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축제, 뒤셀도르프한인교회 창립 50주년 기념 음악회를 다녀와서

효린 강정희 (재독수필가, 시인, 소설가, 시조시인)

뒤셀도르프한인교회 창립 50주년 기념 음악회가 4월 29일 토요일 오후에 있었다. 음악회에 모인 300여 명 중에는 독일인들이 꽤 많았다. 우리는 지금 모든 인류가 국경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오늘의 음악회는 이웃과 독일 사람들에게 한국의 문화가 긍정적으로 독일 사회에 각인시키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음악회를 위한 이권행 담임 목사님의 시작 기도가 있었다.

“지난 50년간 한결같이 지키시고 인도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저희에게 교회를 선물하시고 매주 함께 모여 하나님을 예배함이 기쁨이 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지난 4월 2일에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창립 50주년 기념 예배를 드리고, 오늘은 우리 교회가 있으므로 함께 행복을 누렸던 모든 이들과 함께 축하음악회를 진행합니다. 뒤셀도르프한인교회 창립 50주년 축하음악회를 위해 열심히 준비한 손길들을 축복하시고, 우리 함께 기쁨의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이 자리를 빌려 이방이었던 우리를 한 가족으로 반겨 준 독일 교회와 이 나라에 감사를 표합니다. 이 나라를 축복하시고 유럽과 전 세계를 선도하는 귀한 나라, 복된 백성이 되게 하옵소서! 또한, 간절히 바라기는 대한민국 국민임을 늘 자랑스러워하는 저희 모두 되게 하시고, 우리의 제2의 고국인 이 독일 땅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가게 하소서!

특별히 우리 교회를 위해 생명 다해 헌신하신 믿음의 선배들을 기억합니다. 그들의 노력과 헌신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이 교회를 책임지며 나아가는 우리 모두 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두루두루 감사가 넘치는 목사님의 기도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오늘의 짜임새 있는 음악회는 제1부와 2부로 나누어졌는데 제1부는 뒤셀도르프한인교회에 몸을 담고 있는 예술가는 물론 이 교회를 떠나 다른 지방에서 화려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이 고맙게도 함께하셔서 오늘의 자리를 빛내 주었다. 감사합니다!

윤한나 사모의 클라리넷 연주 Concertino für Klarinette op.26 von Carl Maria von Weber로 시작되어 소프라노 손소영의 Mein gläubiges Herze aus ‘Pfingstkantat’ von J. S. Bach, 베이스 이시재 IL Lacerrato spirito aus ‘Simone Boccanegra von G. Verdi’, 소프라노 김홍애 Un bel di Vedremo aus Mardama Butterfly von G. Puccini를 이건주님의 피아노 반주로 연주, 불렸다.

또한, 오늘 출연한 Every sing 여성 합창단은 6개월 전에 김성미 지휘자가 구성한 합창단으로 뒤셀도르프에 사시는 독일 여자분들이 매주 수요일 20.00시에 한인교회에 모여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노래한다고 한다.

김은정 피아노 반주로 “Von guten Mächten”, “You Raise Me Up” “von brendan Graham/Rolf Lovland” 그리고 마지막 곡으로 한국 민요 홍난파 ‘고향의 봄’을 한국어로 노래했다. 우리의 노래를 부르는 독일인들의 예쁜 입 모양, 애써 정확하게 발음하며 부르는 노래를 들으니 가슴이 찡하고 감동으로 다가왔다. 오랜 세월, 이젠 그만 정이 들었을 만도 한데 웬일인지 세월이 가면 갈수록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고향이 그리워진다.

다음 순서로 테너 임세혁 “No Puede ser aus”‚ “La tabernera del puerto von Sorozabal”, 바리톤 이장원 “Granada von A.Lara”, 소프라노 양효진, 테너 임세혁 “Brindisi aus ‘La Traviata’ von G. Verdi”를 피아노 이건주 반주로 불렸다.

