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85

문화부분 (3)

◈ 세계 4위 독일 출판시장 ②

독일 출판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03억2400만 달러로 2016년 대비 소폭 하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자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 도서시장의 약 13%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인쇄·오디오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출판시장은 주요 출판사를 제외하더라도 생산과 유통 부문에서 높은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독립 출판사의 수는 3500여 개에 달하며 1200여 개의 서점 체인, 기타 주유소, 쇼핑몰 등 책을 판매하는 곳은 1300여 곳 이상이다.

독일 출판시장도 주요 출판사에 의한 시장 집중이 이슈가 되고 있으나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해 상위 9개 출판사의 매출 비중은 2016년 기준 40.4%, 상위 10개 소매 기업의 점유율은 67%로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 집중도를 보이고 있다.

독일 출판시장은 탄탄한 도서 판매 네트워크, 엄격한 도서정가제, 독일에 진출한 아마존에 뒤지지 않는 전자책 플랫폼 톨리노(Tolino) 등 안정적인 출판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다른 유럽, 북미, 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도서 소비자와 독서인구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출판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젊은 소비자의 독서율, 도서 구매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어 기존 소비자들의 소비 증가가 시장 규모 성장의 주요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독일 또한 젊은층의 독서확대가 시급한 실정이다.

독일출판협회는 독서보다 흥미를 끌고 있는 콘텐츠와 이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등장을 독서율과 도서 소비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하며 젊은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와 스토리가 향후 출판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 정책 및 지원

독일은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제정된 반독점법에 도서 가격은 출판사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했으며 1965년 출판협회 주도로 출판사와 소매업체가 도서 가격에 대한 계약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는 도서 가격 시스템을 시작한 것이 도서정가제의 시작이었다.

2002년 처음 제정된 도서정가제 관련 법안 또한 책을 출판할 시 개별 저작물에 대한 소매가격을 출판사가 반드시 결정하도록 규정했으며, 2016년 도서정가제는 전자책에도 적용된다. 결정된 가격은 18개월 후 변동될 수 있으며 동일한 책의 개정판은 가격을 변동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학교 등 교육기관에 대해서는 10%의 의무적인 할인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도서관에 대해서도 5%의 할인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 할인율을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독일의 경우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예외 사례를 제외하면 결정된 가격에 대한 할인은 불가능하다.

독일 정부는 책에 대한 부가가치세(VAT)도 일반 소비재 상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보다 낮게 책정해 출판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일반 소비재 상품의 부가가치세율은 19%이나 책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7%로 12% 낮게 책정했으며 2018년 통과된 유럽 연합 규정에 따라 전자책에 대한 부가가치세 또한 종이책과 동일한 7%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한 독립 서점들을 위한 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으며 최근 독립 출판사를 위한 별도의 상을 제정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독일 출판저적권 해외 진출과 수입

독일 출판서점상협회는 연례보고서 ‘Buch und Buchandel in Zahlen’를 통해 독일 출판시장의 현황을 분석, 통계를 내고 있다. 독일 출판산업에 종사하는 5000여 명의 회원들이 이 자료를 바탕으로 출판산업의 동향을 파악하고 미래를 설계한다. 각국으로 판매되는 출판 저작권, 독일 출판시장에 소개되는 해외 도서의 통계도 확인할 수 있다.

▶ 독일 → 해외로

독일 출판서점상협회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2018년 기준)간 매년 6000종 이상의 독일 출판 저작권이 해외로 판매되었다. 2017년 기준 7,856종의 독일 도서가 각 국과 저작권 판매 계약을 맺었다. 2016년 7,310건, 2015년 7,521건, 2014년 6,443건, 2013년 6,466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매년 뛰어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큰 폭의 하락 없이 꾸준한 거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15년 이후에는 계속해서 7,000건 이상이 거래되고 있는데, 2017년에는 그 이전 해보다 7.5%의 증가율을 보였다. 독일 출판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분야는 아동 청소년 도서다. 이 분야에서만 총 3,037건의 저작권 거래가 이루어졌다. 문학 분야는 1,294건, 논픽션 분야에서 849건의 도서가 해외로 팔려나갔다.

독일은 중국으로 매년 1,000건 이상의 출판 저작권을 판매하고 있다. 여느 나라의 출판업계가 그렇듯 중국은 독일 출판업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 중 하나다. 그 외에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체코 등 인근 유럽 국가에서 많은 수의 독일 책이 소개되고 있다.

▶ 해외 → 독일로

독일어로 번역되어 독일 출판시장에 소개되는 책은 얼마나 될까? 2017년 기준 9,890종의 도서가 새롭게 독일어로 번역되어 출간됐다. 지난해 독일에서 출간된 전체 도서 중 13.6%에 이르는 수치다. 이는 2쇄나 재발간 등을 제외한 순수한 신간 도서만을 집계한 것이다. 언어별로는 영어 도서가 6,347종(64.2%)로 압도적 수치를 보인다. 이어 프랑스어 도서 1,136종, 일본어 도서 612종이 독일에 출간되었다. 이탈리아어, 스웨덴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가 차례로 뒤를 잇는다.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5년간 순위 변동 없이 각각 1, 2, 3위를 지켰다. 눈에 띄는 점은 일본어인데 이는 만화 장르 덕분이다. 독일에 소개되는 일본 도서 중 문학은 약 0.7%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만화책으로 분류되고 있다.

1257호 29면, 2022년 3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