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준
지난호에서 이어집니다.
(이글은 우리 주변의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제3장
‘로렐라이 언덕’ 멜로디 풍금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는 가운데 조명이 서서히 바뀌며 추레한 몰골의 설 동일의 모습이 나타나며 다시 독백이 계속되었다.
젊은 시절 내 심장에 주피터의 화살을 꽂은 정희 선생님….
사랑으로 내 가슴을 멍들게 한 정희 선생님, 내가 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사랑했던 정희선생은 내 사랑의 고백을 듣기도 전에 폐결핵 말기 환자로 마산결핵 요양원에 입원 향년 스물세 살 꽃다운 나이에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나의 첫 사랑인 정희선생님은 내 가슴에 아름다운 추억을 남긴 채 내 곁을 영원히 떠나갔습니다.
정희선생이 언제나 즐겨 부르던 로렐라이 언덕에 끌려 나는 초등학교 교사직을 팽개치고 파독 광부를 선택 이 땅에 왔습니다. 파독 광부로 독일에 가면은 로렐라이 언덕에서 정희 선생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이라는 환상에 빠져 1977년에 파독 광부로 독일에 왔습니다.
중부 독일 루르지역 애린광산 채탄부에 광부로 일을 했습니다.
폴모리 악단이 연주하는 위대한 사랑 (Amore Grande Amore Libero)의 은은한 멜로디가 흘러나오면서,
Recitativo: 나 무슨 생각으로 독일 땅에 왔나 /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 따라 / 사랑은 멀어져 가고 추억만 남아 있는데 / 생사를 넘나드는 힘든 막장 광부지만 ‘나에게는 행복한 꿈이 있었네 / 사랑하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면 / 이런 일인들 힘들지 않네 / 내 짝사랑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무슨 일인들 힘들지 않네 / 고통과 괴로움을 기쁘게 받아 드리는 것은 사랑의 힘밖엔 없네 / 그 사랑의 힘밖엔 없네 / 그 사랑의 힘밖엔 없네…
찬송가 102장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의 멜로디가 흐른다.
다시 설동일의 독백이 이어진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꿈이 광부생활 1년이 지난 1978년 4월 부활절 연휴에 로렐라이와 하이델베르크를 1박2일 관광하는 파독 광부 간호사의 만남의 짝 찾기 관광에서 보흠 대학병원에 간호사 최순애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남녀 짝 찾기에 내가 내 놓은 손톱깎이를 택한 간호사 최순애를 처음 보는 순간 나는 혹시 꿈이 아닐까하고 내 얼굴을 꼬집어 볼 만큼 나는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그토록 짝 사랑했던 정희 선생님이 살아 내 곁에 온 듯 착각할 만큼 꼭 닳은 정희 선생 같은 간호사 최순애와 짝이 되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간호사 최순애는 내 마음 속에 망울져 있는 정희 선생이 즐겨 부르던 로렐라이 언덕 민요를 콧노래로 불러 더욱 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우리는 한 짝이 되어 로렐라이와 하이델베르크를 같은 자리에 앉아 1박2일 여행하는 동안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정희 선생님 다음으로 처음 느껴 보는 사랑이라는 묘약에 흠뻑 빠졌습니다.
착각하리만큼 내가 짝사랑 했던 정희 선생과 꼭 닳은 티 없이 청초한 간호사 최순애는 내 가슴을 뒤 흔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제4장
보흠 대학 병원 간호사 기숙사에 설동일과 하얀 가운을 입은 최순애가 다정하게 나란히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정희선생과 최순애는 일인이역)
찬송가 543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멜로디가 흐르며
-(Recitativo)오! 내 사랑 순애씨! 오늘 저 높은 하늘을 향하여 크게 외치며 순애씨를 힘차게 포옹하고 싶습니다. 순애씨는 영원한 내 사랑 날마다 당신을 위해 살아가렵니다.
“동일씨! 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우리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영원히 사랑하기를 하늘에 맹세합니다.”
최순애 앞에 무릎을 꿇고 한 아름 꽃다발을 안겨 주는 장면이 연출 되고 음악이 흐른다.
다시 추레한 몰골의 설동일의 얼굴이 다시 클로즈업 되면서 독백이 시작 된다.
