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독일의 교육제도(15, 마지막회)

◈ 독일의 특수교육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은 인종 우생학을 토대로 우수한 차세대 시민만을 얻겠다는 명목으로 장애 판정을 받은 수많은 아동과 청소년, 시민을 학살하고 장애인을 강제수용소에 감금하거나 생체실험에 이용하는 등 엄청난 학대를 저질렀다.

이러한 과오를 바탕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장애인 교육과 복지를 현저하게 확대하였으며 지금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장애인 교육과 복지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지난 2009년 UN 장애인 권리 협약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일반학교에서 함께 수업하는 ‘포함 교육(Inklusive Bildung)’을 교육정책의 중점으로 삼아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수교육 관련 정책 및 제도

독일은 2009년부터 UN 장애인 권리협약 제24조 장애인 교육권 규정에 따라 장애 학생의 교육권 향상을 위해 장애 학생이 일반학교에서 비장애 학생과 함께 교육받는 ‘포함 교육(Inklusive Bildung)’을 확대하여 실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일 특수교육은 아래 그림과 같이 제외→분리→통합→포함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2010년 주 교육부 장관회는 UN 장애인 교육권 협약을 실행하기 위한 교육적, 법적 여건에 대해 합의하고 2011년에는 일반학교에서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교육받도록 하는 포함 교육 관련 지침을 마련하였다. 이를 토대로 각 주의 교육부는 주의 실정에 따라 학교법과 학교체계를 개선하고 지원방안을 수립하였다.

독일의 특수교육은 분리교육과 통합교육을 병행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그 예로 2013/2014년 기준으로 ‘특수교육적 지원요구를 가진 학생’은 총 508,386명으로 그 중 334,994명은 특수학교에 재학하고 있으며 173,392명은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장애학생 중 약 31.4%가 통합교육 형태로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통합교육으로 진입하는 장애학생들의 수는 매년 2~3%씩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독일의 통합교육

먼저 독일의 통합교육은 ‘다양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즉 교실 내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통합교육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하나가 되기 위한 교육은 아니다. 교실 안에 단순히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있으면서 동일한 교재를 가지고 같은 교육방법으로 똑같은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독일의 통합교육은 교실 내에 있는 ‘학생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모든 학생을 고려하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것을 위하여 우선 두 명의 교사가 통합학급을 담당한다. 한명의 교사가 다양한 교실 환경에 능동적이고 역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학생들의 다양한 다른 교육적 요구에 대처하기 위하여 ‘다양한 교수자료(청각적 자료, 시각적 자료, 수화, 문단마다 숫자를 붙인 텍스트 제공 등)’, ‘여러 보조도구(보완대체의사소통도구, 음성지원 컴퓨터 등)’, ‘다양한 인적지원(수업시간 중 전문 인력 지원, 낭독보조인, 시험 때 교과목 전문인 지원, 교재준비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교실환경과 수업환경의 다양성은 독일 통합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토대를 이루고 있다.

둘째, 독일 통합교육에서는 ‘관계’의 변화를 추구한다. 즉 교실 안에서 교사와 학생이 수직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들이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독일의 통합교육 현장에서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활발히 일어난다. 그리고 학급 내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모든 학생들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한다. 이러한 수평적인 관계는 비장애학생이 장애를 가진 학생을 일방적으로 돌보는 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 속에서 서로 이해하고 지원하는 관계를 형성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현재 독일의 통합교육은 장애를 가진 학생뿐 아니라 다양한 그룹들을 포함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다양한 문화를 가진 아동들과 학생들이 점점 더 많이 교실 안에 편입되기 때문에 그들 또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통합교육이 장애학생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교실 내에 있는 학생의 출신, 종교,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를 고려하는 교육을 생각하고 있다.

특수교육 관련 중점 추진 사항

현재 독일의 특수교육 관련 최우선 과제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포함 교육의 확대실현이다. 장애가 있는 학생도 부모의 선택에 따라 특수학교에서 분리되어 교육받지 않고 일반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 교육부는 필요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일반학교에서 장애 학생이 함께 교육받을 경우 필요한 특수교육 인력을 확보하고 필요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 교육부는 특수교육 교사교육과정의 정원을 늘리고 특수교육 교사의 채용을 확대하는 한편 모든 교사가 학교에 증가하는 학생 이질성에 원만히 대처할 수 있도록 교사교육 과정에서 학생의 이질성 대처를 위한 교육과 특수교육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학교 시설 마련은 지자체의 책임이지만 장애/비장애 학생 포함 교육을 위한 시설에는 많은 재정이 필요하므로 주 정부도 이를 위한 재정을 함께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장애 학생을 분리된 존재로 인식하는 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특수학교를 지원학교(Forderschule) 또는 지원센터(Forderzentrum)로 명칭을 변경하고 장애 학생도 가능한 ‘특수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으로 표현하고 있다. 더불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 개별 특성을 고려한 개별 교육과 지원(Individuelle Bildung und Forderung)도 확대하고 있다.

1308호 29면, 2023년 3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