넨(Alemannen)인들이 엘사스에 정착해서 살기 시작하였고 옛 프랑스인들 메로빙거(Merowinger)인들이 정착하면서 교회를 세웠고 기독교를 전파했다.

625-630년경 한 영주에 의해 이곳을 ‘엘사스’로 불려지게 되었다. 740-750년경 엘사스 방언과 독일어 이중 언어로 구별하게 되었다.

엘사스를 방문해보면 독일과 프랑스의 복합문화와 이중언어는 색다른 문화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842년 칼대제(Karl der Grosse) 황제에 의해 옛 독일어(Germanisch), 옛 프랑스어(Romanisch)로 구별하는 문서를 라틴어로 기록하였다. 1048-1054년 엘사스 교황(Elsaessischer Papst) 9세에 의해 현대적인 교회가 세워졌다.

12세기 작은 도시들이 많아지면서 카이저 왕족시대가 형성되었다. 13세기 엘사스는 라인강을 중심으로 이탈리아까지 배편으로 연결하는 유럽무역이 활발했다. 시민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지고 부와 명성을 자랑하는 전성기 시대가 되었다. 중심도시 Strassburg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고딕양식 돔(Turm)성당들을 건축했다.

15세기 엘사스는 초기 인쇄예술의 본 고장이 되었다. 뉘른베르크가 낳은 천재판화 화가 알브레흐트 뒤러도 이곳에서 인쇄예술을 공부했다. 당시 Wuerzburg 출신 Mathias Gruenewald (1475-1528)화가는 3면의’십자가상의 예수’ 제단그림으로 대단히 유명하다.

Colmar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1298호 28면, 2023년 1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