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 125 – 독일의 교육제도(5)

◈ 중등교육(Sekundarstufe) ➁

1차 중등교육(Sekundarstufe I)

독일의 학생들은 초등교육을 마친 후 1차 중등교육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중학교까지 일원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달리, 독일 학생들은 초등학교 4학년 때여러 1차 중등교육 단계 학교 형태들 중 어느 쪽으로 진학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선택할 수 있는 학교 형태의 종류는 전통적으로는,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를 비롯하여 레알슐레(Realschule)와 김나지움(Gymnasium)이 있다.

하우프트슐레는 기존의 8년제 국민학교가 서독에서 60년대 후반 4년제(서베를린의 경우는 6년제) 기초학교와 5년제 하우프트슐레(서베를린의 경우 3년제)로 분리되면서 생겨났다. 그러다가 점차로 다른 1차 중등교육 기관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5년제(5~9학년)가 아닌 6년제(5~10학년)로 운영하게 된다.

하우프트슐레의 교육목표는 ‘기초적인 보편 교육’에 있으며, 하우프트슐레를 졸업하면 2차 중등교육 기관 중 하나인 직업학교(Berufsschule)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래서 하우프트슐레의 수업은 이론보다는 주로 직업 선택을 염두에 둔 실습과 작업 위주로 구성된다.

하우프트슐레가 ‘기초적인 보편 교육’을 목표로 삼고 있는 반면, 레알슐레는 ‘확장된 보편 교육’을 목표로 삼는다. 교육연한은 6년(5~10학년)[베를린 주와 브란덴부르크 주는 4년(7~10학년)]이며, 졸업을 하면 직업전문학교(Berufsfachschule), 전문상급학교 (Fachoberschule) 또는 김나지움 상급반(Oberstufe) 입학 자격이 주어지고, 곧바로 취업을 할 수도 있다.

수업은 취업을 염두에 두고 실습 위주로 진행되지만, 하우프트슐레와는 달리 이론교육도 병행하여 이루어진다. 7학년부터는 중점 분야[자연과학/기술 분야나 경제/사회 분야 혹은 제2외국어]를 선택할 수 있는데, 구체적인 사항은 주정부에 따라, 그리고 각 학교에 따라 다르다.

하우프트슐레나 레알슐레와는 달리 김나지움은 ‘심화된 보편 교육’을 지향하며, 졸업 시험인 아비투어(Abitur)에 합격하면 대학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김나지움은 일반적으로 5학년부터[베를린 주와 브란덴부르크 주는 7학년부터] 시작하며, 12학년 또는 13학년에서 끝난다. 10학년까지는 하우프트슐레나 레알슐레와 마찬가지로 1차 중등교육에 해당되며, 11학년부터는 2차 중등교육에 속한다.

김나지움의 교육과정은 대학 수학을 위한 능력을 갖추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나지움의 종류를 중점 이수 과목에 따라 크게 나누면, 오랜 전통을 지닌 인문주의 김나지움 (Humanistisches Gymnasium)과 19세기 중반 이후 생겨난 현대어 김나지움 (Neusprachliches Gymnasium) 그리고 스포츠 김나지움, 음악 김나지움 등이 있다.

김나지움이 대학 공부를 위한 준비 단계이므로 김나지움 졸업시험은 곧 대학 입학자격(Allgemeine Hochschulreife)을 주는 아비투어(Abitur)로 마무리된다. 물론 아비투어 시험에 있어서 시험을 치르는 과목의 선택과 김나지움에서 이수하는 교과목과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김나지움의 11학년∼13학년은 상급과정(Oberstufe)이라 하며, 이중에서도 12학년과 13학년 과정에서는 각 학생별로 자기의 소질과 적성, 그리고 학업능력에 따라 공부할 과목을 조합하고 성적을 받아 이수해야 한다. 주당 4시간 이상을 공부해야 하는 선택과목(Leistungskurs)과 2시간짜리 기본과목(Grundkurs)을 섞어서 이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여러 교과목을 3개 분야 즉, 언어분야, 자연과학분야, 예능/사회분야 중 적어도 2분야를 망라하여 최소한 3개 과목을, 그리고 3분야 전체에서 5개 과목 이상의 기본과목을 포함시켜서 공부할 교과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이렇듯 각 분야의 과목을 고루 이수하여야 아비투어를 치를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있어서 독일 김나지움의 교육방향은 결국 소위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차 중등교육 단계 학교 종류 통합: 종합학교(Gesamtschule)

1차 중등교육 단계의 조기 선택 문제와 더불어, 하우프트슐레, 레알슐레, 김나지움이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3가지 형태로의 분리 역시 독일 학제의 논쟁거리 중 하나이다. 특히 이미 언급했듯, 1차 중등교육 단계의 학교 종류를 한번 선택하고 나면, 다른 종류의 학교로의 이동이 쉽지 않다는 점이 계속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 처음 도입된 것이 1차 중등교육 단계 학교 형태들을 한 학교 안에 모두 포함하고 있는 종합학교(Gesamtschule)이다.

종합학교는 그 형태에 따라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몇몇 과목들의 경우에만 학력 수준에 따라 우열반을 나누는 경우(통합적 종합학교 integrierte Gesamtschule)와, 3가지 종류의 학급을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협력적 종합학교 kooperative Gesamtschule)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종합학교는 2차 중등교육 단계에 해당하는 김나지움 상급반까지 같이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합학교의 본격적인 도입 이후 약 15년이 지난 후 처음으로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는 주별로 매우 달랐다.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보수적 성향의 바이에른 주의 경우 1993년까지 거의 대부분의 종합학교가 사라진 반면, 사회민주당(SPD)의 영향력이 강했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경우 종합학교는 1차 중등교육 단계 학교 종류중의 하나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여기서도 처음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을 때의 사회적 통합이라는 종합학교 설립 목표는 실현되지 못했다. 학업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종합학교를 선택하기보다는 여전히 김나지움을 선호했고, 종합학교 입학생들의 대부분은 기초학교 4학년 때 하우프트슐레나 레알슐레 입학을 추천받았던 학생들이었다.

1297호 29면, 2023년 1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