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원 박사와 둘러보는 문화와 문화 사이를 잇는 다양한 현장들 (22)

문화와 문화 사이: 한국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 학생들 5

한국학을 전공하는 독일 대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했을때 한국은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삶의 일부가 된다. 한국의 거리를 걸으며, 캠퍼스 생활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그들은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 익숙했던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를 마주한다.

독일과 한국이라는 두 문화 사이에서 살아가는 동안, 이들의 시선은 더욱 깊어지고 사고는 더욱 유연해진다. 타국에서의 일상은 때로는 도전이고, 때로는 축제이며, 때로는 깊은 성찰의 시간이 된다. 미셸과 바네사가 경험한 한국에서의 순간들은 단순한 여행 기록이 아닌, 그들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새롭게 형성한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이 얼마나 한 사람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그 깨달음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함께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미셸(Dany Michele Tatsa-Foning)의 이야기 딸기 농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한국에 도착한 첫 날, 그야말로 다양한 감정이 교차했다. 인천 공항에서의 첫 번째 경험은 예상보다 순조로웠다. 그러나 한국 SIM 카드를 활성화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 공항에서 30분 넘게 기다렸다. 그때부터 나는 공항 Wi-Fi를 사용하며 서울로 가는 공항버스를 기다렸다.

다행히도 한국에 도착하기 전 이미 내 한국 은행 카드와 T-money 카드에 현금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환전할 필요는 없었다. 덕분에 첫 여행지에서의 불편함은 최소화할 수 있었다.

서울에 도착한 첫날, 나는 독일에서 일할 때 만난 친구와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따뜻한 포옹과 선물로 나를 맞이해 주었고, 짐을 그녀의 집에 두고 준비를 마친 후 우리는 서울 성수동을 탐험했다. 성수동은 유명한 카페와 팝업스토어들이 가득한 동네라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그곳에서 우리는 맛있는 젓갈과 도토리묵, 그리고 게 요리를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지만 그 짭짤함이 좋았다.

그 후, 우리는 특별한 맛의 빙수로 유명한 카페에서 녹두 빙수와 함께 참깨 라떼를 마셨다. 예상보다 달콤했던 녹두 빙수는 입에서 사르르 녹았는데 그 맛을 떠올리면 아직도 기분이 좋다. 마지막으로 친구는 최신 한국 트렌드인 소금빵을 사주었다. 한국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풍성한 음식과 함께 시작되었고, 그녀의 부모님도 나를 반갑게 맞아주어 매우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엔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조금 어색했지만 곧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부산으로 향하기 전, 친구의 집에서 간단한 김밥과 떡볶이를 먹었고, 부산에서는 또 다른 한국 음식들을 즐길 기회가 생겼다. 부산에서의 여정은 내게 새로운 음식 체험을 선사했다. 특히 수제비 찌개를 처음 먹었을 때, 한국 음식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에 큰 충격을 받았다. 부산에서의 여행은 나를 더욱 넓은 한국의 매력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부산의 서면과 남포동을 돌아보며, 게임 센터에서 친구가 내 최애 캐릭터 인형을 뽑는 순간까지, 작은 즐거움들이 하나하나 소중하게 다가왔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경험은, 내가 처음 혼자 택시를 타고 김해로 가던 날이었다. 길을 가던 중, 우연히 카카오 택시가 정차한 곳에서 택시를 타게 되었고, 한국어로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하는 것이 내겐 꽤 큰 도전이었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결국 카카오 택시 앱을 사용하게 되었고, 그 후로는 전혀 불편함 없이 택시를 탈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시간은 이렇게 일상 속에서 작은 도전과 배움으로 가득했다. 특히, 내가 일했던 딸기 농장에서의 경험은 매우 특별했다. 농장에서 자주 해야 했던 작업들, 예를 들어, 말라비틀어진 잎을 떼거나, 상한 딸기를 제거하는 등의 일들은 처음엔 조금 어색하고 힘들었다. 그러나 곧 나와 함께 일하는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교류하면서 그 경험을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농장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들과 함께 딸기 케이크 만들기, 딸기 우유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며 한국 문화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농장에서 함께 일한 자원봉사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함께 게임을 하거나, 저녁에는 다른 도시로 가서 노래방과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기도 했고, 해운대와 광안리에서 바다를 거닐며 사람들의 버스킹 공연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 경험은 나에게 한국의 활기찬 거리 문화를 이해하게 해주었고, 나도 그들의 에너지를 조금씩 느끼며 삶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었다.

