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 99

문화 & 미디어 ➀

◈ 문화 간 대화

독일의 대외문화∙교육정책은 전통적인 외교정책 및 대외경제정책과 함께 독일의 3대 대외정책을 구성한다. 독일의 대외문화∙교육정책은 문화, 교육, 학문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국제 관계구축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사람과 사람 간 소통을 이끌어내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그 결과 대외문화·교육정책은 상호이해의 길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평화관계를 추구하는 정책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다.

독일의 대외문화∙교육정책은 또한 전 세계에서 독일어 교육 장려, 독일의 우수하고 다채로운 문화 홍보, 독일의 생생한 소식 제공을 주요 과제로 한다. 구체적으로 전시회, 독일 극단의 해외 공연, 문학 및 영화와 같은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지원하며, 더 나아가 이슬람 문화권과의 소통을 위한 프로젝트와 독일 청년의 해외자원봉사 프로그램인 “쿨투어바이트(kulturweit)”와 같은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문화에 대한 포괄적 정의에 기초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 실시

독일 외무부가 직접 추진하는 문화정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독일문화원, 독일국제교류처(ifa), 독일학술교류처(DAAD), 유네스코 독일위원회 또는 훔볼트재단과 같이 문화부분에 상이한 주안점을 두고 과제를 이행하는 사법(私法)기관에 대부분의 문화정책을 일임한다.

문화중개자의 역할을 하는 이들 기관은 외무부와 이행 과제의 목표를 합의하고 이를 따라야 하지만,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의 상당 부분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98개국에 159개 문화원을 둔 독일문화원은 해외에서 독일어 교육을 장려하며 국제문화협력을 지원한다. 독일국제교류처(ifa)는 무엇보다 전시회와 국제회의를 통해 문화 간 대화를 지원한다. 문화 간 대화 지원은 디지털을 통한 문화프로그램과 중개 서비스 제공 및 새로운 상호 참여 방안 제시를 최신 트렌드로 한다. 1970년대 이후 독일 대외문화정책은 예술로 국한된 문화 혹은 엘리트 계층의 전유물로서 문화가 아닌 대중중심의 포괄적 문화 개념을 기반으로 모든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대외문화정책이 독일의 문화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문화보존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의 주요 역사 문화재를 보존하는 사업 역시 지원한다.

독일 외무부는 1981년부터 2016년까지 144개 국가에서 약 2,800개의 문화재 보존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말리 팀북투에서 발견된 필사본 보존, 시리아 문화재 목록과 카메룬 전통 음악 디지털화 또는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사찰 재건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 열린 문화

독일에 다른 도시를 압도하는 절대적인 하나의 메트로폴리스가 없듯 다원주의에 기초한 독일 사회에 다른 문화 트렌드를 지배하는 단 하나의 주류 트렌드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독일 연극계와 영화계, 음악계, 조형예술, 문학계에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나타나고, 매우 상이하고 상반된 문화적 조류가 경합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특히 독일의 연방주의 구조로 강해지고 있다.

최근 연극계에서는 현대 작가들의 초연 빈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들은 전통적인 연극무대와 판토마임, 춤, 영상, 아마추어 공연, 음악 등을 결합해 하나의 퍼포먼스와 같은 포스트드라마 연극을 선보이며 오늘날의 표현방식이 얼마나 다채로워졌는지 보여준다.

이와 같이 사회적 주류가 주도하는 주류문화 외에도 사회 주변부에서 형성된 새로운 문화가 개방적인 연극계뿐만 아니라 기성의 연극계까지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며 연극계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포스트 이민”이라는 키워드 아래 대두되고 있는 이 문화 현상은 이민 국가로서 독일의 모습을 반영하며 베를린을 비롯해 수많은 도시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2대, 3대에 걸쳐 독일에서 살고 있는 수백만 명의 이민자들이 수세기에 걸쳐 독일에서 살고 있는 독일인들의 이야기와는 다른, 자기 자신과 부모 그리고 조부모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독일 출생이든 아니든, 그들은 직접적인 이민 경험은 없지만, 문화 혼종성을 경험한다. 이와 같이 상이한 문화가 혼재하면서 예술계는 새로운 형태로 사회를 고찰하고 탐구하기 시작했으며, 다양한 문화와 출신의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와 소속감을 확인하고 참여기회를 얻는 과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써 독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자화상 구축을 촉진하고 다른 나라에 비춰지는 독일 문화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내러티브가 형성되고 있다.

현대문학에서의 포스트 이민 주제 부상

2015년 독일의 가장 권위 있는 문화 부문 상 중하나인 독일출판업계의 평화상을 수상한 나비드 케르마니를 비롯해 카티야 페트로브스카야, 셰르코 파타, 니노 하라티쉬빌리, 사샤 슈타니지크, 페리둔 자이모글루, 알리나 브론스키 등 최근 몇 년 들어 성공한 독일어권 작가에 이민 배경을 가진 작가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란, 러시아, 터키 등 여러 국가 문화의 직간접 경험을 반영해 작품을 쓴 이들 작가들은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고, 독창적인 주제와 이민 경험을 작품에 접목해 사회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한다.

독일의 조형예술도 개방적이고 국제화되었다. 이는 독일 미술대학 입학생 수 관련 통계자료만 봐도 알 수 있다. 2013년부터 미술대학 입학생 중 외국 유학생의 수가 독일인 학생 수를 매년 추월하고 있다.

약 5백 개의 갤러리와 다양한 미술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하는 도시인 베를린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중심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현대미술의 산지로 꼽힌다. 이 사실은 2년마다 개최되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도 입증된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한 전 세계 작가 중 다수가 베를린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1271호 29면, 2022년 6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