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만남

효린 강정희 (재독수필가, 시인, 소설가, 시조시인)

여섯 사람이 함께하는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 시조반 회원들이 2023년 7월 13일~16일, 제2차 모임을 했다. 프랑크푸르트 시조반은 2022년 8월 유럽 시조 백일장을 계기로 시조를 배우고 싶으신 분들로 구성된 작은 동우회이다. 매주 월요일 12.00시에 세계전통시인협회 본부 선생님의 줌. 강의와 독일자체 등단 시인들과 비 등단 문우들과 줌, 을 하면서 시조를 배워가고 있다.

이번 모임은 하루 전에 노미자 시인님의 망구(望九)와 2023년 제9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수기에 당선된 독일 본부 강정희 회장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재빨리 타이밍을 맞춘 것이다.

도시에 사시는 김외선님이 고맙게도 Odenwald, Schöllenbach에있는 가끔 휴가로 즐기는 집을 제공하셔서 쉽게 이루어졌다.

나는 13일 일찍이 설레는 가슴으로 박영희 님이 사시는 Bad Honnef로 떠났다. 9시 40분 경에 박영희님의 자동차로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먼 길이 혼자가 아니어서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어서 참 좋다고 하셨다. 프랑크푸르트에 사시는 노미자 시인을 모시고 중앙역에 들러 최 군자임과 합류하여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목적지로 향해 달렸다.

Frankfurt에서 Schöllenbach은 약 120km의 거리이다. 한참을 달리다가 수수밭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만들어 간단히 점심을 먹자고 했다. 우리는 담요를 펴고 제각기 준비해온 음식으로 요기를 달랬다. 오랜만에 먹은 얼큰한 한국 컵라면의 맛은 일품이었다. 앙증스럽게 포장된 쑥 편과 앵두로 후식을 하고 커피로 마무리 지은 훌륭한 점심이었다.

드디어 15시쯤 목적지에 도착했다. 집 앞에 도랑물이 졸졸 흐르고 공기 좋은 이곳은 작년 11월에 한번 왔었던 곳이다. 외선님과 부군이신 하인츠씨는 우릴 반갑게 맞아주었다. 짐 정리는 천천히 미루고 늦은 점심을 먹자며 우리를 뒤뜰로 안내했다. 큼지막한 식탁에는 싱싱한 상추, 깻잎, 쌈장, 김치, 고기반찬에 고슬고슬한 쌀밥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컵라면으로 언제 점심을 먹었는지 잊어버린 채 밥 한 그릇을 뚝딱해 치우고 그동안 쌓였던 얘기들을 나누었다. 겨울과 달리 갖가지 꽃들의 넉넉하고 아름다운 풍광은 그 자체가 황홀로이었다.

저녁 시간에는 앞으로의 3박 4일의일정을 계획하고 최고의 샴페인을 터트려 축배의 잔을 높이 들고 건배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아침 7시 30분에 한 시간 산길을 걷고 아침 식사 후 네이버 사전검색, 한자를 삽입하는 방법,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를 컴퓨터로 검색하는방법을 집중적으로 하고 자작시 낭송, 합평회를 하기로 했다. 틈틈이가까이 있는 도시 Mischelstadt, Zwingenberg에 있는 성을 둘러보기로 했다.

온 숲을 고요로 뒤덮은 아침 산길을 걸으면서 자연의 오묘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숲속에 있는 맑고 잔잔한 호수에서 그토록 멀기만 하던 또 하나의 파란 하늘을 보며 우리의 맘을 조각하기도 했다. 이제는 찍어 발라도 테 나지 않은 나이면서도 저녁에는 진흙팩 피부 관리를 하며 잔주름이 없어진 느낌이라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마지막 저녁을 장식하는 차원에서 각자의 애창곡을 발표하기로 했다. 집이 떠나가라 목청을 높이며 노래하는 회원들의 노래 솜씨는 수준급 이상이었다.

노미자 시인님은 연세가 있으신 데도 풍부한 성량을 가지셔서 지난 5월 30일에 있었던 세계전통시인협회 행사에 독일 대표로 참석하여 경기도 하남 미락원 카페에서 열린 조성윤 선생님의 미수(米壽)잔치 작은 음악회에서 봄날은 간다, 밤안개를 불러 독일의 현미로 이름을 날리기도 하셨다.

웃음은 마음의 청소라고 적포도주를 마시며 나훈아 가수의 ‘홍시’, 설운도의 ‘보랏빛 엽서’,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노사연의 ‘바램’을 부르며 즐겼다.

난 까맣게 잊었던 나의 십팔번을 발표했다. 52년 전 어느 모임에서 내가 불렀던 <두 사람> 이라는 이 노래를 지금의 남편이 듣고 내게 다가온 기회이기도 하다.

창밖에 빗소리 그치고 밤하늘 별들은 떴는데/ 무엇을 못 잊어 못 가나 안타까운 두 사람아/ 사랑이 처음이라면 불처럼 태워버리고/ 사랑이 끝날 때라면 잊어야만 하나/ 갈 곳이 없는 사이면 가슴과 가슴을 안고/ 이대로 밤을 새워라 밤이 새도록 창밖에 비치는 가로등/ 어차피 가야만 할 사람/ 무엇을 못 잊어 못 가나 안타까운 두 사람아

손에 손을 잡고 노사연의 만남을 노래하며 소중한 우리의 인연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회원들의 한 결 같이 꿈처럼 지나버린 3박 4일은자연 속에서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정리 정돈되어 묶어주는 시조를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으며 우리에게 배운다는 것은 정갈하게 자신을 키워내는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김외선님의 정성을 다한 빈틈없는 배려,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 해하며 일요일 오전에 아름다운 시간을 뒤로하고 다음의 만남을 약속하며 아쉽게 헤어졌다.

쉽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난 많은 생각을 했다. 아픈 살점 나누며 질기게 살아온 인생, 내가 받은 만큼의 사랑을 시조를 배우고 싶어 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힘이 되어야 한다고 그리고 시조 세계화를 위하여 온 힘을 다 하겠노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저녁 7시 30분쯤에 집에 도착한 내 손가방을 잽싸게 받아 “어서 오세요. 수고 많았어요. 환영합니다!” 남편의 따뜻한 맞음에 “여보, 뭐니 뭐니 해도 당신이 있는 우리 집이 최고예요”라며 홍시 같은 빠알간 웃음을 보냈다. 

징검다리/강정희

내가 네 맘을 알고 네가 내 맘을 알며

가식의 무게 없는 말과 글을 이은 다리

인연을 꼬옥 안으며 흠결 없이 품으리 

  • 세계전통시인협회 독일 본부 
    Sijoeurope@gmail.com 강정희 0174 7879·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