서울로 돌아와서 마지막 일주일을 보냈을 때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보드게임 카페와 PC방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며 한국의 소소한 일상에 완전히 적응했다.

그날, 친구의 대학 축제에 갔을 때, 내가 경험한 것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한국 학생들이 정치적 행사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지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한국 사회의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열정적으로 활동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여러 가지 문화적 경험을 통해 나를 성장시켰고, 앞으로도 다시 한국을 방문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바네사 (Vanessa Dinh)의 교환학생 이야기 한국에서의 정치적 체험과 사회적 연대

지난해, 나는 한국 이화여자대학교에서 9월부터 12월까지 교환학생으로 보냈다. 그 기간 동안 큰 사건은 없었지만, 12월 3일 밤, 한국의 전 대통령인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언했을 때, 나의 일상은 급격히 변화했다.

시위가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대학에서 그 광경을 목격했다. 밤늦게도 많은 사람들이 국회 앞에 모여서 시위하고 있었다. 그 사건은 결국 몇 시간 만에 해제되었지만, 그날 밤의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화여대의 학생들은 매우 정치적이었다. 캠퍼스 곳곳에는 학생들이 적은 대형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고, 그들의 감정은 분노와 절망이 섞여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교수님들과 함께 모여 불법게엄을 감행한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학생들이 ‘Into the New World’라는 노래를 부르며 집회에 참여했던 순간이었다. 그날은 학생들이 얼마나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그런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나는 한국 사회의 단단한 연대와 결속을 목격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끈질긴 의지와 용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 경험은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바로 연대와 불굴의 의지라는 사실을 몸소 느끼게 해주었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나는 단순히 학교 수업을 듣고 여행을 즐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깨달았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보여준 그 강력한 정치적 열정과 사회적 책임감은, 나에게 중요한 교훈이 되었다. 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변화를 위해 연대하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증거였다. 거리와 캠퍼스에서 울려 퍼진 그들의 함성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간절한 염원이었다.

이 경험은 내 안에 잊지 못할 불씨를 남겼다. 독일로 돌아온 후에도, 한국에서 목격한 시민 참여의 힘과 사회적 연대의 가치는 내 삶의 나침반이 되었다. 이제 나는 어떤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더라도,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서의 책임을 느낀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내게 가르쳐 준 용기와 결단력은 앞으로 내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나를 이끄는 등불이 될 것이다.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정의로운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바로 한국에서 내가 배운 가장 소중한 교훈이다.

문화를 넘어 울리는 변화의 메아리

미셸과 바네사는 각기 다른 이유로 한국을 방문했지만 한국에서의 경험은 그들에게 공통적인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미셸은 한국에서의 일상적인 문화적 경험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했고, 바네사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참여와 연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두 학생 모두 한국에서의 시간 동안 그들의 성장과 변화를 경험했다.

한국에서의 문화적, 사회적 경험은 이처럼 독일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들이 겪은 경험은 단순한 여행이나 학업을 넘어서, 그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 두 학생은 각각의 방식으로 한국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소중한 기억들을 만들어갔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자원봉사와 여행,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단순히 외국을 경험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며 성장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한국에서의 경험은 언제나 새로운 시각과 도전을 주며,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평생 남을 추억이 된다. 미셸과 바네사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그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1409호 14면, 2025년 5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