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린 강정희 (재독수필가, 시인, 소설가, 시조시인)
문학의 여러 장르에 글을 쓰면서 난 시조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자유시와는 달리 45자로 함축된 시조의 매력에 빠져들어 2017년에 세계전통시인협회를 통하여 시조 시인으로 등단이 되었다. 오래전에 초대 회장 민 사무엘 시인님이 ‘하이네 집’이라는 동우회를 구성하셔 현재 독일과 스위스에 사시는 시조 시인 7분과 시조를 배우고 계신 4분이 활동하고 있다.
난, 2022년 8월 1일 자로 독일 본부 회장으로 선출이 된 후, 약속 중에 자기와의 약속이 가장 어렵다는 회장으로써의 의무와 책임을 잘해 나가기로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 만나야 정이 든다고 2022년이 가기 전에 회원님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한 희망 사항이었다. 드디어 2022년 11월 25일~27일, 2박 3일로 Odenwald Schöllenbach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떤 모임이든지 모든 회원이 참석하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많은 분이 참석하기를 바라며 은근히 그날을 기다렸다.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그리고 모두가 만족하게 프로그램을 알차게 이끌어가야 할 텐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총 5분이 참석하겠다는 메시지를 읽으며 첫술에 배부르랴? 시작이 반이라는 옛말을 상기시키며 내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글을 쓰면서 우리에게 가장 힘든 것이 맞춤법, 띄어쓰기이다. 일단 네이버 사전 검색법과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 사용 방법을 익히고 자작 시조 낭송하기를 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드디어 11월 25일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이 뒤셀도르프에서 프랑크푸르트행 ICE를 탔다. 중앙역까지 데려다준 남편은 이틀 밤 자고 온다면서 무슨 짐이 이렇게 많냐며 투덜대기도 했다. 10.00시가 조금 지나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회원님들을 만나 합류하여 거의 1시간 반을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만난 분도 계셨지만 조금도 서먹서먹하지 않았다.
영국 본부 임선화 회장님께서 1년 전부터 유럽에 사시는 문우들을 위해 한국 본부와 교섭하여 훌륭한 강사님들을 모시고 줌으로 시조 강의를 듣고 있기에 자연스러운 만남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12.30시에 김외선 임 댁에 도착하였다. 부부는 우리를 버선발로 맞아주셨다.
알고 보니까 우리가 지낼 이 집은 도시에 사시는 두 분이 가끔 휴가로 즐기는 집이라고 한다. 큼직한 식탁 앞에 앉았다. 호박죽에 맛있는 연어 음식, 샐러드는 일품이었다. 어느 고급 음식점이선들 이렇게 애정이 담긴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식사 기도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뺑 둘러앉아 함께 손을 잡고
“Wir haben und Lieb, Guten Appetit 사랑해 사랑해 맛있게 잡수세요. Vielen Dank lieber Gott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멘”
이 식사기도는 다섯 입양 아이를 키우면서 늘 해온 기도라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맛난 커피에 외선 임이 만든 사과 케이크를 먹었다. 시장이 반찬만은 아녔으리라 부군께서는 뒤 처리는 자기가 하겠다며 우릴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피아노가 놓여있고 벽에는 추억의 가족사진, 평소에 외선임이 그렸던 그림, 붓글씨로 쓴 ‚평화’라는 가훈이 눈에 띄었다.
각자가 가져온 노트북을 꺼내 계획했던 공부를 했다. lehrning bei doing이라고 쉽게 터득했다. 우리는 준비해온 자작 시조를 낭송하며 합평회를 하기로 했다. 많은 것을 체험하며 어린아이처럼 싱글벙글 배우는 시간이었다.
모두가 독방을 사용하도록 준비가 되어있었다. 주위가 조용하고 아늑해서 잠도 잘 잘 수 있었다. 아침 일찍이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소복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산행도 했다. 완전히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마침 가까운 Michelstadt Weihnachtsmarkt를 둘러보며 즐겁게 지냈다. 이제는 찍어 발라도 테 나지 않은 나이면서도 저녁에는 진흙 팩을 하며 피부 관리를 하기도 했다.
2박 3일이 꿈처럼 지나갔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당당히 받아들이며 정성을 다한 빈틈없는 배려, 사랑을 받으며 우리는 염치없이 즐겼다. 언제든지 서슴없이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시겠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시며 농사지어 만든 사과즙, 복숭아잼, 호두, 깻잎 등 바리바리 챙겨주셨다. 마치 친정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여름에 오시면 더 좋아요. 우리 곧 만나요. 좋은 인연으로 가꾸며 살고 싶어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안녕히 가세요!” 서로를 안으며 내게 들려준 잔잔한 얘기가 아직도 귓전에 쟁쟁하다.
쉽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아픈 살점 나누며 질기게 살아온 인생, 내가 받은 만큼의 사랑을 시조를 배우고 싶어 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힘이 되어야 한다고 그리고 시조의 세계화를 위하여 온 힘을 다하겠노라고
우리의 이번 첫 모임은 여무는 열무처럼 우뚝한 결과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다음의 만남에는 더 많은 회원들이 참석하여 우리가 누린 이 토실토실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침식을 제공해 주신 김외선 임과 애쓰며 바쁘게 사는 일정에도 참석해 주신 회원님들께 보석처럼 빛나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만났습니다>라는 제목의 시조 두 편으로 이날의 감동을 전해본다.
옷깃만 스쳐 가도 인연이라 했던가요
시조 생활 안에서 나누는 아름다움
햇빛과 수분으로 맑은 사랑을 전합니다
발자국을 새기는 11월의 만삭에
우리는 만났습니다. 마음의 길을 열고
소중한 삶이 담긴 소통, 위로받고 추스르며
*세계전통시인협회 독일 본부 : sijoeurope@gmail.com 강정희 0174 7879 186
1293호 16면, 2022년 12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