이어 다시 폴모리 악단이 연주하는 위대한 사랑(Amore Grande Amore Libero)의 은은한 멜로디가 흘러나오면서,
우리의 뜨거운 사랑의 열기는 애린광산 광부하임과 보흠대학병원 간호사 기숙사에 화제가 만발했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복병이 나타났으니 나 보다 1년 후진 마지막 파독 광부로 온 서울 출신 김광철이라는 자가 공공연하게 “보훔 대학 병원 간호사 최순애는 내가 진즉 태극기를 꽂은 여자다”라고 하임 이곳저곳에다 떠벌리고 다녔던 것입니다.
그러나 간호사 최순애는 나를 택했습니다. 나는 보란 듯이 서둘러 1982년 보흠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우리의 신혼여행은 인연을 맺은 로렐라이로 유람선 KD를 타고 1박2일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아들 산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행복의 여신은 우리를 그냥 놔 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독일 관광차 나를 찾은 고향친구 박영수를 따라 카지노에 간 것이 우리 가정에 큰 불행을 가져 왔습니다.
내가 지하 막장에서 생과 사를 넘나들며 한 달 동안 힘들게 일해 손에 쥘 수 있는 목돈 월급을 단 몇 시간에 내 돈으로 만들 수 있는 카지노 도박 유혹에 그만 빠져 들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카지노에 혼을 빼앗긴 나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이성을 잃어 갔습니다. 병가를 얻기 위해 진통제를 먹고 흔히 우리들 사이에 병가를 얻기 위해 자신의 엄지손가락 손톱에 피멍이 들도록 자해를 가하여 긴 병가를 얻어 날밤을 새우고 어느 때는 밤 근무를 핑계로 카지노를 찾는 등 나는 카지노에 눈알이 뒤집혀 졌습니다.
잃고 따고를 거듭하다 끝내는 무일푼의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잃은 돈을 찾기 위해 거액을 배팅 본전을 찾는 환상에 젖어 결국은 아내 몰래 생명 보험을 담보로 1만마르크를 대출 받아 며칠 만에 전부 날리고 허탈하게 집을 찾은 나에게 대출 받은 서류를 내밀며 악에 받힌 아내는 막말을 쏟아 냈습니다.
광철 오빠를 배신하고 당신을 택한 죄 대가를 받고 있다는 악에 복받친 아내 순애의 말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아내의 목을 조르고 말았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자지러지게 목 놓아 우는 산이의 울음소리에 놀란 할머니가 경찰에 신고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 온 경찰이 내 손에 수갑을 채울 때 까지 나는 이성을 잃고 발버둥 쳤습니다.
아내를 목 졸라 교살한 살인자. 정상인으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살인 행위를 자행한 나는 정신 감정까지 받고 재판에 회부 10년 형을 받은 후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옥한 살인 전과자입니다.
수감 생활 중에 나 같은 죄인이 살아 무엇 하랴 자살을 몇 차례 시도 했으나 실패를 거듭 독방 생활 까지 했습니다. 나는 결심했습니다. 만일 형기를 마치고 석방 되어 자유를 찾으면 순애씨와 신혼여행을 떠났던 로렐라이를 찾아 갈 때 까지 구차한 생명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며칠 지나면 부활절 나는 순애씨 당신과 함께 처음 찾아 갔던 로렐라이를 찾아 가기로 했습니다.
Recitativo. “나 같은 살인자가 가는 길이 지옥이라 해도 / 내 죄를 용서 받고 당신의 곁으로 가는 길이라면 /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로 나는 행복 합니다. / 나 비록 당신과 함께 하지 않아도 내 지은 죄를 용서 받고 / 당신의 행복한 웃는 얼굴을 단 한번 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 험난한 지옥 길이라 해도 마다하지 않고 나는 기꺼이 가렵니다. / 나는 기꺼이 가렵니다.”
다시 독백이 시작한다.
“다음 주부터 부활절이 시작하는 날입니다. 나는 이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 왔습니다. 내 애끓은 마음을 알고 있는 듯 어제 밤에 당신의 모습을 꿈속에서 보았습니다. 정말 이 세상 누구와 견줄 수 없는 아름답고 다정한 당신이 나타나 나를 행복하게 하였습니다.”
(다음호에서 이어집니다.)
1378호 16면, 2024년 9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