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102

환경과 기후정책(2)

◈ 에너지 전환: 세대를 초월한 프로젝트

에너지 전환은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및 환경 정책 과제다. 에너지 전환이란 석유, 석탄, 가스, 핵에너지에서 벗어나 재생가능 에너지로 에너지 공급을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정책은 늦어도 2050년까지 독일 전력 공급의 최소 80%와 전체 에너지 공급의 60%를 재생가능 에너지원에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독일엔 2017년 이래 단 7기의 원전만 가동 중이며, 이들 원전이 전체 공급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이다. 연방정부는 이와 같이 에너지 부문의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려 한다. 그러나 이미 2000년 탈핵에 관한 첫 결의를 내리고 재생가능 에너지 법을 이행하면서 이와 같은 개혁 노력은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미 1990년대부터 시작한 재생가능 에너지 지원은 2000년 재생가능 에너지법(EEG) 으로 명문화되었다.

장기적 과제 탈핵

2000년 당시 연방정부는 독일의 에너지 부문 기업과 2022년까지 탈핵을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2011년 연방정부가 내린 에너지 전환 결정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에너지 공급 개혁 과정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독일 연방하원의 원내 정당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 부문의 개혁을 보다 빠르게 진행하기로 결의하였고, 이는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정부는 에너지개혁의 가속화가 “지속 가능성 및 자연 보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산업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판단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환경과 기후뿐 아니라 독일 경제에도 득이 된다. 특히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석탄, 원유, 천연가스 수입을 위해 독일이 지출한 연간 약 450억 유로의 비용을 앞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부문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 점차적으로 줄여 나갈 계획이다. 더 나아가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새로운 수출기회가 열리고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핵심 과제는 에너지 전환의 “두 번째 축”인 에너지 절약 및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확대이다. 산업 부문과 대기업은 이미 높은 수준의 에너지 절약을 달성하였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공공시설의 경우 아직 개선이 필요하다.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40%가 건축물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노후건물의 리모델링을 통한 에너지 절감이 중요하다. 따라서 연방정부는 건물 리모델링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위험의 최소화뿐 아니라 기후친화적 발전 및 공급 안전성 강화 역시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 부문이 역동적인 발전을 보이면서 전체 공급전력 중 이산화탄소 무배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친환경 전기는 2017년 총 전력생산량 중 33.1%를 차지했다. 기상상황이 좋을 경우 태양광과 풍력발전소는 독일 전기 수요의 최대 90%를 소화할 수 있다. 신축 주택의 60% 이상이 이미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해 난방을 한다.

2017년 말 약 43기가와트를 생산하는 160만 기의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독일은 이로써 중국과 일본에 이어 태양광 발전 부문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된 재생가능 에너지법(EEG)

독일의 재생가능 에너지법(EEG)은 많은 나라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는 성공적인 친환경 지원법으로 2014년 개정되었다. 시민들과 경제계에 합리적인 가격과 안정적인 공급 보장이 개정 목표였다. 친환경 전기 확대 시 발생하는 높은 비용을 소비자가 일부 부담하는 제도인 일명 재생에너지부과금(EEG-Umlage)이 태양광발전 시설의 대대적인 확산과 산출방식의 변화로 인해 2009년부터 큰 폭 상승한 것이 법 개정의 계기가 되었다.

그로 인해 친환경 전기와 에너지 전환의 비용에 관한 공적 논의가 시작되었고, 2015년에는 부과금이 처음으로 인하되었다. 연방정부는 더 나아가 공급량 변동이 심한 풍력 및 태양광의 전기 양이 급격히 증가하더라도 안정된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구조의 전력시장을 구상하고 있다. 관건은 석탄 발전소보다 현저히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유연하게 투입 가능한 천연가스 발전소의 확보다.

에너지 전환이 새로운 “녹색” 발전소 설립으로만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전력망 역시 새로운 전력생산 구조에 맞게 변해야 하며, 그 일환으로 수백 킬로미터 길이에 달하는 고압송전선인 “전력고속도로(Stromautobahnen)”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통해 풍력 전기를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독일 북부에서 상대적으로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전력소비가 높은 독일 남부까지 어떤 전력손실도 없이 전기를 장거리 운송할 수 있다. 그러나 당초 송전선을 지상에 설치하려는 계획은 시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었고 결국 연방정부는 계획을 변경해 2015년 지중 매설을 결정했다.

또한 대규모 송전선로 가동 시점도 당초 목표했던 2022년에서 미뤄져, 2025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산발적으로 공급되는 태양광 전기를 사용하려면 지역전력망 확대도 반드시 필요하다.

∙ 가장 큰 육상 풍력 발전 단지: 작센 안할트의 슈퇴센 토이헌

∙ 가장 큰 해상 풍력 발전 단지: 북해 연안의 알파 벤투스

∙ 출력이 가장 높은 풍력 발전기: 지멘스의 SG 8.0-167 DD

∙ 가장 큰 태양광 단지: 젠프텐베르크 태양광 발전 단지

∙ 가장 큰 전력거래소: 라이프치히의 EEX(European Energy Exchange)

1274호 29면, 2022년 7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