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과 클래식의 만남
뮌헨. 지난 5월 5일 일요일 16시 뮌헨 남쪽에 위치한 그륀발트(Grünwald)에서 한국전통음악콘서트 제 4회 “사랑방”이 개최되었다.
연주회는 ParksMusic(대표 박진선)이 주최한 행사로 뮌헨지역에 정기적으로 국악을 감상할 수 있는 국악 상설무대를 만들고자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공연의 주제는 ‘국악과 클래식의 만남’이다.
공연이 열린 뮌헨의 그륀발트 지역은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영화배우, FC 바이에른 축구선수, 외교관과 주재원들이 많이 거주한다.
사회 아리얀 아가왈군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공연 1부의 첫무대는 박진선 대표가 가야금독주 ‘밤의 소리’(황병기 곡)를 선보였다. 밤의 신비로움을 서정적으로 나타낸 곡으로 명주실로 만든 12현 가야금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가야금연주자 박진선은 뮌헨을 기반으로 유럽, 한국, 싱가포르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경주 전국국악대제전 문화관광부 장관상(현악부문 1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날 연주에서는 12현 가야금과 모던한 25현 가야금 두 대를 준비해 전통국악과 클래식음악에 모두 어울리게 사용하며 연주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다음은 소프라노 장승희의 독창무대로 전라도민요 ‘새타령’(장구 고수정)과 ‘신아리랑’(가야금 박진선)을 아름답게 노래해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장승희 소프라노는 다름슈타트 시립음악대학의 오페라학교에서 전문 연주자 과정을 졸업하고 독일 베스코 국제 오페라코스에서 대상을 수상한 전문 연주자이다.
이어진 무대는 고수정 연주자의 해금독주로 한국의 파가니니로 불리는 ‘김영재류 해금산조’를 열정적으로 연주하였다. 고수정은 서울대 국악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뮌헨 국립음대, 현악기 재즈 즉흥연주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최근 ‘2023년 뮌헨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젊은이들’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부 무대에서는 세 명의 아티스트가 다함께 협연했다. 장승희 소프라노는(가야금과 해금 합주) 동요 ‘나뭇잎 배’, ‘엄마야 누나야’와 애절한 가사의 스페인 곡 ‘Triste’를 열창해 관객을 매료시켰다.
이어진 무대의 해금 연주곡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원곡 드보르작)는 고수정 동명의 음반과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 무대는 가야금과 멜로디카로 합주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 무대는 ‘아리랑’을 관객과 함께 합창했다. 합창이 끝난 뒤에는 열화와 같은 박수와 관객들의 앵콜 요청으로 신청곡 ‘노들강변’을 즉석 연주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3부에서는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프로세코와 더불어 관객과 연주자의 상호소통 시간을 마련해 음악과 악기관련, 한국 문화 등 궁금한 점에 관해 아티스트와 직접 대화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박진선 대표는 ‘처음에는 하우스콘서트 개념으로 거실 같은 느낌의 사랑방에서 하는 국악연주회를 기획했다. 예전에는 해외에서 국악을 하는 사람이 많이 없었고, 연주할 기회도 다양하지 않아 아쉬웠다. 국악을 전혀 모르던 외국인들은 국악기를 봤을 때 독창적인 한국악기 자체에 관심을 가지며, 한국음악을 듣고 싶어 한다. 우리도 클래식을 몰랐을 때는 쉬운 곡부터 공부하고 감상하듯 외국인들에게도 그런 경험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사랑방 음악회”를 통해 뮌헨지역에 한국의 음악과 문화를 알리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에 거주하는 교포들이 모일 수 있는 위한 만남의 장이 되길 바란다. 오늘은 예상보다 많은 관객들이 참석해주셔서 좌석이 부족했지만, 다음에는 더 큰 장소와 다양한 형태의 테마 공연을 기획할 예정이니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벌서 4회째를 맞이한 사랑방음악회는 한국 전통악기와 민요, 클래식 장르가 크로스오버되어 한국고유의 음색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회였다. 연주자에게는 그만큼 긴장되는 무대이겠지만 이날 관객들은 연주자의 호흡까지 가깝게 느끼며 감상할 수 있었다. 한국 전통국악을 알리는 뮌헨 사랑방 상설무대의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편태영기자 lindadream@hotmail.com
1362호 11면, 2024년 5월 10일