1부 순서가 끝나고 20분간의 휴식 시간은 다양한 음료수와 스낵으로 즐길 수 있었다. 뒤셀도르프한인교회의 보물들답게 늘 한결같이 열정을 다하여 헌신 봉사하는 고마운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각 처에서 모여 오랜만에 만난 분들과 화기애애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2부 순서에는 20여 명으로 구성된 뒤셀도르프 Harmonie Orchester Henkel 연주가 있었다. 몹쓸 코로나로 인해 활동이 정지된 상황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연주하여 청중들의 흥을 불러일으켰다.

다음 순서로는 드디어 뒤셀도르프한인교회 성가대 출연이 있었다. 하이얀 웃옷, 검정색 아래옷을 단정하게 입으시고 남녀노소가 혼합된 40여 명의 성가단원 중에는 이권행 목사님, 이수미 사모님도 함께하셨다. 김성미 지휘자, 이건우 피아노 반주로 “은혜”, “참 좋으신 주님”, “주의 은혜라”, “주 너를 지키리” 성가는 우리 뒤셀도르프한인교회 성도들의 간절한 고백과 바람이 아닌가 싶었다.

뒤이어 충청도 민요 “총각타령”, 강원도 민요 “한 오백 년”, 경기 민요 “경복궁 타령”, 마지막은 이미 2012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널리 알려진 우리 고유 민요 “아리랑”으로 성가대의 선창이 있은 후에 청중들이 함께 불렀다. ‘아리랑’의 뜻은 이런저런 해석이 있지만 ‘아리’는 ‘아름다운’, ’곱다’의 뜻과 ‘아리다’, ’사무치다’의 뜻이 담겨 있으며 ‘랑’은 ‘님’이라는 뜻이라니까, ’아리랑’은 ‘사무치게 그리운 임’의 뜻이다. 애달픈 사연을 담은 노래로 언제 어느 곳에서 들어도 우리들의 마음을 저리게 한다. 재청으로 ‘예수님이 좋아’로 오늘의 뜻 깊은 축하음악회의 휘장을 내렸다.

독일인들에게는 잘 알지도 못하는 낯선 노래이지만 2시간 반 동안 가까이 귀 기울여 들으며 행복한 표정이었다. 영혼을 흔드는 음악, 영혼이 통하기 때문에 우리의 음악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좋은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노래하는 분들의 얼굴에는 한결 같이 즐거움과 평화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나님의 보좌를 울리는 찬양, 우리의 때 묻은 마음을 비누 거품으로 씻어주고 삭막하고 고독한 세태 속에서 생수처럼 우리에게 갈증을 해갈해 준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뒤셀도르프 한인교회는 다른 장소와 달리 내 집 응접실과 같은 편안한 곳이기도 하다. 노래를 듣는 동안 마음의 틀을 깨고 짐을 내려놓는 편안한 ‚쉼’ 은혜의 시간이었다. 40여명이 함께한 목소리가 어쩜 하나의 목소리로 화음이 되었는지 감탄이었다

음악은 벽이어서 의지할 곳 없는 마음을 기대어 안게 하고 나에게서 당신에게 건너가는 문이고 다리라고 한다. 또한, 노래는 즐겁고 기쁨이며 상처도 치유하고 온몸을 사용하므로 건강에도 좋고 행복한 감정을 갖게 한다. 합창은 함께하는 단원들과 소리의 조화와 성부 간에 화성적인 조화를 추구하며 서로 힘을 모아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자신의 개성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앙상블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다양한 목소리들을 협력하다 보니 서로 소중함을 깨달아 삶의 에너지가 생긴다고 한다.

또한, 음악을 가까이하면 어려운 일이 생겨도 생기를 되찾을 수 있고, 합창 덕분에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음악은 정신의 물일뿐만 아니라 귀로 마시는 황홀한 생명수로 영혼을 위로하며 용기를 북돋워 주는 기쁨을 선사한다.

아무리 좋은 음악회라도 영혼이 젖지 않으면 성공적인 음악회라고 할 수 없다는데 오늘의 음악회는 행복 알파였다. 물속에 비친 연등의 모습처럼 아름다운 시간, 맑은 물을 가득 채운 두레박을 끌어 올려 목마름을 해결하는 시간, 웅크린 가슴이 뻥 뚫리는 시간으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예배당을 향기로 가득 채웠다.

