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61)

독일의 법제도(18): 독일의 입법심사의 체계와 심사기준

입법심사의 체계와 방법론②

– 입법심사의 방법론 개발을 위한 논의

결국 보다 우수한 양질의 입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내적 입법과정” 즉 입법의 내용적 형성단계와 형식적 정립단계의 객관화․합리화가 도모되어야 한다는 점이 부각된다. 이는 어떻게 한다면 입법적 판단의 객관화를 실현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로서 이를 위하여 일반적인 원리와 이론을 개발하고 그 원칙하에서 필요한 특별한 부분의 구체화를 시도하는 작업이 이루어 져야 한다.

그러나 입법자의 의도를 합목적적으로 규율하여 유용한 법정립의 수립에 이바지하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규범적인 면과 현실적인 면, 법적 실증성과 실제적 효율성, 법이론과 법정책 등의 관점을 전부 종합하여 체계화하는 것이므로 많은 어려움이 수반된다.

1. 학문적 차원에서의 논의

우선 바람직한 입법을 위한 합리적인 입법심사방법론에는 규범체계의 명확성에 대한 탐구, 법체계의 실질적․목적론적 및 세계관적 일치성에 대한 심사, 입법정책의 수립과 관련되는 모든 논증구조 -목표개념의 이론, 결과형량의 탐색, 평가 등- 에 대한 분석 등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에서는 1970년대부터 양적으로는 많은 법령이 있으나 사회적 필요에 부응하는 입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 입법의 필요성과 유용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분석이 없는 졸속입법 내지 즉흥입법의 양산, 법률의 실효성 내지 효과성에 대한 충분한 사정을 거치지 않은 채 입법을 함으로써 빈번한 법률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법체계상호간의 정합성 내지 체계정당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없이 마련된 입법의 양산 등 많은 문제점과 과제를 안고 있는 입법현실에 직면하여 입법의 과학화․객관화를 위하여 일정한 제도화된 입법심사의 방법론을 채용하여 입법실무에 적용할 것을 주장하는 입법학자들의 견해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방법론은 통계학, 확률론, 게임이론, 수리경제학등의 수학의 분야 및 심리학의 분야에서 사용되어 사회현상분석을 위한 일반적 개념으로서의 지위를 확립하여 사회과학의 각 분야에서 널리 채용되고 있는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의 이론을 입법의 영역에 도입하는 한편 “법정책학(Rechtspolitik)”이라는 새로운 학문유형이 등장하게 되면서 의사결정의 개념을 법정책학의 이론적 출발점으로 가장 적합한 것으로서 채용하고 있다.

2. 실무적 차원에서의 논의

독일에서는 이미 1949년 10월 24일 내각결의로서 내각에서 제출하는 모든 법령안은 원칙적으로 연방법무부의 법형식성심사(Prüfung der Rechtsförmlichkeit)를 반드시 거치도록 함으로써 연방법무부가 입법분야의 중요한 부서로서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 법형식성심사는 크게 법규범의 단순화와 불필요한 과잉규제를 제거하기 위한 “필요성심사(Erforderlichkeitsprüfung)”, 법령의 헌법적 문제성 및 유럽공동체의 각종 규범이 헌법에 적합한 것인지의 여부를 심사하는 “합헌성심사(Verfassungsmäßigkeitsprüfung)”, 올바른 체계를 구비하였는가 또한 수범자에 대하여 법령용어와 법문이 이해가능하게 작성되었는가를 심사하는 “이해성심사(Verständlichkeitsprüfung)”, 법안의 형식이 통일적으로 구비되었는가를 심사하는 “통일성심사(einheitliche Gestaltung)”등의 네가지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연방법무부가 제시한 이 법형식성심사기준은 입법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보조수단을 제시하였으며, 동 심사기준은 그 후 1984년 12월 1일 내각결의로서 “법령의 필요성, 유효성 및 이해성을 위한 세부적 심사목록”을 마련하여 구체적으로 시행하기에 이르렀으며, 1989년 12월 20일에 그 내용의 일부가 보완되어 시행되어 왔다. 이 기준의 정립에 즈음하여 연방정부는 “법을 단순화하고 과도한 규제를 회피하도록 하는 것이 연방정부의 목표이다. 따라서 규율을 의도하는 경우에는 광범한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나아가 그 의도하려는 계획에 있어서는 필요성, 유효성, 이해성과 관련한 질문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에 연방내무부와 연방법무부는 법령의 작성에 즈음하여 다음과 같은 심사목록을 설정한다.

모든 연방장관은 그 소관범위내에서 법정립을 의도하는 경우에는 그 전체적 과정을 아래와 같은 단계로 진행하여야 하며, 또한 개별적 규율은 필요성, 유효성, 이해성에 관한 질문으로서 심사하여야 한다. 연방법무부는 법형식성심사라는 범주에서 아래에서 제시된 질문을 가지고 법령안을 심사한다. 기타 연방장관은 그 전문적 소관사항의 범주내에서 아래의 질문에 적합한 법령안을 작성하도록 한다. 의견의 차이가 있을 경우에는 이를 무시하지 않고 차관회의에서의 심의를 거쳐 협의하도록 한다. 또한 필요성심사에서 제기된 질문은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제시하였다.

그리고 구체적인 심사기준으로서 입법의 내용면 및 입법의 형식면에서 10가지의 항목을 설정하고, 이를 입법심사의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즉, ①입법의 사전단계에서의 문제의 제기, ②대안의 모색 및 개별대안의 효과분석을 위한 질문, ③연방차원에서 입법을 하여야 할 당위성, ④법률 또는 법규명령, 자치법규로의 제정필요성, ⑤사안의 긴급성 내지 연계성, ⑥규율범위에 대한 질문, ⑦효력의 지속성 유무, ⑧시민에 대한 친숙성 및 이해가능성, ⑨실행가능성 유무, ⑩비용과 효용의 적절한 관계 유무 등에 관한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이 청색심사표는 직접 적용되는 실무적․실제적 내용을 담고 있기 보다는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이 많아 그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입법실무에 아무런 역할도 거두고 있지 못하고, 또한 이를 개정하여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하는 시도도 실패하였다고 지적되었다.

그리하여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새로운 GGO에서는 이 심사기준을 폐지하는 대신 새로이 법률안작성의 단계에서 부문별로 필요한 심사기준을 마련하였다.

1233호 29면, 2021년 9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