좋은 음악회는 노래하는 자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한다. 여기에는 노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청중이 그 분위기를 함께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단다.

노래하는 사람과 청중이 일심일 덕, 한마음 한뜻이 되어 일체감을 지닐 때 비로소 좋은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데 바로 오늘의 공연이 그랬다.

2023년 4월 29일 뒤셀도르프한인교회 음악회는 단순한 교회 음악회의 수준이 아닌 턱밑까지 차오르는 희열, 입가에 번지는 미소로 은혜의 타이밍! 이었다.

음악은 사랑이라고 한다. ‘행복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고, 노래하니까 행복해진다.’라는 말도 있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는 나쁜 마음이 스며들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노래할 땐 내가 마치 천사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음악은 영혼을 낮추지도 높이지도 않고 다만 영혼을 자극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내 영혼의 자극을 느꼈다.

언젠가 난 이런 글을 읽었다.

“화려한 보석만이 선물이 아니다. 유일한 선물은 나 자신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시인은 자기 시를, 양치기는 어린 양을, 화가는 그림을, 농부는 곡식을, 그리고 처녀는 자기가 바느질한 손수건을 선물한다”

이처럼 오늘 보여준 이 훌륭한 음악회는 뒤셀도르프한인교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며 우리에게 준 소중한 선물이었다. 이 소중한 선물이 오래오래 남아 있기를 소망한다.

오늘의 행사를 위하여 뿔뿔이 흩어져 사는 단원들이 시간을 쪼개가며,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였는지 짐작이 간다. 수고하신 성가 대원들, 탁월한 카리스마 리더십으로 온 열정을 쏟아 부은 활기찬 김성미 지휘자의 모습만 지켜봐도 은혜로 다가온 훌륭한 지휘, 노련한 이건주 피아노 반주자, 뒤셀도르프 한인교회 임세혁 성가대장, 그리고 어떤 행사이든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알게 모르게 수고하신 손길들, 각 처 위치에서 특별히 방문해 주신 귀빈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행복과 건강이 늘 함께하시기를 빈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거침없는 독일어로 시종일관 행사 일정을 통역해주신 박혜정 집사님께 큰 박수 보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뒤셀도르프한인교회 창립 50주년에 때맞춰 이권행 담임목사님과 그의 가족, 사랑하는 이수미 사모님, 의젓한 선준이, 귀염둥이 선율 이를 우리 곁으로 보내주신 하나님께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 뒤셀도르프한인교회는 앞으로의 50년을 향하여 하나님을 의지하고 섬기며 맑으므로 정갈하게 나아갈 것입니다.

*음악회에서 모은 기부금 일부는 AWO Familientreff Holthausen에 전달된다고 한다.

창립 50주년 기념 음악회

예배당을 가득 채운 출렁이는 웃음꽃
목사님 감사 기도 우렁찬 성가 합창
기쁨의 축하음악회, 감사가 넘칩니다

험난한 세태 속에 생수처럼 다가온
마음껏 정성 다한 천상(天上)의 목소리는
말갛게 씻은 소리로 파고드네 가슴을

한마음 한뜻으로 하나님의 보좌를
믿음의 화음으로 조화 이룬 어울림
영혼을 흠뻑 이 적신 감동의 시간이었네

노을 젖은 얼굴로 퇴고 되지 않은 맘
말없이 틀을 깨며 등짐을 내려놓고
모서리 갉아 문지르며 한 줄기 빛이 됐네

우리의 고백처럼 간절한 바람으로
잔잔한 물결 되어 다가온 ‘은혜’ 찬송
오롯이 주만 섬기며 온 맘 다해 사랑하리

물오른 화초처럼 돌잡이 웃음 지며
가슴이 뻥 뚫리는 넘치는 은혜 속에
시원히 마음 비우며 4월을 보냅니다

주님이 세운 교회 색깔을 내려놓고
지켜주고 치켜주며 아름드리 결실(結實)로
사랑이 넘쳐흐르는 교회 되게 하소서

1314호 14면, 2023년 5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